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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09. 2022

글쓰기에 필요한 두 가지,
이유와 반복

2022. 11. 09.  05:54


일주일 연기됐던 달리기 대회가 오늘 개최됩니다. 한 달 전부터 매일 아침 연습했던 결실을 맺는 날입니다. 잠들기 전 채윤이는 덤덤해 보였습니다. 꾸준히 연습한 덕분인지 목표가 명확했습니다. 실력도 제법 늘었는지 1등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태연한 척 보이려고 하지만 긴장된 표정이 슬쩍 드러나기도 합니다.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서운하면 그 자리에서 눈물이 맺히고 속상하면 방으로 달려가 이불로 뛰어드는 아이입니다. 여린 아이가 무슨 마음으로 대회 출전을 신청했는지 이해되진 않지만 도전을 즐기는  마음은 인정해줍니다. 신청서를 제출한 날부터 응원 와 달라고 졸랐습니다. 아내는 휴가를 낼 수 없는 곳이어서 저만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한편으로 아이만큼 떨립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은 그렇게 하겠지만 성적이 안 좋으면 조금은 속상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티 내지 않고 아이를 위로해 줘야겠지요. 성적이 좋다면야 한껏 기뻐하고 축하해주면 되는 것이고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두 가지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달리기 대회에 참석하게 된 이유와 준비하는 동안의 노력입니다. 지금껏 살아보니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 두 가지만 잊지 않으면 처음보다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 속에 이유와 과정을 생각해야 하는 게 여럿 있을 겁니다. 어쩌면 내가 하는 모든 행위에 필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설거지에도 나름 의미가 있고 과정도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글쓰기로 가져와 보려고 합니다. 글을 쓰고 싶은 이들이 시작에 앞서 필요한 두 가지, 이유와 반복(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유와 반복은 어떤 의미이고 왜 필요할까요? 

2018년 5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생각을 많이 했다면 아마 시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생각하고 일단 쓰기 시작했습니다. 쓰면서 하나씩 알아갔습니다. 글쓰기가 왜 필요하고, 글쓰기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글만 잘 써도 쾌 괜찮은 직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써야 할 이유를 알게 되니 쓰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를 찾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만약 그때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실증내고 포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게 된 이유 중 책을 빼놓을 수 없을 테고요. 책을 통해 글을 쓰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시작했던 글쓰기가 여러 책을 읽으며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이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작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써야 할 이유를 찾아보라고 말입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는 사람 수만큼 존재합니다. 같은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써야 할 이유는 누구를 따라 할 수도 없습니다. 오롯이 자신 안에서 발견해야 합니다. 내 안에서 찾은 이유여야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을 지속할 힘도 갖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은 이유가 선명하면 행동을 반복할 동기도 충분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채윤이가 달리기 대회를 위해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유가 있었기에 반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기가 행동을 이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복에 필요한 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의 조건은 다양한 기술이 녹아든 글입니다. 글쓰기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저도 무턱대고 시작했을 때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쓰다 보면 잘 써지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많이만 쓴다고 나아지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행인 건 많이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이런 기술을 익히는데도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선순환입니다. 쓰다 보니 잘 쓰고 싶고 잘 쓰기 위해 좋은 글을 읽고 읽으면서 특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글을 평가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지켜야 할 몇 가지 기술은 분명 있습니다. 쉽게 쓰기, 짧게 쓰기, 적확하게 표현하기, 중복 피하기, 보여주기, 메시지, 주제가 선명하고 논리가 분명한 글이 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더 다양한 요소가 있습니다. 모든 운동은 기본기부터 배웁니다. 자세를 익히고 반복하며 기량을 끌어올리데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는 선수는 성적도 좋아집니다. 기본기와 기술을 익히면 이제 반복입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기록을 단축하고 기량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나열한 다양한 기술을 하나씩 연습하다 보면 매일 쓰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매일 쓰면서 점차 좋은 글이 되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도 받게 됩니다. 스포츠는 순위가 있고 기록이 남지만 글은 등수를 매기지 않습니다. 세계 기록처럼 절대적인 평가 기준도 없을 테고요.


채윤이가 달리기 대회에서 1등 한다면 분명 좋은 동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도전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 다양한 경험을 이어가며 좋아하는 일도 찾게 될 것입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써야 할 분명한 이유를 찾고 매일 조금씩 쓰는 노력을 통해 글이 주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꾸준히 반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익히면서 더 좋은 글을 쓰게도 될 겁니다. 내 글을 통해 누군가 위로을 받고 용기를 낸다면 그보다 더 큰 보상도 없을 것입니다. 마치 달리기 대회 1등 했을 때 느낌이랄까요. 글쓰기가 막막하거나, 잘 쓰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거나,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이 두 가지를 떠올렸으면 합니다. 지금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와 반복에 필요한 방법을요. 글을 쓰는 이유는 목적지를, 반복은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줄 것입니다. 안개가 걷히면서 달리기 좋은 날씨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안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걷힙니다. 안개는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으면 어느새 걷히겠지만, 그 안에 멈춰 있다면 불안하기만 합니다. 한 문장이든, 5분 이든 일단 쓰는 겁니다. 쓰다 보면 저처럼 이유를 찾게 되고, 또 쓰다 보면 더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생길 것입니다. 안 쓰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쓰면 무슨 일이든 일어납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지금부터 쓰기 시작해 보세요.        

 

2022. 11. 0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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