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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17. 2022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나?

말을 못 해 글을 쓰지만 말도 잘하고 싶다

2022. 10. 17.  15:25



말을 못 해 글을 쓴다고 책에 적었다. 단점을 극복하기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발전시키는 게 조금 더 가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의미 전달이 잘 돼서 자신을 돌아보고 달라지기로 마음먹은 분도 있고 별다른 감흥이 없는 분도 있었다. 내가 쓴 책이 타인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게 내게도 값진 경험이다. 많지 않지만 타인에게 영향을 주었다면 나는 내가 쓴 책을 통해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내 책에는 나의 단점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말한 대로 잘 살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변화를 바라서 책을 썼다면 과연 그대로 사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책을 쓰기 전에는 막연하게 '대화가 어려운 걸' 말을 못 한다고 정의했었다. 책을 쓰면서, 나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같은 대화라도 상황과 대상에 따라 수월하게 해내는 면도 있었다. 가령 업무와 관련된 대화는 그동안 쌓인 경험 덕분인지 시작하고 끝맺는 게 어렵지 않다. 말솜씨가 유려하지 않아도 할 말은 하면서 필요한 것을 얻어낼 정도는 된다. 구매를 위해 조건을 조정하고 가격을 흥정하는 대화는 제법 능숙한 편이다. 보통 전화로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하기에 그나마 수월하다. 반대로 사적인 모임에서는 여전히 첫마디 떼는 게 어렵다. 수개월 동안 온라인 화면에서 얼굴을 익혔던 분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었다. 밥 먹는 자리였고, 한 테이블에 네 분씩 둘러앉았다. 얼굴은 눈에 익었지만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 필요한 게 '스몰 토크'라는 것도 안다. 말 그대로 가벼운 주제, 날씨, 음식, 패션, 뉴스 등 공통의 관심사가 될 만한 내용으로 먼저 말문을 트는 것이다. 가령, "오늘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게 완전 가을 가을 하네요." 그럼 상대방도 날씨에 대한 생각을 말하며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게 된다. 알면서도 첫마디 떼는 게 여전히 어렵다. 입을 떼지 못하는 데는 여전히 내가 나를 재단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하면 반응이 어떨까? 이 말을 하면 상대방에게 실례가 될까? 괜한 말 하는 건 아닐까? 등등.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고 입 밖으로 꺼내질 못한다. 맴돌다가 결국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거나 기회를 놓치기 일수다.


사람을 만나는 데 대화는 필수다. 대화하는 요령에 따라 사람을 사귀는 방법도 발전할 수 있다. 내가 낯설면 상대방도 낯설기 마련이다. 같은 처지에서 먼저 말 걸어주는 이에게 호감이 가는 법이다. 이제까지 경험을 되돌아보면, 뻘쭘하게 앉아 있을 때 먼저 말 붙여주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말을 거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거창한 용기이기보다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라 할 수 있다. 호기심을 갖고 가벼운 주제나 관심사를 건네면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되는 것이다. 머리로 이해한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작 필요한 건 실습이다. 만남을 자주 가지면서 아는 대로 실천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용기를 내면 상대방도 기꺼이 받아줄 거라 믿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모임은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이는 자리여서 내가 그렇듯 상대방도 나에게 호전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첫마디 떼는 게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말을 못 하는 단점 대신 글로 표현하는 걸 장점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단점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단점이 무엇인지 인식했다면 개선할 방법도 알 수 있다. 앞서 적었듯 서로에게 호감을 전제로 만나는 자리라며 먼저 용기 내는 게 조금은 수월할 수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말을 못 하는 단점도 극복할 수 있을 거로 믿는다. 다만 방법만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며 몸에 익히는 건 분명 차이가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몸소 부딪히며 배운 대로 실천해보는 것이다. 그래야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걸 분명히 할 수 있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될 테니 말이다. 


책 한 권을 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이해하면서 나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아는 것에 그치면 안다고 할 수 없다. 고칠 게 무엇인지 알았다면 달라질 수 있게 실천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책을 읽었다고 안다고 할 수 없으며, 안다는 건 배운 대로 실천하고 이를 통해 직접 깨달았을 때를 말한다. 머리로만 아는 건 지식이다. 삶에는 지식도 필요하지만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지혜는 지식과는 다르다.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며 몸으로 체득했을 때 비로소 지혜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혜가 많은 사람이 삶을 조금 더 잘 산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드물 테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직접 체득한 지혜인 것이다. 대화가 서툰 나도 글로 배운 방법이 아니라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말 잘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니 일단 'GO'해보자!           



2022. 10. 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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