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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1. 2022

성공에 다가서는
'현타 동기부여'

2022. 12. 11.  06:31


"인생에 성공은 있어도 실패는 없어요. 실패 말고 과정만 있을 뿐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방송인 조혜련 씨가 강연하는 영상을 우연히 봤습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도전을 해내지 못하면 우리는 실패라고 단정 짓곤 합니다. 그녀는 실패를 끝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과정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과정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런 과정이 모여 결국 성공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될 때까지 반복하는 게 성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반복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타(현실 자각 타임)'옵니다. 대개는 내가 지금은 뭐 하고 있지? 이런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 이 길이 맞을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끝이 보이지 않고 언제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막연함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희망은 남의 이야기인 것 같고 안 되는 이유만 떠오르고 비교만 하게 됩니다. 된다는 믿음보다 되지 않는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현타는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막연하고 불안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오늘,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으로 말이죠.


5년째 책을 읽고 4년 반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름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결코 만만한 시간이 아닙니다. 그 시간을 버텨낸 제가 대견합니다. 그럴만한 인간이 아니었거든요. 묵묵히 매일 해내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내가 꿈꾸는 성공에 한 발씩 다가서고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이라 이왕이면 그 성공이라는 게 금방이라도 손에 잡히길 바랍니다. 오늘 이 노력이 내일 당장 빛을 보길 발하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희망은 희망일 뿐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다고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왜 지금 이러고 있는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포기하면 그동안의 노력은 애써 적셔놓은 종이가 말라버리는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자고 5년을 버텨온 게 아니니 말입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나는 왜 이러지, 왜 이것밖에 못하지, 더 잘하고 싶은데, 무엇이 부족하지, 헛꿈을 꾸는 건가, 온갖 상상은 결국 현실 부정으로 이어집니다. 현실을 부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남들과 비교한다고 당장 내 능력이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한다고 나에게 콩고물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현타'가 오면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그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노트북을 켜고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 리스트 맨 위 앨범을 실행시키고 로그인 후 빈 화면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하고 손가락을 움직여 쓰고 싶은 글을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스스로 정한 시간 동안 생각한 대로 한 편의 글을 써내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성취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결국 매일 내가 쓰는 글 한편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습니다. 현타가 올 때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걸 해내는 게 '현타'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입니다. 


성공은 아직 이지만 실패는 없었습니다. 과정만 이어져왔습니다. 과정에 충실한 덕분에 원하는 책도 내고 강연도 하고 삶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타는 동기부여입니다.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내가 해야 할 게 보입니다. 보이는 대로 꾸준히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당장은 표가 안나도 물방울을 빨아들이는 종이가 서서히 젖듯, 지금 내가 하는 것들로 인해 바라는 성공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테니 말입니다. 


일요일 아침, 늘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문득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생각했습니다. 잘 나가는 주변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여전히 같은 일상을 사는 내 모습도 보였습니다. 비교하니 의심만 커집니다. 비교는 쓸데없는 망상인 걸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떠다니는 생각을 걷어차고 다시 빈 화면을 마주하고 매일 듣는 음악에 빠져 지금 이렇게 또 한 편의 글을 써냈습니다. 화려한 조명으로 감싼 근사한 트리가 눈앞에 보입니다. 제가 바라는 성공은 트리가 뿜어내는 화려한 조명 같은 게 아닙니다. 그런 근사함을 감당할 깜냥도 안됩니다. 대신 내가 노력한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인정과 함께 경제적 여유가 따라올 거로 믿습니다. 현타를 극복하며 성취감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2022. 12. 1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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