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지적호기심의 가벼움

진정한 변화는 인간 관계를 통해 완성 된다.

by 김형준

참을 수 없는 지적호기심의 가벼움


건축기사 시험 8회 응시 8회 불합격, 칼럼리트스 2급 1회 응시 1회 불합격, 토익 6회 응시 평균 520점, 삼육 어학원 6개월 코스 중 2개월 수강, 스피킹 맥스 1년 과정 신청 1개월 만에 포기, 공인중개사 1차 합격, 이듬해 2차 불합격 후 포기. 이직과 승진을 위한 스펙 쌓기 용 도전 들이다. 언제나 시작은 의욕이 넘쳤다. 의욕만 앞섰다. 언제나 실패로 마무리 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 시작인 서른 살부터 이어진 도전의 역사다. 역사라고 하기 엔 보잘 것 없다. 역사는 후대에서 평가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의 역사 중 평가 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언제나 포기의 연속이었다. 언제나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행동은 이상을 따라가지 못했다. 때로는 순간적인 호기심에, 때로는 당장의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서, 때로는 불안을 잊기 위해 무작정 달려들었다. 어설픈 목표는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계획도 없는 목표는 언제나 표류했다. 시간을 통제하지 못한 목표는 언제나 목적지를 잃게 만들었다. 이랬던 내가 지금은 시간을 통제하고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실천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불안은 불만을 낳았다.


마흔 살 이후 불안은 커졌다. 다니던 직장은 비전도 목표도 불확실 했다. 매일 하는 일은 주체적이기 보다 의미 없는 반복이었다. 내 안의 화를 풀 곳은 술자리 뿐 이었다. 의미 없이 주고받는 술잔은 정신 만 혼미하게 만들었다. 자고나면 후회의 연속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또 다른 술자리를 기웃거렸다. 스트레스 풀기 위한 술자리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채워졌다. 술이 아니면 티브이, 티브이가 아니면 스마트 폰, 스마트 폰도 아니면 무작정 거리를 배회했다. 누구 한 명 어디 한 곳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이럴 때 가족이 필요하다고 한다. 차마 아내에게 내 상황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내도 하루하루 일과 육아에 치여 살았다. 어쩌면 내 고민은 배부른 것일 수도 있었다. 그 나이 때면 누구나 은퇴를 고민한다. 그렇다고 답을 갖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 불안한 오늘 살면서 그저 오늘에 충실할 뿐이다. 겨울왕국2 중간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엘사가 다시 만난 경호 대장에게 건네는 말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거죠.”(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이 말이 마흔의 나에게 정답일 수 있다. 그렇게 하루를 열심히 살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것이 당시 으로썬 최선이었다.


나를 살린 청개구리 본성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하라고 하면 더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인간의 본성이다. 당시 다니던 직장의 사장님은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에 가깝게 훈계하셨다. 독서의 중요성을 입에 거품 물며 설명하셨다. 그 말은 불만만 가득한 나를 뚫고 들어올 만큼 강력하지 않았다.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저 먼저 인생을 산 꼰대의 자기 자랑으로만 느껴졌다.(사장님 죄송합니다) 어느 날인가 더 이상 책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기셨다. “더 이상 책 읽으란 소리 안 합니다. 반응이 없으니 말하는 내 입만 아프다.” 그 날 이후 책과 관련 된 그 어떤 말씀도 없으셨다. 매주 듣던 책 소개와 삶을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더 이상 듣지 못한다니 조금 아쉬웠다. 사장님 말씀 중 틀린 말씀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이었다. 책을 읽고 조언대로 삶을 산다면 적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효과가 있다.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어느 날 내안의 청개구리 본성이 깨어났다. 하지 말라고 하니 해보고 싶어졌다. 테블릿 구매를 시작으로 나의 독서 생활은 시작되었다.


호기심이 실행의 원동력?


지나온 시간 속 나는 무언가 시작은 해도 끝까지 해내는 지구력이 부족했다. 하다보면 지치고 싫증내기의 반복이었다. 책 읽는 것도 처음은 불안했다. 이러다 또 포기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다. 확실한 목표와 계획을 갖고 시작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하라고 하니 한 번 해보는 것이었다. 하다가 그만 두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었다. 의지 보다 호기심 뿐 이었다. 몇 권을 읽어보니 또 다른 책이 궁금해졌다. 다른 책엔 어떤 내용이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한 권 읽고 또 한 권을 읽으며 궁금증이 이어졌다. 200~300 페이지 한 권을 3-4시간 동안 읽으며 또 다른 세상을 만났다. 이렇게 만나는 세상은 나의 단점인 지구력과 잘 맞았다. 3-4시간을 만들기 위해 이틀에서 삼 일간 짬짬이 시간을 만들었다. 이 시간이 길다 면 길고 짧다면 짧다. 끈기 부족인 내가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독서의 패턴이 지금까지 이어 올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였다.


동경에서 공감으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책들 속에는 바깥세상보다 훨씬 다양한 평행세계가 끝도 없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들 속세계가 나를 둘러싼 좁고 남루한 세계보다 훨씬 멋있기도 했다. - 쾌락독서 중 문유석


눈 뜨고 잠들기까지 일하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많은 시간을 책을 읽었다. 책 속 세상에 점점 빠져 들었다. 책이 보여주는 또 다른 세상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한 권의 책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만났다. 그들의 인생은 나와 달랐다. 그들은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엄청난 부를 쌓기도 했고, 직장을 다니며 여러 가지 직업을 갖기도 했고, 실패한 인생에서 보기 좋게 역전하기도 했다. 그들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통점과 나에게 없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똑같은 24시간이 주어지지만 누구는 원하는 삶을 살고 누구는 시키는 대로 살 수 밖에 없는 삶을 산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간이었다. 직업이 무엇이든, 재산이 많든, 학생이든, 주부든 누구에게나 공평한 한 가지는 시간이다. 같은 시간 안에서 자신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이다. 성공의 기준은 정의하기 나름이다. 같은 직장인이라도 주도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며 원하는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면 이 또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더 큰 성공의 초석은 주도적인 삶에서 시작한다. 내 시간, 내 삶에 주도적이지 못한 이들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했다. 다행인건 책을 읽으며 시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하루 중 책 읽을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낭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했다. 매일 습관처럼 책을 읽기 위해 일정시간 확보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습관은 쓸모없는 시간을 없앴다. 시간이 만들어지자 해보고 싶은 것들이 하나씩 생겼다. 부업의 필요성을 느껴 온라인 마켓을 시작했다. 단 삼 일만에 사업자등록과 온라인 마켓 등록까지 마쳤다. 거래처 선정 후 제품정보 등록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지 열흘 만에 온라인 마켓을 가진 사업자가 되었다. 시작조차 두려워하던 내가, 시간을 낭비하던 내가, 목표 없이 무의미하게 살던 내가, 책 속 그들처럼 하나씩 해내고 있었다. 스스로 해낸 작은 성공이 막연하던 동경에서 ‘하면 된 다’는 그들의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책을 통해 접하는 세상은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 중 한 가지를 스스로 해내게 되니 자신감이 생겼다. ‘해보고 싶은 것’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되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일단 시도해 보면 된다. 결과는 그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더 큰 목표에 도전했다. 안 될 것 같은 목표에 도전하고 성공했을 때 더 큰 성장을 한다고 했다. 도전 자체로 가슴은 뜨거웠다. 뜨거워진 가슴은 어떤 도전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2019년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했다. 그 결과는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였다.

일 년 300권 읽기 도전은 책에 대한 갈증이 시발점이었다. 2018년 한 해 동안 읽은 160여권은 또 다른 호기심의 시작이었다. 나 자신이 무지함을 깨달았다. 책을 안 읽었다면 스스로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없었다. 한 권의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진다. 세상은 존재하는 사람 수 만큼 다양한 삶이 존재했고, 사람 수 만큼의 지혜로 채워져 있다. 그 많은 지혜는 내가 손을 뻗어 배우지 않으면 내 것이 될 수 없다. 손 만 뻗으면 닿을 곳에 수많은 삶의 지혜가 존재했고, 나는 손을 뻗어 그들의 지혜를 펼쳐 그 안에 들어가 보고 배우고 깨달으면 되는 것이었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었다. 더 다양한 삶을 접하고 싶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책을 읽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양한 책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가고 싶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도 있었다. 많이 읽는다고 다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책 한 권엔 다양한 생각이 담겨 있다. 나와 맞는 생각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한 권을 읽으며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 만 선택할 수 있어야 했다. 책에도 양서가 있고 악서가 있었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한 권에서 여러 생각을 취할 수도 있고, 하나도 안 취할 수도 있다. 단 하나의 생각을 취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300권을 읽고 300개의 생각만 얻게 되어도 의미 있는 성장이 될 거라 생각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어떤 방법으로 실행할지 결정한 후 행동으로 옮겼다. 그렇게 2019년 한 해 동안 300권 읽기를 이어갔다. 2019년 12월 31일 309권으로 도전을 마무리했다. 또 한 번의 성공을 맛보았다. 한 발 더 성장한 것 같았다.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믿었다. 의심하지 않았다. 잘 하고 있다고 믿었다. 믿음을 바탕으로 2020년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도전과 성공은 내 안의 변화였다. 나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는 도전이었다. 나의 궁극의 목표는 이런 나의 변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도 그런 믿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서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들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었다. 이것이 선순환이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또 가진 것이 적더라도 나누고자 할 때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믿음으로 41명의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매일 함께 성장하는 글쓰기와 책읽기를 이어가고 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있듯, 41명 개개인이 줄 수 있는 가치를 갖고 있다.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차가운 머리로 나를 인식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도전하고, 두 발로 행동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변화는 시작된다고 했다. 행동은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진정한 변화의 완성은 인간관계의 변화라고 신영복 선생님은 말했다. 스스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변화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인간관계 속으로 들어가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변화라 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성장 중이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책을 읽었기에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 책을 읽었기에 내 안의 가능성도 만났다. 책을 읽었기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책을 읽고 있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책을 읽을 것이기에 더 많은 가치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년 간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이 변했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책을 통해 키운 꿈 들이 하나씩 이루어졌다. 지금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곧 현실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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