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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13. 2023

퇴직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2023. 02. 13.  07:38


축구를 좋아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거가 되었다. 글쓰기를 좋아한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소설가가 되었다. 피아노를 좋아한 임윤찬은 세계가 인정한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명예는 당연하고 부는 덤이다. 또 하나 공통점은 부를 좇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일에 모든 걸 쏟아부었고 돈은 저절로 따라온 일종의 보상이었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에겐 두 가지 충족 조건이 있다. 좋아하는 일과 수입이다. 둘 중 하나만 충족되면 안정된 퇴직이 될 수 없다. 현실에서 이 둘을 충족해 주면 좋겠지만 생각처럼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좇으려니 수입이 불안하고, 수입에 집중하니 직장을 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둘을 충족하는 완벽한 퇴직은 가능할까?


완벽한 퇴직을 꿈꾸며 5년째다. 내가 바라는 완벽한 퇴직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월 1천만 원 이상 꾸준한 수입이다. 둘 중 하나는 이미 실현했다.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매일 읽고 쓰면서 작가로서 강연가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 일은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택했다. 생소했지만 배우고 익히며 실력을 쌓았고 무엇보다 평생 배워야 한다는 게 더 매력이었다. 단지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태도만 갖는다면 나이 들수록 수입의 덩치가 커질 수 있다는 것 또한 매력이었다. 공부를 게을리했던 내가 평생 공부로 먹고살 결심을 했다. 해보기 전에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 끈기 있고 한우물 파는 데 소질이 있을지를.


중요한 건 수입이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다. 월급에 의지해 한 달을 버틴다. 중학생, 초등학생 그리고 대학원생 아내까지. 맞벌이로 근근이 한 달을 산다. 앞으로 더 돈 들 일만 남았다.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아이들이 크는 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진다. 월급 외로 벌지 못하면 마이너스 인생이 될 수도 있다. 퇴사하기 전 아사할 수도 있다. 그래서 5년 전 좋아하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5년째 꾸준함을 무기로 수입을 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아직까지는 신통치 않다. 3년 전 첫 수입을 내고 지금까지 번 돈을 모아도 한 달치 월급에도 못 미친다. 직장을 다니며 딴짓을 하니 아내도 참고 기다린다. 그렇다고 5년 10년 더 직장만 다니고 있을 수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직장 다니며 수입을 만드는 게 쉽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수입을 만들어 냈다면 과감히 퇴직을 감행하고 본격적으로 매진해야 할 때가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은 따라온다고 성공한 사람은 법칙처럼 말한다. 솔직히 이 말이 나에겐 와닿지 않는다. 그 말을 믿어야 그렇게 된다고 하는데 직접 겪어보지 않은 걸 믿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을 통해 만족스러울 만큼의 수입이 생겼다면 그때부터 맹신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이다. 그러니 지금은 반신반의다. 안 믿자니 지금의 노력이 헛짓임을 슬쩍 인정하는 것 같아서 더더욱 못 그러겠다. 그러니 51퍼센트의 믿음으로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올해 마흔여덟이다. 아마 6월부터 다시 마흔일곱이 될 테다. 한 살을 번 만큼 조금 더 공격적으로 돈벌이에 뛰어들 계획을 올해 갖고 있다. 올 해부터 제대로 수입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와 계획을 세웠다. 직장을 다니면서 말이다. 퇴직의 두 가지 충족 조건 중 수입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궁극의 월 1천만 원은 아니더라도 월급만큼의 수입을 내는 것이 지금 목표다.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모든 계획은 완벽하다. 머릿속에 있을 때만 말이다. 현실은 현실이다. 현실에서 실현되려면 어떤 고통을 감당해야 할지 아직 감이 안 온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명확하고 상대방의 필요를 충족시켰을 때 그들의 지갑은 열린다. 이 말은 내가 가진 게 그들의 지갑을 열 만큼의 가치가 있느냐이다. 나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많다. 그들과 구분될 수 있는 나만의 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 색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을 때 지갑도 열 수 있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도 명확하고 목표도 선명하고 계획도 확실하다. 그렇다면 돈은 따라온다고 믿으면 된다. 과연 그럴까? 아마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생각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있을 테다. 세상이 그리 호락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중요한 건 그때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그대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단단히 멘털을 부여잡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예상은 못하지만 대처는 할 수 있다. 정답이 있는 문제도 있고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일도 있다. 지금껏 직장에서 배운 요령을 십 분 발휘해야 한다. 안 그러면 20년 짬이 아깝지 않은가. 처음은 어리바리하겠지만 한 번 두 번 겪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처세도 바르게 할 수 있을 거로 믿는다. 나름 정도를 걷고 있다고 생각하고 제대로 배우고 있다고 믿으니 말이다.


인생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 계획대로 되면 더 의심해봐야 한다. 아무리 치밀하게 전략을 짜도 상대에게 허를 찔리기도 한다. 중요한 건 찔렸을 때 대응자세이다. 책과 사람에게 어느 정도 배울 수 있지만 완벽할 수 없다. 경험해 보는 게 최선이다. 수입이 달린 문제이니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고 무엇보다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바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이다. 모든 자극은 신념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손흥민도 조앤 롤링도 임윤찬도 흔들릴 때가 분명 있었다. 그들을 지금에 있게 한 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만 좇았다면 아마 그들의 이름은 세상에 남지 못했을 테다. 나는 조앤 롤링 급의 유명세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내 노력만큼의 안정된 수입과 이를 통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여건을 갖는 것이다. 딱 한 가지만 명심하려고 한다. 돈 보다 좋아하는 일이 먼저고 그 일을 통해 내가 목표하는 걸 이루어 가는 것이다.


2023. 02. 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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