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쓰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알게 된다는 그 한 가지 뿐이다.
나를 찾아가는 시간동안 함께 했던 한 가지가 있다. 글쓰기 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이 현실로 존재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한 가지가 글이다. 말은 한 번 내뱉고 나면 휘발해 버린다. 정리되지 않은 채 내 뱉은 말은 나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상처가 된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실체 없이 사라지는 말이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땐 그의 마음에 깊이 박힌다. 글은 그럴 일이 없다. 분별없이 남에게 상처 주는 악의적인 글은 차치하더라도 진심이 담긴 글은 마지막까지 글쓴이의 정성과 노력이 담겨 세상에 나오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 흐르고 있는지 수시로 감시하게 된다. 지금도 매일 글을 쓰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한다,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지난날의 생각과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생각이 변하고 있다는 건 행동도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행동이 변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생각이 생각으로 그치면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생각이 글을 매개로 눈앞에 존재할 때 글 속에 나는 성장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처음은 어색했다. 글을 써야 하는 필요성은 깨달았지만 막상 쓰려니 용기가 안 났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지난날의 내 모습은 지우고 싶었다. 떠올리지 않으면 그걸로 될 줄 알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난날의 나와 마주하는 것이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결국 같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를 똑바로 보고 무엇이 잘못이었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다보면 불필요한 자료가 쌓이게 된다. 별 생각 없이 타성에 젖어 쓰다보면 어느 순간 문제를 일으킨다. 프로그램이 다운되거나, 부팅이 안 되기도 한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꼭 필요한 자료만 남기고 다시 포맷하는 것이다. 우리도 타성에 젖어 살다 보면 불필요한 행동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행동들은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움이 될 행동만 남겨야 한다. 좋고 나쁨을 걸러 내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글쓰기 이다. 가감 없이 나에 대해 적어보면 내가 갖고 있는 좋고 나쁨이 구분된다. 단 과장 없이 솔직하게 써 봐야 한다. 미화하는 건 오래 된 칠을 긁어내지 않고 덧칠하는 꼴 밖에 안 된다. 오래 된 칠을 얼마나 깨끗이 긁어내느냐에 따라 그 위해 제 색깔을 입힐 수 있다. 티브이 앞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던 모습, 명확한 목표 없이 시도하던 스펙 쌓기, 화를 풀기위해 힘없는 아이들을 향해 내 뱉던 비난의 말들, 바쁘다는 핑계로 무신경했던 집안일, 그로인해 더 힘들었던 아내의 독박 육아, 무의식적으로 하던 나쁜 행동들을 인지하게 되었다. 글 속의 나는 내가 봐도 너무 안이한 삶을 살아왔다. 나를 묘사하는 글자 하나하나에 지우고 싶던 내 모습들이 붙어 있었다. 글을 읽으며 그 모습들을 떼어내려 했다. 한 번에 떼어내면 좋겠지만 살아온 시간에 비례해 단단하게 붙어 있다. 다행인건 그렇게 알게 된 이상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지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굳어진 습관, 의식 없는 행동, 유연하지 못한 생각, 딱딱해진 의식을 깨뜨려야 비로소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 매일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딱딱해진 의식을 깨는 시작일 수 있다. 물이 바위를 깬다. 물 한 방울은 아무 힘이 없다. 하지만 한 방울이 오랜 시간 한 곳에 떨어지면 그 곳부터 바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매일 매일 나를 들여다 본 글쓰기가 쌓이고 쌓여 딱딱해진 지난 시간의 나를 깰 수 있게 된다. 매일 일기를 쓰며 깨닫게 되었다. 하루는 크게 의미가 없다. 하루가 쌓인 한 달은 달랐다. 한 달이 쌓인 6개월은 또 달랐다. 그렇게 일 년이 쌓이니 처음 시작할 때의 나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어떤 감정에 이기고 지는지 알 수 있었다. 쓰면서 인식하지 않았으면 스쳐 지날 것들이었다. 매일 기록한 글이 쌓였고, 쌓인 글을 읽으며 놓치고 있던 나를 알아갈 수 있었다. 오답 노트를 만드는 이유는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해서다.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지 않으면 다음에 같은 문제가 나오면 또 틀리게 된다.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게 되면 그것에 집중하면 된다. 문제를 모를 땐 방법을 모르는 것과 같다. 문제를 인식한 이상 문제에 집중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글쓰기는 문제를 인식하는데 도움도 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접근방법이 올바르냐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반대로 자신을 제일 모르는 것도 자신이다.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올바르게 접근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될 수 없다. 내가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설정한 후 어떻게 해결해 갈지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간관리가 안된다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들여다 봐야한다. 하루일과 중 버려지는 시간을 찾아 내야한다. 매 시간 단위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기록해보는 방법이 있다. 단순히 생각만으론 실체를 알 수 없다. 실제로 기록해보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버려지는 시간이 있다면 원인을 알아야 한다. 습관의 문제인지, 의욕의 문제인지 알아야 한다. 버려지고 있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런 시간을 되찾기 위해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걸 찾을 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개선의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상태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고, 만들어진 시간동안 무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떤 부분이 개선되고 있는지 기록해야 한다. 이런 기록들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다. 글을 쓴다는 건 이런 의미이다. 매일의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들여다 본 나를 기록하는 것이다. 기록은 내가 걸어온 길이다. 걸어온 길을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는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아무도 모른다.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지금 쓰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알게 된다는 그 한 가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