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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19. 2023

매일 나아지는 글을 쓰는
세 가지 방법


유난히 글이 안 써지는 날 있다. 쓰고 지우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주제도 못 정하고 할 말이 뚜렷하지도 않다. 떠오르는 대로 쓰자니 의미 없는 단어만 나열할 것 같다. 매일 쓰는 게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글감부터 메시지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게 없다. 나만 그런가? 아닐 것이다. 나보다 더 오래 글을 쓴 유명 작가도 빈 화면과 마주하면 막막하다고 한다. 그래도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하고 싶은 말을 써낸다. 어떤 차이일까? 그들은 되는 게 나는 왜 안 될까?

이런 고민 나만 하는 게 아닐 테다. 특히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이들에게는 더 고민될 것 같다. 쓰는 행위 자체도 어색한데 주제와 메시지까지 끄집어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글발이 탄탄한 유명 작가도 초보 시절 있었다.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시기이다. 그 시기를 어떤 방식으로 보냈냐에 따라 더 나아질 수도,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글은 회사 기안서 쓰는 게 전부였다. 어느 곳이나 비슷하겠지만 정해진 폼에 단어 몇 개만 고치면 되는 게 회사 서류다. 기획서나 보고서 같은 게 아니고는 대부분 돌려 막기 식이다. 그러니 내 생각 내 주장을 글로 쓴다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2018년 처음 블로그에 남긴 글은 그날 출근길 눈에 보인 걸 옮겨 적었다. 주제를 정하지도 메시지를 담지도 않았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를 때여서 내 마음대로 쓰고 발행했다. 내용도 문장도 그저 그랬는지 별 관심 못 받았다. 관심받을 목적이었다면 아마 발행도 못했을 거다. 아니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남들에게 관심받는 글은 내가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무슨 용기였는지 일단 쓰고 보자였다. 그 뒤로 매일 비슷한 수준의 글을 써냈다. 어떤 내용의 글을 발행해도 사람들은 지적도 관심도 안 보였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걸 실감했다. 가끔 공감해 주거나 응원의 댓글만 남길뿐이었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자기 문제 아니고는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았다. 자신의 관심사나 현재 고민과 결이 맞으면 반응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원하는 글만 쓸 재주는 없었다. 그때 내가 쓸 수 있는 글에 집중했던 것 같다. 책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습관 만드는 과정을 인증하고, 있었던 일을 적는 정도였다.


글을 잘 쓰고 싶었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었다. 빨리 잘 쓰고 싶다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직장을 다니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대신 꾸준히를 선택했다. 매일 같은 시간 일정 분량을 쓰고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 그때는 쓰고 공부하고, 공부한 걸 쓰며 매일 반복했다. 공부를 통해 가독성이 좋은 문장 쓰는 법을 배우고, 조사의 쓰임을 익히고, 구성이 무엇인지 알았다. 배우고 익히고 아는 대로 적용해 봤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고쳐보고, 단락의 순서도 옮겨보고,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했었다. 책에서 배운 데서 그치지 않고 써보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잘 쓰고 못 쓰고 판단하기 전에 배운 대로 써 보는 게 글이 나아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알 게 되었다.


초보라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테다. 내 글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막연할 거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공감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글쓰기는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해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좋겠지만, 저마다 생업이 있으니 쉽지 않을 것이다. 적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한다면 분명 하루가 다르게 나아질 거로 믿는다.


첫째, 메모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 정해놓은 분량을 쓴다.

평소에 메모를 해두면 빈 화면이 막막하지 않다. 메모가 있으면 시작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쓰면서 떠오르는 곁가지의 생각을 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로 쓸 내용이 준비되면 하루 중 같은 시간에 정해놓은 만큼의 시간과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이다. 처음부터 많은 시간과 분량을 쓰기보다 몇 줄이라도 꾸준히 연습해 보는 게 필요하다. 습관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하다. 천천히 시간이 쌓여 만든 습관은 갈수록 더 견고해지지 결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천천히 습관이 되면 당연히 글의 내용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구체적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고대 철학자의 입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경험에서 비롯됐다. 오랜 시간 공부하고 수련하며 깨달은 지혜가 우리 에게 전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도 경험을 통해 지혜가 담긴 메시지를 얻는다. 그래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삶의 질은 물론 생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걸 몸으로 체험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신 이전에 경험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거다. 그날 그 상황으로 자신을 데려다 놓고 보이고 만져지고 맛보고 들리는 모든 걸 적어보는 거다. 그렇게 글로 풀어내보면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경험했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런 경험을 글로 보여주는 게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건 그 자체로 가치 있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된다.


셋째, 내 글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자체로 남을 돕겠다는 의미이다. 물질로 돕는 것도 가치 있지만 글을 통해 경험을 나누는 건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용기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용기를 내게 되는 원동력은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설령 반응이 당장 보이지 않으면 어떤가? 글을 써냈다는 자체로 자신을 칭찬해 마땅하다. 남들은 못하는 걸 해냈으니 말이다. 조금씩 내 글이 좋아지면 내 삶도 나아지고, 분명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 거로 믿는다.


좋은 글을 쓰고 싶든, 근사한 사업을 시작하든 준비하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조바심에 그 시간을 건너뛰는 건 허공을 걷는 거나 다름없다. 언제가 떨어지고 만다. 생각해 보면 나만 그런 고통을 겪는 건 아니다. 나보다 앞서 성공한 사람도 같은 노력을 했을 것이고,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이들도 어딘가에서 저마다의 피땀을 흘리고 있다. 결국 자신을 믿고 끝까지 실천하는 사람만이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끝이 없는 길이기에 이렇게 매일 쓰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글을 썼다면 보상은 그걸로 충분하다.




신청 마지막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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