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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07. 2023

숨 참고 잠수 중입니다

2023. 02. 07.  10:12


해녀 사이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거 아세요? 수심 15미터 이상 잠수하는 상군, 8~10미터 중군, 5~7미터 하군으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상군 해녀의 평균 잠수 시간은 2분입니다. 깊이 오래 잠수하는 만큼 채취하는 양도 종류도 다양합니다. 숨을 참아낸 대가입니다. 해녀가 숨을 참듯 우리도 무언가 얻으려면 견디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운전 중 잠 깨기 위해 김창옥 TV를 자주 봅니다. 그가 강연 한 지도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언제 들어도 편안합니다. 코로나 이후 전국을 돌며 토크 콘서트를 진행 중입니다. 장소를 달리하며 다양한 주제를 전해줍니다. 어느 영상에서는 무대 중앙 붉은색 원형 카펫 위에서 강연 중인 모습을 봤습니다. 카펫 위에 선 그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넓은 무대에 자신이 설 수 있는 위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 위치에 서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견뎌냈을 것입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생애 첫 무대가 있었고, 원치 않는 곳에 서야 할 때도 있었고, 계획한 대로 안 되는 경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1년, 5년, 10년을 버텨냈고 점차 깊이 잠수하는 상군의 위치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했습니다. 그렇게 목적을 갖고 오랜 시간을 버텨낸 끝에 '김창옥'만이 설 수 있는 자리를 갖게 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작가, 강연가, 1인 기업가를 꿈꾸며 5년째 버티고 있습니다. 직장에 매인 몸이라 원하는 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뜻을 세워 이제까지 갈고닦아오고 있습니다.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음악은 긴장감이 고조된 뒤 절정을 선사하듯, 그동안 만들어낸 성과들도 머지않아 저에게 빛을 안겨줄 거로 믿고 있습니다. 5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습니다.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투자하는 시간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충분히 각오하지 않았다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그래봐서 똑같이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바라든 반드시 숨 참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배웠습니다. 배운 걸 의심하지 않고 미련하리만치 참아내고 있습니다.


공연의 성격에 따라 무대를 채우는 사람은 다양합니다. 저마다의 재능으로 꼭 필요한 곳에 자리합니다. 남들보다 앞서 자리한 이도 있고, 여전히 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도 있습니다. 무대 주변을 맴돌다가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중앙에 서는 이도 있습니다. 반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한 번의 실수로 다시는 무대에 서지 못하는 이도 있습니다. 무대 어디든 어느 날 갑자기 그 자리에 서게 된 사람은 없습니다.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치른 이들만이 자신의 자리에 설 자격이 생깁니다. 15미터 이상 잠수하기 위해 2분 이상 숨을 참아야 하는 해녀가 그렇고, 무대 정 중앙에 자신만을 위한 카펫이 깔린 김창옥 강사가 그렇습니다. 물론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만한 대가를 치렀을 것입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무대에서 서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무대에 한 번 선다고 인생이 달라질 일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이 없다면 두 번도 없습니다. 처음 기회를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는 오롯이 제 몫입니다. 그래서 5년을 아니 그 이상을 벼텨낼 각오로 하루하루를 삽니다. 어쩌면 남들 눈에 미련해 보일 수 있습니다. 아무려면 어떤가요?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 인걸요. 좋아하는 일이 없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좋아서 하는 일을 미련하게 버텨내면 꼭 대가를 얻게 된다는 것을요.


2023. 02. 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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