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벗어나야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
간접경험을 통해 자신의 강점 찾아가기.
세계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땅을 차지한 왕은 징기스칸이다. 그는 자비와 무자비를 철저히 구분했다고 한다. 그에게 머리 숙이는 이들에겐 자비를 베푼 반면 그렇지 않은 민족에게 무자비 했다. 징기스칸이 정복전쟁에서 기세를 올릴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기동력이다. 몽골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태웠다고 한다. 그들은 말 위에서 먹는 것부터 배설까지 해결 할 정도라 한다. 그렇게 말과 함께 성장한 신체는 말 타기에 최적화 된다. 당시 유럽인들은 그들의 기동력을 간과했다. 징기스칸이 쳐들어온다는 정보가 전달되면 이들의 이동시간을 예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적이 도착하기 까지 삼 일을 예상했다면 징기스칸은 반나절 만에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싸워보지도 못하고 싸움은 끝나게 된다. 짧은 시간 넓은 땅을 정복하기 위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한 가지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긴 시간 잦은 이동의 전쟁을 위해 식량조달은 필수다. 그들은 이 또한 말을 통해 해결했다고 한다. 전사 한 명당 네다섯 마리의 말을 이끌게 한다. 타고 있던 말의 힘이 빠지면 죽여서 식량으로 활용한다. 한 마리를 잡으면 수개월은 거뜬히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기동력과 식량을 해결하며 전무후무한 역사적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몽골인은 자신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자신감이 광활한 정복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자신감은 자신을 아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내 안에 어떤 강점이 있는지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강점을 살린 직업을 갖기보다 안락함이 보장 된 직업을 원한다. 안락함은 강점을 묻어 버린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은퇴 시기가 오면 그제야 자신을 돌아보려 한다. 이미 오랜 시간 만들어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 지금 삶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괴리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새로운 무언가 시도해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간접경험을 활용해 숨겨진 자신의 모습을 찾아 갈 수 있다.
중3부터 군 제대까지 십여 가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막노동, 대형마트 판매원, 레스토랑 웨이터, 달력제조 공장, 홍삼제품 포장, 놀이동산 내 식당 서빙 등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봤다. 복학 후 이듬해 지인과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다. 경력도 경험도 없이 무작정 뛰어 들었다. 사년 반을 이어갔지만 결국 문을 닫았다. 이때까지의 경험으로 20대를 마무리 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각자의 위치를 다져가고 있었다. 서른 살, 새로운 시작이 필요했다. 대학 졸업장도 없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있어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었다. 제대로 된 직장을 다녀보지 못했다. 소개를 부탁하기에도 나이에 비해 경력이 부족했다. 민폐나 다름없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 마음먹으니 갈 수 있는 곳이 보였다. 지인의 소개로 건설 현장 관리 임시직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서른 살 전공과 다른 분야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5년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회사는 옮겼어도 직업을 바꾸진 않았다. 지금 일을 시작하고 십년 쯤 지나 매너리즘에 빠졌었다. 이때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왜 일하는가’ 를 읽었다. 그분은 우리가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직장인의 90% 이상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여기저기 옮겨 다녀 봐도 결국 얻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기 전에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라고 한다. 최선을 다하면 성과를 얻고, 성과는 보람으로 이어지고, 보람을 느낄 때 내 일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에 용기 얻어 다시 일어섰다.
이신영 작가의 『한국의 젊은 부자들』 을 읽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들은 2,30대였다. 대학 중퇴 후 아이디어 하나 믿고 창업에 뛰든 이, 직장을 다니며 평소 관심 분야를 공부해오다 퇴직금으로 창업 한 이, 요리가 좋아 푸드 트럭 한 대로 미국 시장에 뛰어든 이들 까지 다양했다. 그들은 한 결 같이 말했다. 좋아하는 일,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용기 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실현하지 못하면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실패가 두려우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럼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실패의 경험은 다음 도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들 모두 실패의 경험이 약이 되었다고 했다. 실패 했기에 지금의 성공이 있다고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를 흔들어 놓았다. 걸어온 길을 벗어나야 새로운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도, 뛰어난 요리 솜씨도, 남다른 취미도 없이 살아왔다. 한 번의 매너리즘을 겪은 후 이 길이 맞겠지 위로 하며 묵묵히 걸어왔다. 맞지 않는 옷이지만 이 옷이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나만 참고 버티면 가끔 외식도 하고, 아이들과 여행도 갈 수 있고, 부족하지만 자식노릇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흔 셋, 새로운 길이 필요했다. 더 이상 직장은 나를 지켜주는 안전망이 아니었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다른 길을 찾고 싶었다.
일백 명 이상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처음엔 그들이 이룬 결과만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에겐 남다른 무언가 있었다. 탁월한 아이디어, 지치지 않는 끈기, 포기하지 않는 용기 다양한 성공 인자를 갖고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한 그들이 갖고 있기에 더 특별해 보였다. 나에게 없는 것 들이었다. 나는 그동안 시도는 꾸준히, 포기는 빠르게, 남는 건 후회뿐인 삶의 연속이었다. 이전과 다른 길을 가기위해 이전과 다른 자세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나약함을 벗고 나다움을 찾아야 했다.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모습을 찾아야 했다.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 들을 찾아야 했다. 거기서부터 시작이어야 한다. 마흔 셋, 새로운 업을 갖기 위한 도전은 무모해 보일 수 있다. 득보단 실이 많을 수 있다. 지금의 가정을 지키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다. 기회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간접경험의 효용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 실제 경험만 못한 간접 경험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다. 새로운 발견이나 발명이 있으면 논문을 발표한다. 그 안에는 그와 관련한 근거로 각종 자료가 담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이다. 관련된 분야의 학자들은 발표된 논문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들은 새로운 논문을 자신의 연구에 접목하기도 한다. 때론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새로운 주장을 하기도 한다. 논문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도 접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주제를 다년간의 준비를 통해 새롭게 꺼내 놓는다. 한 권의 책을 내놓기 위해 방대한 자료가 담긴다. 우리는 이러한 책을 통해 저자의 경험을 간접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읽게 되면 다양한 간접 경험의 효용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수백 권의 책을 접하며 다양한 이들을 만났다. 이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었다.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어떤 성과를 얻게 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성공한 이들의 결과를 보며 그들의 말에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무모하지 않고 실패 할 위험 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다.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지금은 간접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나이에 구애 받지 않는 일을 찾았다. 그 시작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