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Oct 10. 2022

공부 잘하는 방법을 묻는
둘째 딸에게

2022. 10. 10.  08:03



"아빠, 똑똑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돼? 공부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

채윤이와 단둘이 저녁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잘 먹다가 표정이 바뀌더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학습 능력 진단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검사 항목 중 공부머리를 보여주는 점수가 있었습니다. 40~60점 사이가 평균이라고 합니다. 채윤이는 47점을 받았고, 반 아이중 끝에서 두 번째라며 속상해했습니다. 그러면서 묻습니다. 똑똑해 보이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냐고요. 표정에 비장함이 묻어났습니다. 저도 자세를 고쳐 앉고 두 눈을 바라보며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알려준 방법은 한 가지였습니다. 문해력입니다. 아이에게 문해력이라는 단어 대신 이해력을 갖는 방법을 설명해 줬습니다. 국어,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과목을 잘하려면 기초가 중요하고, 그 기초를 다지는 시작이 책을 많이 읽었을 때 생기는 이해력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반에 책을 많이 읽는 친구가 있다고 했습니다. 수업은 잘 안 듣지만 쉬는 시간마다 책을 본다고 합니다. 그 친구를 예로 들었습니다. 수업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책을 읽는 게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요. 그 친구는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학교 공부도 제법 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채윤이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책을 읽는 게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집에 와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기 전에 10분 정도 시간을 내서 아무 책이나 한 권 읽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읽으면 내용을 이해하는 실력이 좋아지고, 국어는 물론 수학, 과학, 영어도 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면 얼마 안가 똑똑해질 수 있다는 희망도 잔뜩 심어주었습니다.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밥을 다 먹고 TV 앞에 앉은 채윤이에게 책 한 권 읽자고 권하니 선뜻 골라 펼칩니다. 시작하는 데 이만한 동기부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유투버 '콩나물쌤'으로 유명한 전병규 작가의《문해력 수업》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의 문해력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습니다. 문해력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책을 어느 정도 읽었을 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연구였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한 해 평균 12권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해 동안 12권을 읽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추적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12권을 읽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평균 점수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같은 실험을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도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12권을 읽은 집단의 평균 연봉이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12권이면 부담되는 숫자는 아닙니다. 물론 아무 책이나 읽는 건 아닙니다. 깊이 읽을 수 있는 양서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한 달에 한 권을 정독하면 얻을 수 있는 수치입니다. 이 정도 노력으로 수능 시험도 잘 볼 수 있고, 평균 연봉도 높아진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하지 않을까요? 


10월 달 들어 사흘 연휴가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주말 이틀과 월요일 하루를 더해 삼일을 쉴 수 있었습니다. 사흘 연휴가 있으면 언론에서도 뉴스로 다루곤 합니다. 어떤 이유로 하루를 더 쉬게 되는지 간략하게 다루기도 합니다. 모 신문 기사에서 웃지 못한 기사 제목이 있었습니다. 

'영화 개봉 4흘만에 누적관객 100만~' 4흘? 어느 나라 말인가요? 기자가 작성한 뉴스 헤드라인에 당당하게 자리해 있었습니다. 사흘을 '4일'로 알고 있었다며 검색창에 불이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나이가 어릴수록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일찍 접하게 되면서 책을 읽지 않게 되고, SNS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쉽고 단순한 글을 쓰면서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해력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평균 점수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이 세계 최상위였지만, 그 점수가 점점 떨어져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전합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정형화된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문제 해결 능력에 필요한 문해력 향상을 등한시하는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프랑스는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학 공식과 법칙을 만들어낸 수학자를 다수 배출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철학적 사유를 일찍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철학을 일찍부터 배우며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의 수능 시험과 같은 바칼로레아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철학 시험이라고 합니다. 수학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철학 수업에 큰 비중을 두는 이유도 철학적 사유가 결국엔 수학적 사고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학교 공부를 잘한다고 문해력이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문해력이 좋은 아이는 학교 공부를 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여러 책에서 입증한 사실입니다. 아이들에겐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도 꼭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해 책을 통해 익히는 이해력과 문제 해결 능력도 갖추어야 할 자질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요즘입니다. 과학과 기술 발전의 출발점은 창의적 사고입니다. 이런 사고는 단순히 지식만 익혀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창의성은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앞으로는 거의 모든 생활이 손 안에서 이루질 것이라 예측합니다. 그 안에는 무궁한 가능성 또한 담겨있습니다.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창의적인 사고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공부가 필요할지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채윤이도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보다 책을 통해 내면의 깊이를 다지는 그런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부모인 저의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교과서보다 책을 더 가까이하고, 정해진 답 대신 스스로 답을 찾는 채윤이가 되길 바라봅니다. 



2022. 10. 10.   17:40



매거진의 이전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