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앞 일단 멈춤

by 김형준

나는 왜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쓸까? 나를 증명하기 위해? 글쓰기 연습? 하루쯤 안 쓰면 내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소통을 목적으로 쓰지만 소통을 잘하고 있나? 일방통행이 아닐까? 일요일 하루는 브런치, 블로그에 올리지 않고 자유롭게 써보고 싶은 글을 쓰는 건 어떨까? 일정한 시간 안에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게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배웠다. 시작과 끝이 있는 글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 문체를 달리하며 써 볼 수 있다. 일상을 기록으로 남길 수도 있다. 여러모로 도움은 된다. 많이 써보는 것만큼 실력이 느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고 배웠다. 나도 동의한다. 결국 양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 양에 의해 질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양을 늘리는 방법이 꼭 누군가에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만은 아니다. 주말에도 글 한편 쓰겠다고 시작과 끝을 정해놓고 머리를 쥐어짜는 게 나다. 속 시원하게 써내는 날도 있지만, 오늘처럼 40분 넘게 생각만 하는 날도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보이는 글에 집착해야 하지? 적어도 주말에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써보면 어떨까? 굳이 주말에도 내가 어디서 어떤 글을 쓰는지 광고하는 게 맞을까? 보이지 않은 곳에서 쉼 없이 발을 젓기에 우아해 보이는 게 백조다. SNS에 글을 올리지 않아도 매일 글을 쓰면 작가다.


다양한 SNS에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나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름을 알리지 못하면 기회를 얻지 못한다. 기회는 생계와도 연결된다. 글을 잘 쓰지 못하니 글만 쓰는 작가는 되고 싶지 않다. 글도 쓰면서 돈도 잘 버는 작가이고 싶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나를 알려야 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방법은 소통이다. 소통을 위해 SNS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방법을 여러 작가가 선택한다. 실제로도 효과가 있다. 출간 제의, 강연 문의, 원고 청탁 등 다양한 기회가 SNS를 통해 이루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쉽게 포기가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는 게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꼭 필요하다.


작년부터 이런 고민을 해왔다. 아마도 다른 종류의 글을 써보고 싶어서인 것 같다. 직장을 다니니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하려니 선택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초보 작가니 이름을 알리는 게 먼저였고 지금껏 그래왔다. 그러니 숫자에 집착했다. 소통의 기준은 조회수였다. 내려놓기 쉽지 않다. 아직 이름을 알리지도 여러 기회를 얻지 못했다. 여기서 방향을 틀면 지금까지 쌓은 게 물거품이 될까 두렵다. 대단한 걸 이룬 건 아니지만 그간의 노력이 빛바래지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더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것 같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일 테다. 어쩌면 방향을 살짝 틀어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방법을 바꿔보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누구도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도해 보는 거다.


명함이 세 개 이상은 될 것 같은 지인이 있다. 아무리 정신없이 살아도 주말 하루 정도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한다고 했다. 3년 넘게 나를 지켜보며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건 필요하지만 어떤 땐 안타깝단다. 주말도 없는 일상에 자칫 가족에게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도 내가 맞게 가는지 가끔 의심이 든다. 이 방법이 최선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관성을 이기지 못해 끌려가는 것일 수 있다.


이런 고민을 적는 것도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보일 수 있다. 별 시답잖은 고민 한다고도 할 수 있다. 부정하지 않는다. 굳이 이렇게까지 드러낼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아차리고 사는지 되묻고 싶다. 살다 보면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 순간을 알아차리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눈치 못 채는 사람도 있다. 어떤 변화든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직접 부딪히며 겪어봐야 알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들여다봤다. 교차로에 들어서기 전 멈춰 어느 방향으로 갈지 고민 중이다. 살던 대로 사는 게 정답은 아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또 다른 답이 있을 수 있다.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는 게 잘 사는 거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고 들여다보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일단 멈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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