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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12. 2022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능력이 숨어 있다


2022. 10. 12.  07:35




연말이 다가올수록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려는 손길이 분주해집니다. 연초에 세운 사업 계획대로 마무리를 하려면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특히 건설업계는 미수금을 회수해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돈을 주는 쪽도 정해진대로 지급해야 회계 장부를 맞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받으려는 자와 줘야 하는 자 사이의 줄다리기로 바쁜 시기입니다. 


건설업에는 '실정보고'라는 업무가 있습니다. 계약된 공사 범위 외에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일에 대해 별도의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장치입니다. 관련된 근거를 제시하면 돈을 주는 쪽은 이에 맞는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돈을 받아 내는 쪽에서는 말 그대로 전쟁입니다. 얼마나 잘 받아내느냐에 따라 회사 수익이 결정되니 말입니다. 그러니 모든 직원이 날이 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요 며칠 동안 책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이라는 게 한 번에 하나씩 하면 능률이 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어디 그렇게 사정 봐주면서 일이 생기던가요? 일도 한 번에 몰려야 제 맛이라며 쓰나미처럼 몰려다니나 봅니다. PM인 상무는 맡은 현장 실정보고를 통해 추가 공사비를 받아야 한다며 제 옆을 떠나지 않습니다. 고치고 또 고쳐도 성에 차지 않는가 봅니다.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눈치 없는 사장님은 영업담당 부사장과 한참 회의를 하더니 저를 부릅니다. 내일까지 ##현장 견적서를 작성하라고 합니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못하겠는데요'라는 말이 혀 밑에 돌았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받아 들고 책상에 앉으니 한숨부터 납니다. 막내라서 일을 떼어줄 동료가 없습니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할 일은 쌓여있고 정신줄을 놓으면 밥줄도 끊어질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맞습니다. 하다 보니 다 하게 됩니다.  

"인간에게는 여차하면 한꺼번에 발휘하기 위해 비축해 두는 상당량의 능력이 있게 마련이다." 

- 다치바나 다카시  

직장을 다니면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학생 때도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가능할까 의심이 들 정도로 시간이 촉박해도 결국엔 해내게 됩니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자신에게 숨겨졌던 능력에 놀라곤 합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못할 게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저마다 보이는 능력 이상의 능력을 늘 비축해 두고 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었습니다. 1년 동안 직장 동료와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저는 떨어지고 동료는 붙었습니다. 같은 기간 스터디 모임까지 만들어 준비를 했지만 저만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되짚어보면 저는 시간의 강박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정해놓은 분량을 제시간에 끝내겠다는 각오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도 못했습니다. 하다가 못하면 다음 날 하자. 오늘만 날이냐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니 진도는 계속 밀리고 남들은 두 번 볼 시간에 저는 한 번도 다 못 보는 꼴이었습니다. 그만큼 공부량이 부족했습니다. 당연히 점수도 공부량에 비례하니 말입니다. 그때는 계획만 세울 줄 알았지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의지가 부족했습니다. 매일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억지로라도 지켰으면 적어도 동료와 비슷한 공부량이 되었을 겁니다. 물론 그게 합격을 보장해주지는 않을 테지만요. 그래도 후회는 덜 남겼을 겁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마감 시간을 정하라고 합니다.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하게 됩니다. 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저처럼 미루게 되고 성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4년 넘게 매일 아침 글을 씁니다. 출근 전 1시간 남짓 글 쓰는 시간으로 정해놓았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그 시간 안에 마무리 짓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때로는 시간을 넘기기도 합니다. 매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루 동안 언제든 짬을 내서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스스로 정해놓은 데드라인을 지키는 것입니다. 글의 분량도 A4 한 장 내외입니다. 시간과 분량을 정해놓고 매일 연습하니 제법 속도도 붙고 완성하는 날이 더 늘었습니다. 말 그대로 강박을 갖고 글을 쓰니 써집니다.   


한꺼번에 일이 몰려도 어찌어찌하다 보면 마무리가 됩니다. 강박을 갖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마무리하게 됩니다. 먹고사는 게 중요한 직장에서 시간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업무 역량을 키우기 위한 자기 계발, 은퇴를 위한 준비 과정, 좋아하는 걸 시도해보고 하고 싶은 일의 재능을 계발하는 시간. 본업이 있다면 따로 시간을 내야 가능한 것들입니다. 중요한 건 이런 것들에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한 곳에 정체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 보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은 선택이 아닌 필요조건입니다. 짧은 시간을 내더라도 성과를 낸다면, 그 시간이 쌓여 더 큰 성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오늘 나를 위해 10분을 낼 수 있다면 10분 동안 해낼 수 있는 걸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10분 동안 한 편의 글을 써내고, 10페이지의 책을 읽고, 영어 10 문장을 외운다면 성취감이 듭니다. 그렇게 매일 정해놓은 시간과 조금씩 쌓이는 성과가 눈에 보이면 분명 내일 내가 서 있는 곳도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이런 노력이 결국 내가 가고 싶은 길로 나를 이끌 수 있을 거로 믿습니다.   



2022. 10. 1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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