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필요한 건
관심과 무관심

by 김형준

2022. 12. 04. 07:04


오십견으로 몇 년째 병원을 다니는 친구가 있습니다. 술자리 단골 대화 주제 중 건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친구가 진단과 처방을 내립니다. 그 친구의 진단은 몸의 균형이 안 맞아서 그런 거라고 합니다. 처방으로 맨바닥에 누워 수건 두 장을 돌돌 말아 목 밑에 베고 자면 척추를 비롯해 몸 전체가 이완되면서 균형이 잡힌다는 겁니다. 오십견을 앓는 친구가 따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도 몸 어느 한쪽이 아픈 건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 물리치료를 받아보면 대개 좌우 균형을 맞추는 동작을 반복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평소 바르지 못한 자세 탓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각종 질병이 생기는 것일 테고요. 몸은 물론 인간관계에서도 균형이 깨지면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관심과 무관심, 참견과 방조, 신뢰와 불신 등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도 균형이 깨지면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고 불편한 사이가 되고 말 것입니다. 물론 부모 자식 사이도 다르지 않을 테고요.


중학교 1학년, 사춘기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관계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관심과 무관심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어서입니다. 딸에게 관심을 가질 때는 먼저 말을 걸어올 때입니다. 용돈이 필요하고 과제에 도움이 필요하고 먹고 싶은 게 있을 때면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어떤 내용이든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못마땅한 내용도 있지만 일단은 먼저 듣습니다. 듣고 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적극적으로 동참합니다. 과제를 돕거나 음식을 만들어주는 건 제가 얼마든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많은 용돈을 요구하거나 아직은 가면 안 되는 곳을 가겠다고 하면 들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의견이 달라서 부딪칠 때면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저희 말을 들어줘서 크게 부딪힌 일은 없었습니다.


관심이 필요하듯 무관심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무관심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부모 입장에서는 천불이 나는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무관심은 쉽게 말해 자녀에게 잔소리를 안 하는 것입니다. 잔소리는 대개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행동이 못마땅할 때 쏟아냅니다. 간혹 정도를 지키지 못해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부모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식에게 서운하고, 자식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부모에게 섭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잔소리가 필요한 순간 무관심한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입니다. 학교와 학원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밥 먹는 때를 제외하고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가끔 무얼 하는지 궁금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지없이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내도 저도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 스마트폰을 늦게 사주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사주고 나니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화도 내고 잔소리도 했었습니다. 시간을 정해서 사용하자고 회유도 했었습니다. 안 통합니다.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무관심하기로 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방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아직은 잘 안 되지만 딸을 믿어보려고 합니다. 자기 방에 있는 동안 스마트폰을 보든 공부를 하든 친구와 통화를 하든 간섭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딸에 대한 믿음을 밑바탕에 두는 겁니다. 물론 그 시간이 아깝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입장에서는 말이죠. 하지만 시선을 옮겨보면 딸도 그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동안 학교와 학원을 성실히 다녔고 시험도 곧잘 보는 걸 보면 조금은 믿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냥 스마트폰만 보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공부를 꼭 책상에 앉아서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책상에 앉아서 해야 한다는 것도 저의 고정관념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필요한 공부나 과제를 위해 책상에 앉아하는 모습도 곧잘 보곤 합니다. 그러니 내 기준에서 아이의 태도를 평가하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딴에도 과제를 제때 해 가기 위해 시간 할애를 하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무관심도 필요한 태도라 여기기로 했습니다. 대신 안테나를 바짝 세운 무관심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도움을 바라는 신호를 보내면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필요한 순간 곁에 있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일 테니 말입니다.

관심과 무관심 사이 가장 필요한 건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무관심하고, 원하지 않는 간섭을 관심이라고 포장한다면 균형은 깨지고 말 것입니다. 사춘기를 지나는 자녀라면 표현이 서툴고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할 때가 많을 겁니다. 이런 태도 때문에 간혹 부모와 마찰을 일으키기도 할 테고요. 그럴수록 부모는 너그러워져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모든 부모가 성인군자가 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적절한 균형 감각이 필요할 것입니다. 자녀 입장에서 관심이 필요한 때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관심이 필요치 않은 상황에는 믿고 기다려주는 겁니다. 믿음을 갖는다는 거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많은 부모가 이 부분에서 무너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쉽게 얻어지는 게 없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도 이제껏 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과 제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책은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망나니 같던 저도 지난 5년 동안 책을 읽고 수양한 덕분에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직 더 많은 시간 두 딸과 부딪히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더 악화될 수도, 더 화목해질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바라는대로의 자녀 모습을 만들기보다, 자녀에게 보이는 부모의 태도를 선택하는 게 먼저일 거로 생각합니다.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나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 자녀도 조금씩 따라올 거로 믿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그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관심과 무관심의 정의를 내리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자녀와의 관계도 더 나아질 거로 믿습니다.


2022. 12. 04. 17:5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둘째야! 아빠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