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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pr 03. 2023

직장인 월요병 처방전


월요일 6시, 사무실에 불을 켜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주말이 돌아오듯 오지 않았으면 하는 월요일도 어김없이 시작됩니다. 월요일 업무가 시작되면 항상 정신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다를 것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지난 금요일 윗분들이 일을 잔뜩 지시해 놨기 때문입니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했지만 월요일 출근길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됩니다. 그나마 출근하는 동안 오디오북을 들으며 잠시 딴 세상에 다녀오는 게 커다란 위안입니다. 오늘 아침은 지난주에 듣다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은의 잭》을 마저 들었습니다.


폭발물을 설치한 테러범으로부터 스키장을 지키려는 직원, 아무것도 모른 채 인질이 된 스키장 이용객. 빠른 전개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스릴 넘치는 소설입니다. 오디오북으로 듣기에 이만한 소설이 없는 것 같습니다. 40분 남짓 운전해 오는 동안 잠시 스키장에 다녀온 듯합니다.


출근만 하려고 집을 나서면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두 발을 질질 끌고 근근이 버스나 지하철을 탑니다. 운이 좋아 의자에 앉으면 그때부터 또 다른 현실로 들어갑니다. 밤 사이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뉴스 검색, 볼만한 동영상은 없는지 뒤져보고, 눈에 띄는 광고에서 살 만한 게 없는지 둘러봅니다.


세상은 늘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뉴스는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눈을 자극하는 동영상은 쉼 없이 만들어냅니다. 한 번이라도 더 클릭을 유도하는 광고는 말 그대로 홍수입니다. 그런 것들이 월요일 전쟁을 준비 중인 저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런 자극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것을요.


출근하는 동안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자극은 정신만 산만하게 만듭니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월요일이니 더 현실감 떨어지는 내용만 찾았던 것 같습니다. 일하기 위해 억지로 끌려간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며 5년 넘게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도 어김없이 책을 읽으며 시작합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만든 자극적인 정보가 아닌, 누군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저자의 글을 읽습니다. 저자의 경험, 정보, 지식, 지혜를 책을 통해 하나씩 배웁니다.


자기 계발서, 에세이, 심리, 철학, 인문, 경제, 건강,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읽습니다. 장르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인간상이 담겨 있습니다. 책에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말이죠. 그러니 눈뜨면 마주하는 현실에서 잠시 눈을 돌려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클래식이 얼핏 복잡하게 들리지만 실은 비슷한 부분이 자주 반복되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런 구조 때문에 뇌는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휴식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가사가 있는 음악보다 클래식이 더 효과적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것도 이런 효과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책의 한 부분을 읽다 보면 관련된 내용을 생각하게 됩니다. 책에서 접한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다 보면 들뜬 기분도 가라앉는 효과가 있습니다. 스토리를 따라 읽다 보면 집중력도 좋아집니다. 집중은 산만했던 마음도 하나로 묶어 줍니다.


월요일 출근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입니다. 거기에 산만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접하면 마음은 이미 산으로 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의 제가 그랬거든요. 산으로 간 마음으로 출근하니 일에 집중도 못합니다. 반나절이나 지나서야 겨우 제대로 일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월요일 출근이 덜 힘듭니다. 덜 힘들 뿐 즐겁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출근 전까지 책 읽고 글 한 편 완성하고 나면 뿌듯함까지 더해져 일에도 집중하게 됩니다. 까짓것 한 번 해보지 뭐. 이런 마음이랄까요. 남들은 쉽게 엄두 못 내는 일을 매일 해내고 있으니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말이죠.


글을 쓰는 동안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사실입니다. 쓰다가 막히면 포기하고 싶고요. 그래도 시작한 건 어떻게든 끝내려고 합니다. 설령 하루를 다 보내고 나서 끝을 내더라도 말이죠. 저에겐 매일의 도전입니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이런 선순환이 월요일도 월요일처럼 안 느끼게 하는 것일 수 있고요.


오늘 아침도 이렇게 한 편의 글을 씁니다. 그나마 제때 끝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2년째 매일 듣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덕분에 집중할 수 있었고요. 오늘도 성취감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떤 일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 기분 온종일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04068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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