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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06. 2023

글에도 삶에도 구성이 필요한 이유


시시포스의 형벌, 저승의 신 하데스를 기만하고 장수를 누리던 시시포스는 결국 바위를 산 정상으로 옮겨야 하는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된다. 매일 비슷한 하루를 사는 직장인을 시시포스의 형벌에 비유하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학생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핑계로 시시포스의 형벌 같은 일상을 살아온 게 아닌가 싶다. 똑같은 환경에서 같은 걸 배우면서 꿈도 목표도 비슷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학생 때도 군대에서도 직장을 다녀도 누구나 짐작 가능한 일상을 산다. 하지만 개중에는 남들과 다른 목표와 꿈을 갖기 위해 조금 다른 일상을 살려고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시간을 달리 사용하는 것이다. 학교, 직장, 육아, 자영업 등 하루 중 우선순위를 위한 시간을 남들과 다르지 않다. 대신 나머지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가치가 달라지고 남들과 다른 성취를 갖게 된다. 똑같은 시간 안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즉, 하루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곳으로 방향을 돌리고 바위를 밀어 올리는 형벌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다. 장사를 했던 부모님은 늘 밤늦게 들어왔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삼 형제는 TV 앞에 모였다. 숙제를 해갈 때보다 TV 보느라 안 해가는 날이 더 많았다. 학원을 다니지도 않았다.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위인 전집이 있었지만 책 등에 적힌 제목만 읽었다. 취미가 있지도 않았다. 당연히 공부도 잘하지 못했다. 꿈과 목표가 선명하지 않았다. 매일 친구들과 놀고 저녁에는 TV 보는 게 일상이었다. 초중고를 거치는 동안 달라지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오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도 일상에는 변화가 없었다. 학생 때는 공부를, 군대에서 군인으로 역할을,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만 달라졌을 뿐, 꿈도 목표도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고만 고만한 직장을 옮겨 다니면서 나에게 불만이 있었다. 조금 더 나은 직장을 다니고 싶었다.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 지 찾아봤다. 토익 시험, 자격증 공부, 독서, 영어 회화 수업도 들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출근 전 퇴근 후 시간을 활용했었다. 그때는 그럴듯한 역량이 필요했지만 절실하진 않았던 것 같다. 어느 것도 이력서에 올릴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홉 번 직장을 옮기는 동안 끊임없이 반복된 일상이었다. 남들과 비슷한 하루를 살면서 남들과 다른 삶을 꿈꾸기만 했다. 정작 중요한 시간 관리와 꾸준함을 실천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4시 반에 일어난다. 출근 준비하고 10분 동안 일기를 쓴다. 출근하는 동안 오디오북을 듣는다. 6시부터 글을 쓴다. 업무가 시작되는 8시 40분까지 한 편을 써낸다. 점심은 혼자 먹는다. 이동하는 동안 오디오북을 듣는다. 점심 1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한다. 외근할 때도 책을 듣는다. 약속 전후 남는 시간이 생기면 또 글을 쓴다. 퇴근할 때도 오디오북을 듣거나 강연 영상을 본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9시부터 책 쓰기 강의를 듣는다. 가끔 강의를 하기도 한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면서 남은 하루 동안 내가 하는 것들이다. 밋밋하던 예전과 달리 다양한 활동으로 출근 전 퇴근 후 시간을 채우고 있다. 시도해 보기 전에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6년 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이야기가 되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24시간 틀 안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다양한 활동으로 하루 동안 성취해 낸 결과물이 꾸준히 쌓여왔다. 그 사이 1인 기업을 창업했고 책도 몇 권 썼고 강연도 해보고 강의도 시작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말고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이전과 다른 나를 만들어 냈다.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쌓여 꿈도 목표도 명확한 나가 되었다. 어떤 자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남들과 다른 인생이 될 수 있었던 건 시간 구성을 달리 한 덕분이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주어진다. 먹고 자고 일하고 공부하는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나머지 시간을 무엇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구성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이루면서 삶이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


한 편의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같은 주제의 글을 써도 어떤 구성으로 쓰느냐에 따라 의미 전달과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다. 구성없는 글은 뼈대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각각의 뼈가 얽혀 버티고 섰을 때 곧게 설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저마다의 선택에 달린다. 직장만 다니고 남는 시간 재미와 자극만 쫓는다면 삶도 언젠가는 허물어질 수 있다. 글을 쓸 때도 주제를 뒷받침하는 소재, 경험, 사례를 적절히 활용하면 내 말에 힘이 실린다. 각각의 내용이 단단히 맞물려 누구에게나 논리 정연한 글이 된다. 구성에 따라 쓰지 않으면 논리도 부족하고 의미 전달도 명확하지 않아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삶을 단단히 버텨주는 건 짬짬이 시간을 활용하는 노력이다. 한 편의 글에도 짬짬이 시간 같은 구성 방식이 논리를 더욱 단단하게 뒷받침해 준다. 주제와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경험은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갖는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글 쓰는 이의 경험만큼 설득력이 있는 건 없다. 직접 경험했다는 건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업에 실패해 본 사람만이 실패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교통사고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사고 당시의 느낌을 말할 수 있고, 이별을 겪은 사람만이 이별의 아픔에 대해 적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제에 맞는 경험이 담긴 글이라면 구성은 물론 설득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쓸 때도 주제에 따라 다양한 구성 방식이 있다. 삶도 살아가는 방식과 나이 때에 따라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주제에 적합한 인용과 경험을 담았을 때 탄탄한 글이 되듯 하루 동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단단한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구성이 탄탄한 글을 쓸 수 있으면 인생도 단단하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대로 단단한 인생을 살 수 있으면 탄탄한 글도 쓸 수 있을 거로 믿는다. 글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지면 글도 달라진다. 삶을 단단하게 엮는 시간, 글을 단단하게 구성하는 경험,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는 것들이다. 놓쳐서 안 되는 건 붙잡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한 편의 글 속에 붙잡아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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