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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11. 2022

안다고 자랑하지 말고,
모른다고 창피해하지 말자

2022. 10. 11.  07:37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단톡방에 쥐구멍을 파서 숨고 싶었습니다. 의심 없이 줄줄 내뱉었던 내용이 틀렸을 때의 창피였습니다. 듣는 상대방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하는 저를 보고 그런가 보다 하고 믿었을 텐데요. 아는 게 아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걸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무언가 배울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게 이 메타인지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야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얼 배워야 할지 올바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는 배우기 위해 읽습니다.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서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런 생각조차 없이 살았습니다. 직장과 집, 주변 사람만 만났던 환경에서는 무엇을 배워야 할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배울 게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겁니다. 직장에서도 저에게 특별한 재능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맡은 일이나 잘하라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욕심이 있는 사람은 자기 계발을 통해 더 나은 역량을 가지려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굳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사는 데 큰 불편이 없다면 사는 대로 사는 게 맞다고 여겼습니다. 가정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저절로 큰다고들 말합니다. 낳아놓으면 자기 먹을 건 타고나고, 적당히 가르쳐놓으면 제 할 일 찾아간다고들 합니다. 무지하고 안이한 태도였습니다. 아이 키우는 게 그렇게 쉬웠다면 수많은 육아서가 나올 이유가 없었겠지요. 그러다가 책을 읽게 되면서 그동안 제가 얼마나 게으르고 부족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많이 아팠습니다. 몸이 아픈 게 아니라 정신과 마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그동안 내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당당할 만큼 잘 살지 못했다고 늘 마음에 있었지만 직접 마주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 아이를 대하는 마음가짐, 아내와의 관계, 주변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 등. 어떤 모습도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를 바닥까지 내려가서 봤습니다. 바닥에 발을 대고 생각해보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 지 보였습니다. 아는 게 없었습니다. 아는 게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부터 무얼 배워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라고 한정 짓기보다, 눈에 보이고 삶을 이루는 거의 모든 걸 새로 배우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블록 장난감 하나만 있어도 몇 시간씩 노는 아이들처럼, 블록을 쌓듯 책에서 이것저것 배웠습니다. 배우고 알았다고 아는 척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 아는 게 진리가 아닐 수 있다고 늘 의심하라고 했습니다. 책 몇 권 읽었다고 아는 체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세상을 배우는 게 숨길 것도 아니지만 드러내고 자랑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안다고 말하지 않고, 모른다고 창피해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주변에서 물어오면 아는 건 답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게 바른 태도라 여겼습니다. 


배운 건 나누고, 나누려면 소통해야 합니다. 나를 위해 배우는 게 먼저이지만 배운 걸 나누는 것 또한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책에서 배우는 게 있다면 사람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 책과 사람을 따로 떼어놓고 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누는 게 일방의 가르침이 되어서 안 될 것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알고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정도여야 합니다. 안다고 아는 척하고 내가 하는 말이 맞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만큼 꼴 보기 싫은 것도 없습니다. 저도 누군가 잘난척하면 꼴 보기 싫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잘 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방법과 결과도 다를 것입니다. 기준, 방법, 결과도 어쩌면 내가 아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책 한 권에서 배운 게 세상 전부라고 여기는 사람, 책을 읽을수록 부족함을 깨닫고 더 배우려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모르는 걸 배울수록 내가 정하는 기준도 방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책을 통해서 건 사람을 통해서 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모른다고 창피해할 이유도 없고, 안다고 자랑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무엇이든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이면 분명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 수 있는 태도를 갖게 될 거로 믿습니다.  



2022. 10. 1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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