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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12. 2022

글쓰기에 필요한 두 가지 피드백

2022. 11. 12.  06:12



마흔이 넘어서부터 골프를 배우는 친구가 늘었다. 운동보다는 비즈니스에 필요해서 배운다고 했다. 직급이 올라가고, 사업을 하다 보면 술자리보다 골프가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목적은 저마다 다르지만 운동이 필요하면 골프를 배우는 것도 괜찮다며 권유하기도 한다. 영업과는 거리가 먼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골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혹하는 마음에 골프를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친구들 몇몇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코칭 프로를 정해 3개월 이상 꾸준히 배워야 자세를 익힐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세를 제대로 배워야 짧은 시간에 실력을 키울 수 있단다. 꼭 레슨을 받아야 하냐고 물으면 혼자 하면 틀린 자세를 바로잡지 못할 거라고 한다. 같은 기간 연습해도 레슨을 받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실력 차이가 벌어진다고 했다. 


모든 운동이 그런 것 같다. 제일 먼저 배우는 게 기본자세이다.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반복시킨다. 기본 자세을 익히면 다음으로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운다. 기술을 배우고 반복 숙달했을 때 실력도 향상된다. 마음이 급한 사람은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혼자 연습하면서 실력이 정체되는 순간이 올 때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코치에게 배우길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옆에서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단점과 장점을 알려주며 꾸준히 할 수 있게 동기 부여를 해준다. 내가 놓치는 부분을 코치의 눈을 통해 바로 잡을 수 있게 된다. 코치의 피드백이 늘 달달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에스프레소처럼, 때로는 캐러멜 마키야또 같기도 하다. 결국 이 두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때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인분이 물어왔다. 글쓰기 수업을 들어본 적 있는지, 쓰는 글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지 물었다. 글쓰기 수업은 매주 듣고, 피드백은 따로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분은 피드백을 받는 게 글 쓰는데 도움이 되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5년째 매일 글을 쓰면서 1:1 피드백은 받은 기회가 몇 번 없었다.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평가하는 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생각하는 피드백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글을 쓰는 기술에 대한 평가이다. 달리 말해 첨삭이라고 할 수 있다. 첨삭은 글의 구성부터 문장에 이르기까지 해체하듯 수정하는 걸 말한다. 맥락, 단어, 호응, 맞춤법, 어휘 등 글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일일이 수정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쓴 당사자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글이라는 게 참 묘하다. 내가 쓴 글에는 저마다 글 부심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타인의 지적(첨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질 못한다. 제 아무리 마음을 비우고 지적을 받아들이겠다고 해도 막상 결과물을 받아 들면 마음이 동하게 되어있다. 감정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에게 억하심정으로 첨삭하는 건 절대 아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니 대부분의 글쓰기 수업에서 글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걸 금기시한다. 

나도 마음을 굳게 먹고 적나라한 평가를 받아봤다. 아무리 굳게 먹어도 막상 빨간색으로 뒤덮인 피드백을 받아 들면 손이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평가자에게 감정을 가질 필요 없다. 어디까지나 내가 원했고, 그도 감정을 빼고 첨삭을 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부분만 받아들이고 고치면 그만이다. 마음의 동요만 없다면 첨삭으로 실력을 빠르게 향상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내 글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피드백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글쓰기 수업이나 모임에서 지향하는 것이다. 함께 배우는 문우의 글을 나는 어떻게 읽었는지 표현하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앞서 말한 지적이다. 글을 읽고 느낀 감정, 생각, 배울 점 등을 표현해 주는 것이다. 잘 썼다 못 썼다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느꼈다는 피드백이어야 한다. 이런 피드백은 사심이 많을수록 글쓴이에게 도움이 된다. 서로를 격려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입문한 이들에게는 이런 식의 피드백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글쓰기 수업을 들어봤다.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함께 글을 써봤다. 내 글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잘 읽힌다고 하는 사람, 많이 힘들었겠다고 공감해주는 사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응원해주는 사람. 나도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위로도 받고, 용기도 얻고,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런 상호작용이 결국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수업이 끝나고도 혼자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내 글을 누군가 읽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함께 쓴 덕분에 내 글을 남들에게 보여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피드백을 통해 이만한 효과를 얻었다면 함께 쓰는 경험도 꼭 해보았으면 한다.


그분의 질문에 답을 드리며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이 있다. 실력이 좋아지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써보는 것뿐이라고. 수많은 작가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다. 나도 그 말에 동감하고, 지금껏 지키며 이어오고 있다. 좋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통해서 배울 수도, 강의 통해 익힐 수도 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쓰면서 배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배운 대로 꾸준히 쓰면서 몸에 익히는 것이다. 모든 운동이 기본기 위에 연습을 통해 기량이 나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지루한 반복만이 기록을 향상할 수 있다. 꾸준한 글쓰기만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왕도라 생각한다.


2022. 11. 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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