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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pr 09. 2023

재미가 삶을 재미있게 만든다

-《파워 오브 펀》캐서린 프라이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지났다.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 동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놀이의 전부였다. 놀이가 끝나면 집에서 보는 공중파 TV와 비디오테이프 대여해 보는 영화로 눈을 즐겁게 했다. 자기 전 듣는 라디오도 즐길 거리 중 하나였다. 그때는 그게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통로였다.


요즘 중고등학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오고 있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손 안의 화면이 빈 시간을 채워준다. 라디오보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재미를 찾고, TV보다 스마트폰 게임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스마트폰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예전에 없던 여러 문제가 생겼다.


우리는 자기가 주목하는 것만 경험하고, 자기가 주목하는 것만 기억한다. 어떤 순간에 어디에 주의를 기울일지에 대한 선택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결정들이 전부 합쳐지면 매우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애니 딜러드가 썼듯이, "우리가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곧 인생을 보내는 방식이 된다."

-《파워 오브 펀》캐서린 프라이스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 토마토가 나쁜 말을 들은 토마토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당연히 열매도 잘 맺는다. 이 실험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안전하게 자란 아이가 더 건강한 건 당연하다.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걸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괏값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남은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칼을 요리할 때 사용하면 훌륭한 도구이다. 하지만 사람을 헤치는 데 사용하면 흉기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도구가 수없이 많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유익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태어나면서부터 접한 아이들에게는 단지 장난감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그것으로 인해 정작 자신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역할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침반 바늘이 계속을 북쪽을 가리키게 하려면 다른 자석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바늘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 삶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의미 있고, 즐겁고, 완전히 몰입된 삶을 살고 싶다면 우리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거나 가짜 재미로 이끄는 것들을 멀리해야 하는데, 가장 먼저 물리쳐야 하는 게 스크린의 유혹이다.

-《파워 오브 펀》캐서린 프라이스


부모도 나름의 핑계가 있다. 놀이 다운 놀이를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놀이는 사치이다. 한가하게 취미를 갖고 사람을 만나고 몰입을 해야 하는 게 사치일 수 있다. 그래서 저마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를 스마트폰에서 찾게 된 것 같다. 부모의 선택이 결국 아이들에게로 전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낼 때마다 슬롯머신을 작동시켜서 어떤 알림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리스는 이렇게 썼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움직여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크롤하는 건 어떤 사진이 나올지 보기 위해 슬롯머신을 하는 것이다. 이메일을 '새로 고침'하는 건 어떤 메일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슬롯머신을 하는 것이다. 틴더 같은 데이트 앱에서 얼굴 사진을 좌우로 넘기는 건 자신에게 어울리는 짝이 있는지 찾기 위해 슬롯머신을 하는 것이다."

-《파워 오브 펀》캐서린 프라이스


스마트폰을 슬롯머신에 비유했다. 표현이 섬뜩했다. 도박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고 했다. 이 말대로면 스마트폰 중독도 병이라고 할 수 있다. 도박 중독은 도박장을 찾아야만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남녀노소 모두의 손에 들렸다. 도박 중독보다 더 쉽게 중독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시시때때로 블로그를 열어보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려보고, 뉴스 검색을 한다. 그때마다 어떤 내용을 보게 될지 기대가 생긴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게 빅데이터 활용한 알고리즘 노출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잠시 눈길을 줬던 콘텐츠와 연관된 내용을 수시로 노출시킨다. 원하는 정보가 끊임없이 눈에 들어오니 쉽게 멈추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간헐적 강화라고 한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찾는 재미는 가짜 재미라고 한다. 단지 도파민 분비를 통한 일종의 보상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보상이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보상(새로운 화면) 탓에 조종당하는 꼴이 된다.


예측 불가능성은 기술 기업들이 우리를 조종해서 진정한 재미와 가짜 재미를 혼동하게 하려고 사용하는 세 번째 도파민 분비 요인이다. 통제력을 되찾고 싶다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계해야 한다. (중략)

예측 불가능성과 보상이 결합하면, 다시 말해 슬롯머신과 시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앱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일정으로 보상이 제공되면 효과가 훨씬 강력하자. 심리학자들은 이를 '간헐적 강화'라고 부른다. 이는 매우 강력한 도파민 분비 요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을 조종하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다. 정서적인 학대 관계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패턴이기도 하다.

-《파워 오브 펀》캐서린 프라이스


부모도 어떤 면에서는 피해자일 수 있다. 어느 한 부분의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단지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상태의 경중이 달라질 뿐인 것 같다. 나도 통제를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통제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도구를 도구답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또한 완벽할 수 없다. 궁극에는 스마트폰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우선순위가 된다면 자연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경우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읽고 쓰기가 우선순위가 되면서 적어도 그 시간은 지키려고 한다.


스크린과 삶의 균형 부족이 우리의 대인관계, 생산성, 창의성, 자존감, 기억력, 집중력, 수면, 진정성,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리고 뇌가 아직 발달 중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그 영향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행복을 약화하고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또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저해한다. 우리를 지치게 하고 고갈시킨다. 소비를 부추기고 일과 가정생활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린다. 우리를 정말 중요한 것들과 멀어지게 하고, 내면이 죽은 것처럼 느끼게 하며, 진정한 재미를 누리는 능력을 손상시킨다.

-《파워 오브 펀》캐서린 프라이스


진정한 재미는 화면 속에 있지 않다. 가짜 재미에서 벗어나려면 사람 속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아니면 관심 있는 것들을 몸으로 하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들에 재미를 느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 책에서 재미를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자신에 대한 탐구부터 타인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까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혼자서도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정해졌다. 손에서 내려놓는 게 시작이다. 그리고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게 취미일 수 있고, 동호회 활동일 수 있고, 운동일 수 있도, 아이와 놀아주고, 사람들과 악기를 연주하고, 요리를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일 수 있다.


진정한 재미는 회복력을 선사한다. 공감 능력을 키워주고, 공동체를 만들어주며, 분노를 줄여준다. 진정한 재미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자기비판에서 벗어나고, 현재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정서적인 안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재미를 중심으로 삶의 방형을 잡으면 창의력과 생산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더욱 바람직하고 행복한 파트너, 부모, 노동자, 시민, 친구로 만들어준다.

-《파워 오브 펀》캐서린 프라이스


어릴 때 철없이 뛰어놀던 기억이 있다. 밥 먹으라는 엄마의 외침에 그제야 놀이를 멈췄다. 항상 친구들 속에 있을 때였다. 어른이 되고는 책임감과 역할 때문에 제대로 놀아본 적 없다. 기껏 술자리에서 웃고 노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책을 읽으며 혼자 있는 시간과 글을 쓰며 생각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혼자 있지만 책을 통해 연결되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덕분에 사람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상대를 공감하는 능력도 생기는 것 같다. 이런 태도가 사람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보다 더 건강한 형태의 연결로써 말이다. 내가 달라질 수 있는 재미를 찾는 게 먼저인 것 같다. 그러면 자연히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다. 가족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찾은 재미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게 먼저이다. 그렇게 자신이 달라지면 자연히 주변 사람도 달라지고 더 바람직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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