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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pr 28. 2023

시간의 또 다른 의미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갔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군 생활도 제대하는 날이 왔다. 훈련소 입소하는 순간부터 제대하는 순간을 꿈꿨다. 현실은 2년 2개월 동안 하루 빠짐없이 꿈을 꿔야 비로소 실현되었다. 이등병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일병의 하루는 땀으로 시작해 땀으로 끝났다. 상병의 하루는 위아래로 치였다. 병장의 하루는 걱정으로 가득했다. 어떤 하루를 살았더라도 결국 제대하는 순간은 왔다. 올 것 같지 않은,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순간도 반드시 내 앞에 온다. 시간을 멈추지 못한다면 말이다.


봄이(큰딸 태명)를 처음 마주했던 건 사진 속 콩알만 한 크기였을 때다. 몇 주 뒤 화면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다. 또 몇 주 뒤 손가락 발가락이 움직였다. 그리고 몇 주 뒤 옆모습만 겨우 보여줬다. 손발이 제 모양을 찾고 몸이 자랄수록 아내의 걱정도 커졌다. 내 뱃속에 품어보지 못해서 아내가 어떤 감정일지 짐작이 안 갔다. 그저 다 잘 될 거라는 뜬구름 같은 위로 밖에 할 수 없었다. 가장 두려운 순간에도 곁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아이가 나오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어느 새벽, 아내는 차분하게 짐을 챙겼고 함께 병원으로 갔다. 16시간 뒤 봄이가 아내의 배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10달을 기다렸고 그 순간은 찾아왔다. 시간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한 달 전 첫 공지를 올렸다. 한 달 뒤 책 쓰기 무료 특강을 하겠다고. 기대보다 걱정이 컸다. 주변의 응원에도 걱정은 가시지 않았다. 쉽게 가실 걱정이 아니었다. 맞닥뜨려봐야 사라질 걱정이었다. 어쩌면 둘 중 하나일 테다. 망하든 흥하든. 망할 일은 없다고 안심시켜 줬다. 믿고 싶었다. 믿어야만 했다. 그래야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한 달이 지났다. 준비한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못마땅하다. 이게 최선인가 싶다. 아니 최선이어야 한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한 달 전 공지를 올릴 때도 마찬가지로 부족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 앞으로도 완벽해지지 못한다. 다만 완성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 시간이 멈추지 않을 때까지.


매 순간을 완벽하게 보내지 못했다. 언제든 어느 때든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에 아쉬움이 남았다. 후회가 들면 반성했고, 미련이 생기면 각오를 다지며 같은 일상을 반복했다. 반성하고 각오를 새롭게 해도 어느 순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나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다만 지금은 후회를 반복하는 횟수를 줄여가고 있다. 덜 후회하고 덜 반성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 할 일에 최선을 다한다. 후회가 남지 않게 말이다.


어느 누구도 시간을 멈추지 못한다. 시간은 멈추지 않기에 만남과 이별은 반복된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똑같은 시간도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내 시간의 가치는 내가 정할 수 있다. 가치를 만드는 건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른다. 지나고 나서 후회만 남을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아니면 '적어도' 후회가 남지 않게 내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시간을 멈추지 못한다면 나도 멈추지 않으면 된다. 매 순간 나를 위해 최선인 선택을 하면서. 내 삶에서 무엇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지 잘 안다. 후회와 반성을 줄일수록 삶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기회의 신 카일로스는 뒷머리가 없다. 그를 지나치면 다시 붙잡지 못한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의 뒤통수는 잡을 수 없다. 내 시간을 후회 없이 쓸 수 있다면 어쩌면 카일로스의 앞머리를 잡을 수도 있다. 그게 원하는 변화일 수도, 경제적 자유일 수도, 가족의 행복일 수도, 자신의 건강일 수도 있다. 그러니 시간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이지 않을까?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08328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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