2022. 07. 30. 07:01
월요일 아침, 출근해야 하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알람은 울리지만 꿈이길 바랍니다. 꿈이길 바랐지만 멈추지 않는 알람 소리는 현실로 데려다 놓습니다. 알람 소리를 끄려면 일어나야 하지만 일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알람도 멈추고 시간도 멈춘 채로 이불속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생각 하나, '보고서 제출'퍼득 정신이 듭니다.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알람을 끄고 욕실로 향합니다. 스스로 일어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출근을 위해 이불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하기 싫어도 이유가 있다면 행동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무 살, 해보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당당하게 성인이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배운 걸 직업으로 갖기보다 평소 관심사에 대해 알아보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패션에 관심은 많았지만 감각은 없었습니다. 남들이 유행시킨 옷을 따라 입는 정도였습니다. 보이는 모습에 신경 쓸 때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패션에 헤어가 빠질 수 없습니다. 옷도 따라 입는 정도니 헤어스타일도 남다른 감각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옷을 잘 입으려면 배워야 할 게 많을 것 같았습니다. 헤어스타일은 옷만큼은 아닐 것 같았습니다. 평소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때면 원장님의 가위질을 유심히 봤습니다. 보면서 호기심도 생겼던 것 같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건 아니었지만 배우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혈기만 믿고 어머니에게 미용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첫마디가, "쓸데없는 소리 한다"였습니다. 그럴 시간에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핀잔을 주십니다. 한 번에 허락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몇 번은 매달려 봤습니다. 꿈쩍도 안 하십니다. 결정적으로 없는 살림에 그럴만한 돈이 없다는 데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속으로 원망이라는 찌꺼기를 남기고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때 만약 미용 기술을 배웠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가끔 생각해봅니다. 결과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막연한 상상만 할 뿐입니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때 그 방법뿐이었나? 어머니에게 매달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정말 없었나? 이제야 드는 생각이지만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면 분명 있었을 겁니다. 단지 절실하지 않았기에 어머니를 핑계 삼아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 같습니다. 학원을 다니는 것 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배울 열의만 있다면 다양한 방법을 찾아봤을 겁니다. 동네 미용실 원장님을 찾아가 부탁했을 수도 있고, 관련 잡지나 책을 찾아볼 수도 있고, 가위와 빗을 사다가 형들에게 실습을 해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행동에 옮겨보려고 했을 겁니다. 지금의 저라면 말입니다.
2020년 11월 29일, 살을 빼기로 결심한 날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결심은 했지만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우선 먹는 것부터 조절해 보기로 했습니다. 간헐적 단식과 관련된 책을 읽고 방법을 익혔습니다. 배운 대로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 봤습니다. 우선 전날 저녁을 먹은 뒤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자연히 다음 날 아침밥을 먹지 않아야 했습니다. 매일 7시쯤 먹던 밥을 거르려니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결심이 선 첫날이라 그런지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12시까지 수시로 찾아오는 공복감을 물로 달래며 버텼습니다. 점심은 회사에서 주는 식당 밥 대신 샐러드를 먹기로 했습니다. 익숙지 않았습니다. 먹고 나면 금방 배가 고플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결심했으니 일단 먹기로 했습니다. 내 몸이 건강해진다고 믿고 먹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서 차려 먹는 밥과 반찬이 제대로 된 첫 끼였습니다. 이전에 비하면 먹는 양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적응하기까지 힘들거라 했습니다.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배운 대로 행동으로 옮기며 먹는 걸 조절한 결과 6개월 만에 10킬로그램을 뺄 수 있었습니다.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고, 하루 식단도 지키고 있습니다. 배운 대로 실천해 옮긴 덕분에 말입니다.
건강을 위해 살을 빼야 하는 이유가 있었기에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요란하게 시작하기보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겼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생각만 하고 있지 않고 방법을 찾아 실행했습니다. 스무 살 때는 핑계 대고 포기했던 내가, 지금은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하나씩 시도해보면서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스무 살 때 나와 지금의 나, 겉모습은 다르지 않지만 생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때 만약 지금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면 막연하게 '만약'을 떠올리지 않고 구체적인 무언가를 해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배우고 싶었던 미용 기술을 배워 유명한 헤어 디자이너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사춘기 딸에게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직은 없다고 합니다. 관심 가는 게 있냐고도 물었습니다. 딱히 관심 있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더 이상 물으면 캐묻는 것 같아 입을 닫았습니다. 아마 딸도 생각이 많을 겁니다. 적성 검사 결과를 내 앞에서 읊는 것 보면 관심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해보고 싶은 게 있지만 접근하는 방법을 못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스무 살 때 저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습니다. 지금 시대는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 쉽습니다. 그걸 적극 활용했으면 합니다. 자극적인 영상만 찾을 게 아니라 관심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찾는 재미를 알았으면 합니다. 정보를 쌓다 보면 방법도 보일 겁니다. 누군가의 성공 사례를 통해 나도 시도해보고 싶은 방법을 찾게 될 겁니다. 저도 식단관리를 시작할 때 책을 통해 접한 많은 사람의 성공 사례가 동기부여가 됐던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시작은 아주 작은 행동에서 비롯됩니다. 알람을 끄면서 일어나는 직장인처럼요. 관심 있는 분야를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을 찾아보는 겁니다. 돈이 들지도 않을 겁니다. 정보를 찾고 따라 해 보면서 적성에 맞는지도 판단해 보는 겁니다. 정보 접근이 쉽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면서요.
퍼즐은 한 조각씩 맞춰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여러 조각을 한꺼번에 맞추겠다고 의욕이 앞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겁니다. 퍼즐 하나에는 한 조각의 그림만 있고, 하나씩 맞춰야 전체 그림이 완성되는 게 퍼즐이기 때문입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걸 한 번에 알지도 못할뿐더러 안다고 내 적성과 맞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과정을 밟아가며 하나씩 맞춰갈 때 나와 맞는지도 알게 되고 필요한 기술도 하나씩 익히게 될 겁니다. 그렇게 한 번에 하나씩 배우다 보면 정말 자신과 맞는 그 무언가를 찾게 될 겁니다.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큰딸도 속는 셈 치고 아빠의 방법을 따라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몇 번의 과정을 겪다 보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2022. 07. 30.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