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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5. 2022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2022. 12. 15.  07:38


조용민 작가는 《언바운드》를 통해 생각의 틀을 벗어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언리시》를 통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언리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나의 선한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한 가지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남산 터널을 지나려면 2천 원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는 뒤따르는 다음 차의 통행료를 대신 내보기로 했다. 한 대는 효과가 미미할 것 같아 네 대를 지불해온 지 꽤 됐다고 한다. 아직 이렇다 할 반향은 없다고 한다. 그가 그런 실험을 하는 건 나의 선한 행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눈에 띄지는 않아도 타인을 배려하는 이런 소소한 행동이 쌓이면 결국 사회 전체가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2020년 12월경부터 평일 점심은 샐러디에서 탄단지샐러드 한 그릇을 먹어오고 있다. 식단관리를 시작할 즈음이었다.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으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버스 타고 가는 불편은 있었지만 내 건강을 위해 실천해 보기로 했다. 같은 시간 매일 찾아가니 사장님도 얼굴이 익었는지 아는 척을 해주셨다. 수개월을 매일 찾아가니 단골이 되었다. 단골이 되고부터 토핑 서비스를 알아서 챙겨주셨다. 몇 번은 추가 요금을 냈지만 어느 때부터 잘 먹어야 한다며 달걀 한 개와 단호박 때로는 우삼겹을 얹혀주신다. 또 목이 마를까 아메리카노 한 잔도 챙겨 주신다. 아무리 단골이지만 이렇게 많이 챙겨주는 게 부담도 됐다. 괜찮다고 말해도 기어이 챙겨주시는 게 감사했다. 나도 받고만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비싸고 거창한 걸 준다면 부담 가질 것 같았다. 그래서 직원분과 함께 드시라고 간식거리로 음료수나 과자를 사드렸다. 매일 서비스를 챙겨주시지만 나는 2~3주에 한 번 꼴로 보답한다. 이렇게 주고받은 지 2년을 넘기고 있다. 


평일 아침 7시 반이면 문을 여는 카페가 있다. 이곳에 단골이 된지도 2년이 되어간다. 이곳 사장님은 코로나가 한창일 때 손님이 줄어들자 문 여는 시간을 당겼다. 그 덕분에 나도 7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평일이면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얼굴 도장도 찍고 쿠폰에도 도장을 찍는다. 늘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내가 마시는 2,2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위해 기꺼이 일찍 문을 열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감사해 가끔은 초콜릿이나 빵을 슬쩍 내밀기도 한다. 사장님도 받으면 어김없이 보답해 주신다. 겨울이면 기침을 달고 사는 때가 있다. 기침하는 내가 안쓰러운지 커피와 따뜻한 물 한 잔을 함께 내어주신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손님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는 세 아들을 키우는 내내 장사를 하셨다. 손맛도 좋은 어머니는 수완도 좋았다. 먹는장사는 무조건 푸짐해야 한다는 게 당신의 철학이었다. 라면 한 그릇을 팔아도 부족하지 않게 서비스를 내어 주셨다. 자리를 옮겨 열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인심 좋은 식당으로 소문나기 일쑤였다. 그 덕분에 몸은 고단해도 장사는 제법 잘 됐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만 덤을 주는 게 아니다. 어머니도 손님이 주문에 음식 말고도 한 가지라도 더 내어 주려고 애쓰셨다. 단골이 되는 손님도 맛도 있지만 푸짐한 인심에 끌려 자주 찾는다고 했다. 어머니도 당신의 노력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한 끼를 든든히 채울 수 있다는 데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셨던 것 같다.


조용민 작가가 뒤차 대신 통행료를 내주는 것도, 샐러디와 단골 카페 사장님이 서비스를 기꺼이 내어주는 것도 타인을 향한 선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서, 나로 인해 상대방이 즐거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받은 상대방 또한 다른 사람에게 같은 친절을 베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테다. 그런 선순환이 결국 우리 사회를 더 살기 좋게 만든다고 믿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받은 호의가 결코 당연한 게 아님을. 주는 사람도 대가를 바라기보다 주는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기꺼이 행동으로 옮긴다. 그들의 행동은 대가를 바란다면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서로가 기쁨을 느끼는 건 그리 대단한 행동이 아니다. 기꺼이 몇 천 원을 내주고 달걀 하나 얹어주고 물 한 잔 내어주는 것이다. 대신 그 안에 담신 마음은 어디서도,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것 같다. 조건 없이 주겠다는 마음은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저절로 전해지니 말이다. 내 주변 사람에게 사소하지만 기쁨을 줄 수 있는 행동은 없는지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2022. 12. 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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