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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08. 2022

지금은 천 원짜리 글,
머지않아 천만 불짜리 글

2022. 11. 08.   07:38


<천 원짜리 변호사>에서 천지훈 역을 연기하는 천만 불짜리 배우 남궁민.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입니다. 첫 회부터 본방 사수하며 봤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유가 흐릿한 조기 종영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분명 처음 의도대로 방영했다면 역대급 시청률도 가능했을 텐데요. 기대 시청률 또한 팬심입니다.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조연의 맛깔난 연기, 앞선 법정 드라마인 <우영우>의 그림자를 지운 차별화된 소재, 긴장감을 잃지 않는 극 전개, 무엇보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주인 천지훈 역을 연기하는 남궁민 배우의 연기력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의 연기는 극 중 인물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을 화면으로 그대로 데려다 놓은 듯합니다. 한 마디로 자연스럽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연기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 갑니다. 보는 사람이 설득당하는 연기처럼 읽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치 물 흐르듯 주제도 선명하고 재미도 있는 그런 글을 쓰려면 얼마나 연습하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 걸까요? 그런 글을 쓰는 게 가능은 할까요?


연기를 연기처럼 하면 시청자는 단번에 알아본다고 합니다. 평론가 못지않게 대중의 눈과 수준도 점점 높아지니 말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배우 간에 손발도 안 맞고 인물에 몰입이 덜 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은 낯설고 어색하고 잘하지 못하는 게 맞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스텝과 배우 간에 호흡이 맞고, 연기자도 점점 인물에 몰입하게 되면서 처음보다는 자연스러워집니다. 글을 처음 쓸 때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표현도 거칠고 단어도 단조롭습니다. 조금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점차 나아지기도 합니다. 아니면 잘 써지지 않는다고 이내 포기하고 말기도 합니다. 포기와 지속의 차이를 가르는 건 관심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내 글을 읽어주는 이들의 관심도 큰 몫을 합니다. 연기자도 관심을 받을수록 더 잘하고 싶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합니다. 


타인의 관심 이전에 스스로 글에 대한 호기심을 지속하는 노력이 글을 잘 쓰게 되는 출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기도 다양한 배역을 경험해본 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지듯, 글도 다양하게 써본 사람이 더 좋은 글을 쓸 것입니다. 배우는 시청자에게, 글은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표현합니다. 연기는 대부분 상대 배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모노드라마가 아니라면 말이죠. 하지만 글은 상대방이 없어도 얼마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롯이 독자 한 사람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연기하듯 보여줍니다. 글을 읽은 독자는 공감도 표현하고, 반론도 제기하고,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다양한 반응이 있습니다. 물론 연기도 반응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글을 쓰는 사람은 독자를 상대로 언제 어디서든 연습 같은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번 쓸 때 유려한 글을 써내면 좋겠지만 글이라는 게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에 좋다 나쁘다 평가 자체도 무의미할 것입니다. 그러나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한다면,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품 배우처럼 제법 읽히는 글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배우는 한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연기할 인물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태도 습관을 그대로 따라 해 보면 그 사람이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야 비로소 연기로 표현하지 않는 인물 그 자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글에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고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공감받는 글을 있기 마련입니다. 누구나 공감한다는 건 그만큼 설득력도 있고 문장도 유려하고 메시지도 분명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 글을 쓰는 데는 꾸준한 연습과 필요한 역량을 배우고 익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화면에 잡히지도 않는 단역부터 시작해 무던한 노력으로 주인공이 된 배우. 열심히 쓴 글을 읽어주는 사람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써낸 끝에 모두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작가. 시간은 걸리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만큼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매일 해낸다면 명품 연기도, 유려한 글도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2022. 11. 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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