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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02. 2023

자기 단련

2023. 02. 02. 06:20


공간의 크기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대학에서 배운 걸 떠올려 보면, 각각의 공간마다 조사연구를 통해 얻어진 1인당 최소 필요 면적을 기준에 이용자 수를 곱해서 계산합니다. 주거 공간 1인당 약 33제곱미터(약 10평-2019년 기준), 사무공간 약 11제곱미터(약 4평), 영화관 객석 약 0.6제곱미터마다 사람 수를 곱하면 개략적인 공간의 크기가 정해집니다. 그 밖의 부속 공간도 전체 면적에 비례해 각각의 크기가 정해지고 이를 더해 공간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다양한 공간은 조사연구를 통해 체계화된 숫자와 복잡한 계산으로 그 크기가 결정됩니다.

크기가 정해지면 이제 기술을 활용해 건물을 짓습니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완성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단계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정도를 지키며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완공하는 게 기술자의 역량입니다. 끊임없이 문제와 마주하고 해결하기를 반복합니다. 한 가지 답이 아닌 다양한 경우 수를 고민합니다. 그중 가장 경제적인 답을 찾아내는 게 그들의 역할입니다. 건물의 뼈대를 세우고 마감재를 두르며 제 모양을 찾아갑니다. 함께 하는 기술자도 점차 성장하게 됩니다.


사람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무엇이 사람의 크기를 말해줄까요? 저는 '오늘 무엇을 했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왜 오늘일까요? 오늘 내가 사는 모습은 공간의 크기를 결정하는 최소 면적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을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24시간도 누구는 촘촘히 사용하고 누구는 적당히 살고 또 누구는 낭비하기도 합니다. 당장은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날이 반복될수록 누구는 성공에 다가서고, 누구는 그저 그런 삶을 맴돌고, 누구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건물이 쉽게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조바심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크고 높은 건물도 1층을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삐딱해지고 결국 무너집니다. 마찬가지로 조바심 때문에 하루에 정성을 다하지 못하면 결국 인생이 무너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 졸업장이 없는 게 구직에는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면접관도 졸업을 왜 못했냐고 물으며 성실성을 의심했습니다. 26살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결국 실패했다고 말하면 성급함을 의심했습니다. 준비도 안 된 상태로 무작정 뛰어든 무모함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걷는 게 정답은 아닙니다. 저마다의 속도와 스스로 정한 방향을 보고 걷는 게 맞을 겁니다. 그래도 기준은 있습니다. 조바심 낸다고 성과가 나지 않듯 빨리 걷는다고 무조건 먼저 도착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이후의 삶이 더 힘들고 작은 일에도 조바심을 내는 제가 되었습니다.


한 권의 책도 첫 페이지 첫 글자부터 시작합니다. 한 편의 글을 쓸 때도 첫 문장 첫 글자가 시작입니다. 처음 없이는 마지막도 없습니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처음이 있어야 하고요. 지난 5년 동안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시작됐고, 여전히 하루 중 책 읽는 시간이 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여전히 하루 중 글 쓰는 시간이 있습니다. 매일 이 두 가지를 반복하다 보니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커피 한 잔 마실 용돈도 생겼습니다. 시작할 때는 의심도 조바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그냥 했습니다. 시간이 쌓이고 하나씩 성과가 보이면서 의심도 조바심도 옅어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완성되는 건물을 보면서 보람을 찾는 기술자들처럼요.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완공되기까지 150년이 걸렸습니다. 설계가 워낙 복잡하기도 했지만 기술자의 정성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겐 단순한 성당이 아닌 역사를 짓는다는 신념 그 자체였을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쌓아 올린 날들이 결국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완성되는 것도 결국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인 것 같습니다. 당장 표가 안 난다고 허투루 살면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고, 당장 표가 안 나지만 정성을 다하면 별보다 빛나는 삶을 살게 될 겁니다. 저도 그런 믿음으로 지금껏 5년을 하루처럼 버텨왔다고 생각합니다. 바라는 빛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딘가에서 서서히 빛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려고 합니다.


"부자가 되는 마스터키는 자기 단련이다." - 나폴레온 힐


2023. 02. 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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