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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09. 2022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2022. 12. 09.  07:36


내가 나를 좋아하는 데 조건은 필요 없다. 당연한 건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9번 이직하는 동안 꾸준하지 못했고, 화를 참지 못했고, 조금 더 어른스럽지 못했다. 일이 내 뜻대로 안 되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었다. 나를 원망할 용기는 없었고, 애먼 가족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때는 아내도 두 딸도 내 눈치만 봤던 것 같다. 늘 무표정했고 농담 한 마디 안 했다. 내 주변에는 찬바람만 불었다. 냉기뿐인 나에게 다가올 사람은 없었다. 나 조차도 나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5년 전 내 모습을 쓰다 보면 나 자신도 우울해진다. 그러니 과거의 내 모습은 이제 그만 들추고 싶다. 중요한 건 지금 내 모습과 앞으로의 나다. 지금 나는 내가 너무 좋다. 아니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아지고 있다. 이렇게 쓰니 마치 갱생이라도 한 것 같다. 어쩌면 갱생이나 다름없다. 암울했던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 초자할 수 없었다. 세상과 담을 쌓고 혼자 살았던 것 같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성공이 무엇인지, 행복은 어디서 찾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당장 내 발등에 불도 못 끄고 사는데 남의 이야기가 들릴 리 없었다. 귀 막고 눈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였다.


내가 나를 좋아하게 된 건 할 줄 아는 게 생기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끈기도 없었고 노력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하나씩 성취하기 시작했다. 책 한 권을 읽어냈고, 글도 한 편씩 써내기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말이다. 허공에 떠다니던 마음을 붙잡아 내 옆에 앉혔다. 진중하지 못하게 직장을 옮겼던 행동을 반성했다. 남 탓하기보다 내 안에서 잘못을 찾았다. 힘없는 아이에게 화를 내기보다 나에게 문제 있다고 생각했다. 겉돌던 부부관계도 진심을 다해 마주하기로 했다. 그러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틀어졌던 톱니가 조금씩 이를 맞춰가는 것 같았다. 스스로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나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한 번에 되는 건 없다고 했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보상처럼 성과가 주어지는 게 진리다. 보상을 받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다. 될 때까지 노력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게 보상이었다. 그러니 꾸준히 하면 언제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는다고 믿었다. 그렇게 믿고 4년을 이어온 나 자신이 대견했다. 그 사이 노력에 대한 보상도 받았다. 내 일을 찾았고, 두 아이와 관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아내와도 날이 갈수록 애정이 돋아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 매일 읽고 쓴 덕분에 내 이름의 책도 내게 되었다. 5년 전 내가 지금처럼 책을 내고 책을 읽고 매일 글을 쓰는 모습은 상상 목록에 없었다. 


지금의 나를 좋아하듯 앞으로 나도 기대가 된다. 여전히 꿈을 이루기 위해 같은 일상을 반복 중이고, 레고 블록 맞추듯 조금씩 형태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내가 바라는 나는 우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다. 물론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어야 할 테다. 그러기 위해 매일 읽고 쓰는 것이다. 읽고 쓰면서 매번 더 좋은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내가 성장하듯 내가 쓴 책도 점점 나아져야 한다. 그것이 책을 쓰는 목적이다. 흐리지 않는 물이 썩는 것처럼 책을 쓰는 사람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을 따라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을 해낸다면 분명 더 좋은 책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좋은 책을 쓰기 위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좋은 삶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변 사람과 함께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내 가족과 잘 지내야 한다. 두 딸에게는 든든한 아버지, 아내에게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며 함께 성장하는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분명 더 큰 사람이 될 것이다. 나보다 남을 더 위하고 나의 이익보다 모두의 이익을 위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만큼 보람도 없지 싶다. 


내가 바라는 모습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 내 노력에 따라 나는 물론 주변도 변한다는 걸 알았다.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노력한 내가 자랑스럽다. 그런 노력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좋아지는 걸 몸으로 느끼며 앞으로도 더 노력하고 싶다. 내가 나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물론 내 주변은 얼마든 달라진다. 선순환이라 생각한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습은 그때로 남겨두고, 마음에 드는 지금 모습에 집중하려고 한다. 지금도 좋고 더 노력하면 더 좋아질 수 있으니 말이다.      


2022. 12. 0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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