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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10. 2023

[사x과x책] 지금 나는 어느 곳으로 기울었나?


《복잡한 세상을 횡단하여 광활한 우주로 들어가는 사 과 책》 제목부터 독특하다. 문병철 교수(정치학자)와 이명현 교수(천문학자), 전혀 다른 두 분야의 전문가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내용이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사회와 과학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들의 마음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을 활용해 저자가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면 막연한 게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회와 과학, 접근이 쉬운 주제는 아니다.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렇다고 외면하고 살 수만은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나도 몇 번 시도를 했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내 문제였던 것 같다. 읽기는 했지만 이해는 못 했다. 어떤 책은 읽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기초지식이 부족한 것일 수 있다. 사회와 과학, 학생 때도 점수가 잘 나온 과목은 아니었다. 먹고사는 데 크게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주제였다.


나처럼 특정 분야에 관심은 있지만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게 여의치 않은 사람이 많다. 뚝심을 갖고 꾸준히 책을 읽으며 공부하면 당연히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생업이 있다 보니 그만큼 시간을 내는 게 여의치 않다. 이런 문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비독서'라고 한다. 비독서는 단어 그대로 독서가 아닌 독서를 말한다. 책이 아닌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정보를 접하는 걸 의미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한 유튜브 영상,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 SNS에 올라오는 서평, 관련 주제를 다루는 강의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접하는 방식을 비독서라고 말한다. 바쁜 이들에겐 이 방법도 독서 못지않게 도움이 된다고 이명현 교수는 설명한다.


하지만 "미디어와 SNS가 인간의 인식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더니, 책 읽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데 익숙해지면 인간의 뇌가 퇴화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뇌가 퇴화한다는 것은 조직적인 사고 체계나 비판적인 사고 체계가 발전되기 이전의 과거로 되돌아간다는 거죠. 인간이 창조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판다는 능력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라는 건 검증된 사실입니다."라고 문병철 교수는 비독서 행위가 책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는 행위는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알면서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건 책 보다 더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즉흥적인 재미를 주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연봉을 올려주고 지식과 지혜를 주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일종의 중독이라고까지 말한다. 알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니 중독이 맞을 수 있다. 원치 않는 중독을 끊어내려면 더 강한 중독을 끌어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더 강한 중독을 통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면 가능하다. 내가 생각하는 더 강한 중독은 단연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쉽게 납득 안 된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책이 주는 중독성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내가 사람을 끊고 술을 끊고 사는 걸 보면 짐작해 볼 수 있다.


내 생각에 독서든 비독서든 방법은 나중 문제인 것 같다. 우선 나에게 무엇이 먼저인지 순서를 정해야 할 것이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시간을 어떤 곳에 얼마나 사용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비독서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자기 계발을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반대로 책을 고집하며 보다 의미 있게 시간을 활용하면 그게 정답이다. 방법을 고민할 시간에 일단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부터 알았으면 좋겠다. 그것부터 알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걸 접해봐야 한다. 뇌를 흥분시키는 단순한 자극에서부터 벗어나서 말이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한다. 나에게 더 의미 있는 곳에 무게 추를 올려놓는다. 조금씩 무게를 더하면 결국 더 나은 삶으로 기울게 된다. 한쪽으로 단단하게 무게를 잡고 사는 삶,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삶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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