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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14. 2022

한 번은 그럴 수 있지만, 두 번은 안 됩니다

2022. 10. 14. 08:06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쩌다 한 번'입니다. 금연을 실패하는 이유도  '한 번은 괜찮겠지'입니다. 수개월 잘 지켜온 다짐도 단 한 번의 예외로 도루묵이 되곤  합니다. 한 번쯤은 괜찮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그 한 번은 그동안 억눌렀던 욕구를 터트리는 방아쇠가 됩니다. 총구를 떠난 총알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하고 시도하고 성과를 내더라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시로 도전을 이어갑니다. 올해는 기필코 담배를 끊는다. 앞으로는 술을 줄인다. 매일 30분씩 운동을 하겠어. 담배 살 돈을 주식에 투자하겠다며 의지를 다집니다. 술자리는 갖지만 술보다 대화에 집중하겠어. 매일 운동해 뱃살도 빼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겠어. 목표도 명확하고, 도전하는 이유도 선명합니다. 이제 남은 건 될 때까지 해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삶이 그리 호락하지는 않습니다. 담배 피우는 자리에 끼지 못하니 소외되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려고 끊은 게 아닌데. 회식도 업무 연장이라는 상사의 눈총에  결국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마셔댑니다. 하루 내내 일에 시달리다 보니 운동할 기운도 없어 소파에 드러눕고 맙니다. 그나마 지난번보다 며칠은 해냈다며 위로하고 다시 결심 전의 자신으로 돌아갑니다.


일 년에 300권 읽기를 도전했습니다. 6개월, 한 달, 한 주, 하루 단위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은 구체적이어도 결국 매일 읽었을 때 도전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도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됐습니다. 무슨 일이든 하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발에 돌부리가 걸리듯 장애물은 곳곳에 있기 마련입니다. 직장은 사건 사고의 연속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해 줍니다. 퇴근 준비하며 컴퓨터를 끄려는 찰나 자료조사 지시하는 상사, 오전 내내 정신없이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니 또 다른 기획서를 요구하는 대표, 직원의 업무 역량을 키워주는 애정이 넘치는 직장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계획을 철저히 세워도 매일 지켜내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불쑥 튀어나오는 외근과 출장은 덤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도 매일 지켜내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9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러 서울역으로 갑니다. 집에서 서울역까지도 1시간이 걸립니다. 열차시간에 맞춰 출발해도 되지만 집을 나서는 시간은 회사에 갈 때와 같습니다. 5시 반에 서울역 가는 버스를 탑니다. 6시 반쯤 도착합니다. 미리 봐 둔 카페가 열기를 기다리며 버스에서 듣던 책을 마저 봅니다. 카페 문이 열리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아 들고 자리를 잡습니다. 그때부터 정해놓은 일과를 이어갑니다.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사무실로 출근하기 전 치러내는 일과와 다름없이 해냅니다. 출장은 가지만 할 일은 해내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예외 없습니다. 


전날 과음의 후유증으로 아침에 책이 눈에 안 들어옵니다. 점심 먹고 읽으려고 했지만 일이 몰리며 손도 못 댑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웬걸요, 갑자기 회식이 잡힙니다. 도망도 못 갑니다. 가방 속 책을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일찍 자리가 정리됐습니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탑니다.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기분이 알딸딸합니다. 이제야 혼자됐습니다. 책을 꺼내 듭니다. 몇 자 못 읽고 잠이 쏟아집니다. 그래도 버티고 몇 장 더 읽습니다. 정해놓은 분량을 채우지 못했지만 예외 없이 책을 읽었습니다.


단 하루도 예외 없이 책을 읽은 덕분에 그 해 309권을 읽었습니다. 이듬해도 같은 목표를 세웠고 무난히 달성했습니다. 만약 중간에 예외를 인정하고 한 두 번 건너뛰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나친 비약이라 할 수 있지만 예외 한 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애초에 그럴 여지를 두지 않는 게 몸은 힘들어도 목표를 달성하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5년 동안 1천 권 넘게 읽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책을 읽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저마다 사정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매일 읽는 습관은 이어오고 있습니다. 5년 동안의 노력 덕분에 예외의 상황이 생겨도 받아들이고 다시 이어가는 유연한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일 년 300권을 읽었던 때만큼 끓어오르는 열정을 아니지만, 여전히 매일 손에 든 책에는 진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도, 금연도, 도전하고 성취하는 모든 것들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고통을 이겨내고 흔들림 없이 지속하는 이에게는 달달한 보상이 주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보상에만 집착하면 도전하는 본래의 목적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정한 목적을 지키며 도전을 이어가는 유연한 태도일 것입니다. 한번의, 아니 여러 번 예외의 상황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나는 어떤 태도로 대처하는지에 따라 지속할 수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다이어트의 목적은 단순히 살만 빼는 건 아닙니다. 담배를 끊는 것 또한 돈을 아끼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제가 300권 읽기를 도전했던 건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 위한 건 아니었습니다. 매일 읽는 습관을 만들고 배움을 통해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숫자에만 집착했다면 포기했을 도전이었지만, 그 이전에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여러분도 무언가 도전하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유가 선명하고 목적이 명확하다면 분명 지속할 수 있는 저마다의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2022. 10. 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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