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먼저 읽어야 할 이유를 찾아라

이유를 찾으면 방법은 쉽게 찾아진다.

by 김형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 짓곤 한다. 요즘은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성장기 스마트폰을 접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로 구분 짓는다. 80년대 생 까지는 성인이 된 이후 스마트 폰을 접했다. 90년대 생 이후는 스마트 폰과 함께 성장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당연하게 인식 되는 세대에선 생활필수품이 된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문이나 티브이 뉴스를 볼 필요가 없고, 약속을 정해 친구 만날 필요로 없고, 원하는 건 손 안에서 얼마든 살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원하는 지식과 정보, 배움의 기회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졌다. 이제 그들에게 스마트폰의 폐해만 강조하기엔 어불성설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그들이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건 어쩌며 우리 세대에서 신문을 사 보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정하고,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의 새로운 형태라 생각한다. 어쩌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그들의 생활패턴은 새로운 인류의 전형이 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런 그들에게 종이책을 건네며 읽으라는 건 고리타분할 수 있다. 누군가 말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종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맞는 말일 수 있다. 전자기기와 종이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또 종이책과 전자책도 분명 다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에 맞게 각각의 역할을 재정의 하면 된다. 종이책만 고집하며 도태되기보다 종이책이 필요한 이유, 전자책에 대체되지 않을 역할을 만들어내면 된다.

나는 두 가지 형태로 독서를 한다. 눈으로 읽기와 귀로 듣기이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구분하여 활용한다. 집, 카페, 지하철 안에서 종이책을 펼쳐든다. 운전 중, 버스 안에서는 전자책을 활용해 귀로 듣는다. 각각의 상황에 맞게 두 가지 형태를 활용하면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을 없앨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둘 중 비중을 따지면 종이책을 더 보는 편이다. 책을 읽겠다고 다짐한 초반은 공개된 장소에서 책을 펼치기 어색했다. 어디를 가도 책을 읽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런 시선은 나만 신경 쓰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일 외에는 주변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 나조차도 그런걸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이 들고부터 어디서든 당당하게 책을 펼친다. 이제는 반대로 그들의 시선을 즐길 수 있다. 출퇴근 만원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은 극소수다. 손가락 수 보다 적다는 게 내 오랜 관찰의 결과다. 심지어 책 읽는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긴다. 그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슬쩍 훔쳐보기도 한다. 책을 읽는 건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행위라 했다. 수많은 사람들 속 내 손안에 펼쳐진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은 또 다른 차원을 사는 느낌이다. 같은 시간 속 각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며 각자의 시간을 어떤 내용을 채울 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시끄러운 세상이 전하는 단편적인 뉴스를 볼 것인지, 경험치를 쌓아 만렙을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 할 것인지, 지난 밤 놓친 드라마와 예능으로 어제의 시간 속에 살 것인지 각자의 선택이다.

직장은 자가용으로 30분 거리였다. 왕복 1시간이면 오디오 북 1/3을 읽을 수 있다. 오디오 북을 처음 활용 할 때는 정속으로 들었다. 사람이 말하는 속도로 들으면 이틀 동안 절반도 못 읽었다. 권수를 더해가며 조금씩 속도를 올려봤다. 2배속일 때 이틀 반에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다. 당시 한 달에 3-4번은 충남 공주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었다. 출장 가는 날은 운전만 8시간 이상해야 했다. 라디오를 듣는 것도 한계가 있다. 지역을 벗어나면 주파수도 안 잡혔다. 오디오 북이 운전을 즐겁게 해주었다. 어떤 날은 왕복 두 권 읽기도 가능했다. 책을 듣는 효과는 상상력을 자극했다. 책 속 이야기를 귀로 들으며 이미지를 상상하게 된다. 머릿속에 상상되는 이미지는 더 오래 각인 되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개인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자기계발서는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머리에 오래 남았었다. 이미지 상상에 가장 효과적인 건 역사 장르였다. 대부분 역사책은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건의 상황을 묘사하거나, 인물의 서사를 묘사 할 땐 흥미진진해 진다. 반대로 복잡한 숫자나 이론을 다루면 상대적으로 집중이 어려웠다. 가령 열거 되는 숫자를 듣다 딴 생각하면 앞 뒤 문맥을 놓치게 되기 한다. 오디오 북은 장단점이 있다. 책의 내용에 따라 들으며 이미지화 하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주변 상황에 영향 받지 않고 가능한 시간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 속도와 음색을 달리하며 다양한 형태로 들을 수 있다. 단점은 밑줄을 그을 수 없다는 점이다.(대신 북마크 기능을 활용할 수는 있다) 종이책에 밑줄 그으며 읽는 데 익숙한 사람에겐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눈으로 읽는 것 보다 귀로 듣는 건 장기기억에 불리하다. 뇌는 눈으로 인지되는 사물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이를 보완하려면 시간 내서 들었던 내용을 눈으로 읽으며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책을 펼치는 이유, 운전 중 귀로 듣기 위해 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책을 읽기 위한 노력이다. 종이책이 아니라도 전자책을 이용해 책을 읽는 이들도 많이 있다. 손에 들린 형태의 차이 일뿐 두 행위 다 책을 읽기 위한 노력이다. 나도 초기엔 전자책의 비중이 더 높았다. 귀로 듣는 것이 더 편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읽은 책이 쌓일수록 종이책에 더 손이 갔다. 번잡한 지하철 안에서 종이책을 펼치는 불편을 감수하고, 부피와 무게가 더 나가는 종이책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주관적 이유로 책이 주는 정서가 전자책보다 안정감을 준다.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감촉은 자연스레 뇌를 자극한다. 눈으로 읽는 행위가 조금 더 자극을 주는 느낌이다. 또 다른 이유는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다.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적을 수도 있다. 원하는 곳에 마음껏 표시할 수도 있다.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문장에 감동 받는 대로 즉시 반응할 수 있는 것은 책이 주는 장점이다. 종이책을 읽는 비중이 높아지면 당연히 구입비용도 많이 든다. 월급쟁이의 뻔한 월급으로 한 달 평균 20-30권을 구매하는 건 무리이다. 모든 책을 사서 마음껏 기록하며 읽으면 좋겠지만 그로지 못한다. 가령 한 달에 20권을 읽는다면 7권은 사서 읽고, 나머지는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전자책은 시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무료지만 최신 서적 위주로 수시로 업데이트 된다, 매주 하루 나 이틀은 꼭 서점을 들린다. 살 때도 있지만 안사고 둘러 볼 때가 더 많다. 종이책을 구매하는 과정은 두 가지이다. 서점을 방문하거나 온라인 서점을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서점은 검색이 쉽고 서점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용을 생각하면 온라인 서점이 유리하지만 나는 주로 서점에서 구매한다. 서점을 찾는데도 이유가 있다. 패션 트랜드를 읽기 위해 다양한 잡지와 패션쇼를 보라고 한다. 서점가에도 트랜드가 있다. 계절과 시기에 따라, 사회분위기에 따라, 유행에 따라 인기 있는 장르가 달라진다. 서점을 자주 방문해 보면 이런 트랜드를 읽을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관심분야 이외의 책도 눈으로 손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코너를 돌며 눈이 닿는 제목, 관심 가는 작가, 유행하는 장르를 바로바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요즘은 중고책 서점도 활성화 되어 양질의 책을 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지금까지 두 가지 방법으로 책을 읽어왔다. 두 방법은 장단점을 갖고 있다.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둘 중 잘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세대에 따라 선호하는 취향이 다를 수 있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이들에게 종이책이 불편할 수 있고, 종이책이 편한 이들에게 전자책은 적응 안 될 수 있다. 나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책을 읽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에 찾는 것이다. 책을 읽기 망설여지거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서점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사야한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발길 닿고 눈길 가는대로 둘러보길 바란다. 그러다 눈길을 끄는 제목이나 저자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펼쳐보고 눈으로 읽어본다. 차례를 보다 마음이 끌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읽어본다. 마쓰오카 세이고의 『독서의 신』을 보면 ‘차례 독서법’이라고 있다. 끌리는 제목이 있으면 차례를 읽으며 책의 내용을 상상해 보라고 한다. 3분 정도의 짧은 인내심으로 관심사와 맞는 책을 선택할 수 있다. 서점을 자주 다니다 보면 자신만의 책 고르는 방법이 생긴다. 책을 선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관심사와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다. 흥미가 생긴 뒤 구매해도 늦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안산다고 뭐라 하는 사람 없으니 부담은 넣어두자. 스마트폰이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많은 부분 변화가 생기는 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자극적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사실이다. 책이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래도 사람에 치여도 책을 읽고 싶고, 도로 위 시간이 아까워 당연히 책을 꺼내고, 무겁고 불편해도 들고 다니며 수시로 책을 읽는 이유는 존재한다.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한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길을 벗어나야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