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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23. 2023

내일을 알 수 있다면,
오늘 나는 무엇을 할까?

2023. 02. 23.  07:10


삶은 불확실의 연속이다. 적어놓고 보니 뭔가 있어 보인다. 있기는 개뿔! 내일을 알 수 없다는 말을 그럴듯하게 적은 것뿐이다. 내일 나에게 일어날 일을 알게 된다면 오늘 나는 무엇을 할까?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안다면 과연 오늘을 사는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왜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걸까? 당연히 내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말장난 같지만 맞는 말이지 않을까? 내일을 안다면 오늘을 잘 살아야 할 이유 없다. 내일 무슨 일이 생기질 아무도 모르기에 그저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거라 생각한다. 


어떤 일은 지금 이 순간 결과를 알 수 있다. 또 어떤 일은 며칠 뒤 알게 된다. 막상 그 순간이 되어도 내 뜻대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늘 불확실을 좇아 하루하루 산다. 결과를 안다면 기다림도 필요 없다. 아무 일 안 하고 그 순간이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결과를 모르기에 초조하고 두렵고 기다려진다. 모든 시작이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과를 알 수 없기에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를 쓰고 있지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 영업을 시작하지만 매출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초고를 쓰기 시작하지만 언제 출간될지 모른다. 평가를 알고, 매출을 알고, 출간일을 안다면 시작이나 할까? 아마 답을 안다면 해야 할 이유도 없어지지 않을까? 


언덕을 넘듯 하루를 산다. 오늘 눈앞에 언덕을 넘으면 내일 또 다른 언덕이 기다린다. 그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눈에 보이고 그 언덕을 넘어야 오늘이 끝나기 때문에 멈추지 않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고개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안다면 넘으려고 할까? 아마 원하는 게 있다면 계속 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멈추고 말 것이다. 멈춘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갈 곳이 정해져 있을까? 그 자리에 맴돌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아마 몇 해전 내가 그 자리에 서서 맴돌았던 것 같다. 내일을 알아서 멈춘 건 아닌 것 같다. 몰라서, 갈 곳을 알지 못해 그 자리에 머물렀던 것 같다. 그러니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야 새로운 풍경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의욕도 생기고 활기도 넘쳤을 것이다. 하지만 멈추니 모든 게 그대로였다. 오히려 불만이 쌓이고 화가 넘치고 술에 취해 살았던 것 같다. 똑같은 하루를 살다 보니 내일도 어떤 하루가 이어질지 알게 된 것 같다. 그저 그런 아무런 기대도 없는 내일이었다. 


요즘도 그저 그런 하루를 사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언덕 너머 무엇이 있을지 잔뜩 기대한다는 것이다. 기대를 갖게 된 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들을 시도한다. 몇 달 동안 써내는 원고가 그렇고, 매일 쓰는 일기가 그렇고, 수시로 읽는 책이 그렇다. 당장의 어떤 성과가 나는 것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안 하면 오히려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저 오늘 시간 내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내고, 결과가 차곡차곡 쌓이는 걸 두고 보는 것이다. 오늘 해낸 것들은 미미해 보이지만 몇 달 몇 년이 지나면 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덩치가 커져있다. 사람들 눈에도 보이고 그게 곧 나라고 말한다. 단지 오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어느새 나는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여전히 내일을 알 수 없다. 사는 동안 알 수 없을 테다. 운이 좋다면 내일 죽는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물론 내 주변 사람에게도. 적어도 숨이 붙어있는 동안은 내일을 알지 못한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는 말이 있다.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길 바라는 말이다. 누구도 예외 없을 것이다. 내일을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제외다. 열외 1명 없다면 답은 나왔다. 잠자코 오늘 내가 할 일을 하자. 이왕이면 잘하자. (부산에 있는 동안 '잘'은 안 될 것 같다) 역설이지만 내일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오늘을 잘 사는 것이다. 내 말에 반대한다면 인정한다. 사람은 다 다르니까. 각자의 인생고 생긴 대로 살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 한 편 썼다. 내 어깨를 토닥이며 글을 마친다. 


 2023. 02. 2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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