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9. 02. 07:45
6월 14일을 시작으로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3일부터 3일간 휴가와 죽도록 안 써진 이틀을 빼고 매일 썼습니다.
여름 더위를 브런치가 잊게 했던 것 같습니다.
개미가 겨울을 나기 위해 한 여름을 버텨내듯
여름내 쓴 글 덕분에 올 겨울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묵묵히 버텨준 제 자신을 위해 특별식을 준비했습니다.
블루베리 베이글과 따뜻한 아메리카노입니다.
2년 가까이 아침밥으로 반숙 달걀 2알이나, 견과류 한 줌,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전부였습니다.
당 관리가 건강의 시작이자 다이어트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침으로 베이글을 먹는 건 금기나 다름없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 먹지 말라는 음식이 더 먹고 싶은 게 사람 심리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이 기억하고 입이 반응하는 익숙한 맛을 멀리하는 데는 각오가 필요했습니다.
각오를 다지고 실천한 덕분에 체중도 줄고, 근육도 붙어서 배 나온 40대는 면했습니다.
70여 일, 매일 한 편씩 써낸다는 각오로 도전을 했습니다.
정해놓은 1시간 안에 완성하기도 했고 시간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틀이 걸려 완성한 글도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물이 안 나올 때까지 쥐어짜는 수건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여유롭게 아침 햇살을 받는 화분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이든 저는 제 자신을 인정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봤습니다.
자책을 하지도, 자만하지도 않았습니다.
끝이 정해진 일이 아니기에 조바심을 낼 필요도 비교할 마음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만 집중했습니다.
입 속에서 베이글과 크림치즈가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베이글에 박힌 블루베리가 간간히 단맛을 냅니다.
달달함이 올라올 때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 눌러줍니다.
몸이 기억하는 맛, 매일 먹고 싶습니다.
지금은 참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내 몸을 위해서입니다.
글이 안 써질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쳐듭니다.
가만히 두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것 같습니다.
놔두면 안 되는 걸 알기에 어르고 달래 봅니다.
억지로 억지로 고개를 누릅니다.
지금은 참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내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참아낸 시간에 비하면 입에 들어가는 건 순식간입니다.
손동작이 이만큼 빨랐다면 화투판에서 밑장 빼기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서서히 당이 오르는지 기분도 좋아집니다.
눈앞에 분주한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우리 둘째에게 하늘 표현해 보라고 했다면 그려냈을 듯한 하늘색입니다.
마라톤을 뛰고 난 뒤 흠뻑 젖은 몸을 순식간에 말려 줄 바람입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는 게 이런 기분인 것 같습니다.
보상은 이걸로 충분합니다.
이제 내일부터 다시 같은 일상을 이어갈 것입니다.
또 물기가 안 나올 때까지 쥐어짤 것이고,
마른 햇살에 온 몸을 맡기며 행복해할 것입니다.
이런 기분,
매일 글을 쓰기에 느낄 수 있습니다.
2022. 09. 02. 0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