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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20. 2023

문장도 공부가 필요한가요?

좋은 문장을 쓰게 되는 세 가지 방법


에어컨 바람에 기침이 나길래 겉옷을 챙겨 입었다. 하룻밤 자고 나도 별다른 증상 없었다. 평소와 같은 시간 글을 발행했고, 이때부터 증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감기겠거니 병원을 찾았고, 열이 높다며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했다. 독감은 아니고 코로나란다. 원인을 알고 나니 몸도 따라서 반응하나 보다. 몸살과 고열, 기침과 오한까지 증상이 한 번에 온다. 약 먹고 바로 잠들었고 몇 시간 정신 못 차리고 헤맸다. 그와 중에 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작가님, 문장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평소 글쓰기에 관심 많은 분이라 질문이 반가웠다. 자료 몇 개와 책 한 권 추천했다. 글공부를 하고 싶다고 문의해 오면 항상 추천하는 책이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이 책이면 문장 공부 기본기 다지는데 손색이 없다. 글쓰기 초보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쓰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문장 쓰는 방법만 내 것으로 만들면 글이 몰라보게 좋아진다.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잘 쓴 글의 기준에는 몇 가지 있다. 논리가 명확하고 중언부언하지 않고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는 글이다. 글을 써보지 않아서 어느 것도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느 것도 놓쳐서는 안 됐다. 우선 문장부터 공부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쓰는 법을 다루는 책을 사서 읽었다.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연습했다. 문장 연습은 무엇보다 문장을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다. 매일 다른 주제를 쓰면서 책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 봤다. 초고를 쓸 때는 잘못된 부분이 안 보인다. 다시 읽다 보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책에서 배운 대로 고칠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블로그에 매일 아침 한 편씩 발행하는데 1시간 정도 주어졌다. 그 사이 퇴고까지 마치려면 손이 덜 갈게 문장을 써야 할 것 같았다. 책에서 배운 걸 강박적으로 적용했다. 초고를 쓰면서 배운 걸 적용해 수정을 덜 하게끔 애썼다. 마감 시간을 정해놓고 쓰다 보니 손을 댈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연습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반복했다.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초고는 속도가 중요하다. 목차가 나오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초고를 쓰는 게 효과적이다. 초고가 늘어지면 퇴고는 더 늘어지고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래서 초고는 분량과 속도로 승부를 보라고 한다. 초고가 마무리되면 퇴고부터가 진짜 글쓰기이다. 퇴고 과정에서 문장도 손보고 단란도 재구성하면서 차츰 나아지기 때문이다.


출간된 책을 제외하고 투고를 기다리는 원고가 네 권이다. 초고는 대부분 두 달안에 마무리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계속 퇴고 중이다. 대작을 써내기 위해 퇴고하는 건 아니다. 직장 다니며 이 일 저 일하다 보니 우선순위가 밀렸던 것 같다. 개념치 않는다. 매일 글 쓰면서 조금 더 나은 문장 쓰는 연습 중이다. 그러니 퇴고를 할 때면 이전보다 더 나은 문장을 쓰게 될 거로 믿는다. 실제로도 그렇다. 첫 책과 나중에 쓴 책의 문장은 분명 다르다. 고치는 내용이나 시간도 줄어든다. 무엇보다 한 번 익힌 내용은 꾸준히만 쓴다면 절대 잊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복하면 오롯이 내 것이 된다.


문장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지인에게 강조한 한 가지가 있다. 매일 꾸준히 쓰라고 했다. 쓰면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 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분명 나아질 거라고. 나도 그렇게 하는 중이고, 내 주변에 수많은 작가가 그랬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모든 작가가 그랬다. 무엇보다 꼭 필요한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분명 더 나은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매일 꾸준히 쓴다.

문장이든 구성이든 글이 나아지는 원칙 중 원칙은 매일 쓰는 것뿐이다. 분량이 많고 적고를 떠나 매일 쓰면서 문장에 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요리사에게는 요리하는 시간, 게임 개발자에겐 프로그래밍하는 시간, 운동선수에겐 연습하는 시간만이 기량을 끌어올리는 불변의 원칙이다. 당연히 글 쓰는 작가에게도 글 쓰는 시간의 양에 따라 더 나은 글을 쓰게 되는 건 당연하다.


둘째, 좋은 문장을 많이 읽는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이다. 책이 부담되면 신문 사설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문사별 논조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오롯이 사설에 담긴 문장만 보는 것이다. 사설에서 말하는 내용을 보다 명확히 주장하려면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필수이다. 그러니 신문 사설을 꾸준히 읽어도 좋은 문장이 어떤 건지 배울 수 있다.


셋째, 문장 공부 관련 책을 정독한다.

내가 지인에게도 추천한 방법이다. 새로 산 TV, 스마트폰, 냉장고, 에어컨 등 먼저 설명서를 읽어야 작동 방법을 알 수 있다. 그래야 몰라서 고장 내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책에 담긴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했을 때 쓰면서 적용해 볼 수 있다. 단, 여러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중에 나온 책 중 한 권만 봐도 나머지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말은 좋은 문장의 조건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권 봐도 충분하다. 내가 먼저 수십 권 읽어보고 얻은 결과이니 믿어도 좋다.


감기를 빨리 낫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약 먹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하루 세 번 정해놓은 시간을 지켜 먹으면 항체가 생겨 빨리 낫는다고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오래 고생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매일 꾸준히 일정한 시간 같은 분량의 글을 쓰고, 더불어 문장 공부까지 한다면 좋은 문장 쓰는 게 어렵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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