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Jun 09. 2023

오십, 시작해도 괜찮은 나이

《오십에 시작하는 마음공부》 김종원

많이 읽고 무작정 외우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비록 하나를 알더라도 그 하나를 제대로 음미하고 면밀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십에 시작하는 마음공부》 김종원



그릇에 물이 차면 넘치지만 배움에는 차고 넘치는 게 없다. 넘치지 않는다고 채우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니다. 우선 어느 정도 채워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중심을 잡는 것이다.

빈 그릇처럼 흔들리고 요란하던 때가 있었다. 남의 말에 귀가 팔랑거렸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 안에 남는 게 없었다. 그때는 그렇게 사는 게 맞는 줄 알았다. 배움의 깊이가 없었고 지식과 지혜가 짧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중이다. 비었던 그릇에 바닥부터 채웠다. 닥치는 대로 읽은 때였다. 깊이 있는 지혜를 얻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귀는 열고 입은 닫을 줄 알게 되었다. 주제 파악은 한다는 말이다.

요즘도 책을 읽지만 고민이 하나 생겼다. 아니 오래전부터 해왔다. 책을 올바로 음미해 보고 싶다. 오래 두고 꼭꼭 씹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숫자에 집착하는 독서가 아닌 내용과 의미를 되새기는 독서를 하고 싶다.

이제 곧 오십이다. 조금 더 느리게 가도 괜찮을 것 같다. 숫자와 속도보다 느리고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 느리다고 뒤처지는 건 아닐 테다. 반대로 내밀한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잔 바람에 팔랑이지 않고, 큰바람에 중심을 잡고 서는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깊이 읽고 사색하고 음미하는 독서를 하면서 말이다.


처음부터 나라서 가능한 일은 세상에 없다. 미래에 만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먼저 설정하고, 그렇게 되려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사색하자. 그리고 되려는 그 모습을 지금 살아보자.

《오십에 시작하는 마음공부》 김종원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은 했지만 지금에 집중하지는 못했다. 상상보다 필요한 건 상상한 대로 지금을 사는 것이었다. 그걸 몰랐으니 상상이 끝나면 언제나 현실과 마주하고, 마주한 현실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반대로 했어야 했다. 지금 상상하는 모습을 살려고 노력했으면 상상에서 깨어나도 현실에 만족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마흔이 넘어 평생 직업을 찾았다. 더 잘하고 싶어 일상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했다. 자는 시간을 줄이고 틈틈이 시간을 활용했다. 매일 3~4시간 하고 싶은 일을 해낸다. 하루 동안 해낸 것들은 표가 안 난다. 하지만 몇 주 몇 달 동안 쌓이니 책이 되고 강의안이 되었다. 남들에게 나의 가치를 증명해 주기도 했다.

하루의 가치를 뒤늦게 깨달았다. 오늘 내가 하는 노력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바라는 모습을 이루는 방법은 상상이 아닌 오늘 내가 무엇을 했느냐에 따른다. 우선순위에 따라 포기한 자리에 새로운 걸 채움으로써 바라는 나가 조금씩 천천히 완성되어 간다. 기한이 정해진 게 아니다. 살면서 사는 모습이 쌓여 그렇게 나를 만들어가는 거로 생각한다. 지금에 충실했을 때 만들어진다고 믿게 되었다.


누구든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표정이 어두워지고 불결한 언어가 나오게 된다. 정진하는 마음으로 책상을 대하고 책을 읽을 때는 묵묵히 깊이 있게 숙독하라.

《오십에 시작하는 마음공부》 김종원


아홉 번 이직하는 동안 취미를 적는 란에 '독서'라고 적었다. 독서를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마땅히 적을 게 없었고 만만한 게 독서였다. 치열하게 독서를 해보니 알게 되었다. 독서는 취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책을 읽어야 할 이유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누구 못지않게 치열하게 읽으면서 알았다. 독서는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구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접근이 쉽다. 무엇보다 강력하다. 무엇보다 튼튼하게 나를 만들 수 있다. 단, 취미로 읽어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반대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누구든 치열하게 읽게 되기도 한다. 시작을 못할 뿐, 한 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 없는 고기 맛처럼 말이다.

독서의 참 의미를 이해하고 나서부터 책을 읽지 않는 하루가 어색했다. 단 몇 장이라도 매일 읽으려고 노력했다. 얼마나 많이 읽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꾸준히 읽느냐가 더 중요했다. 좋은 습관 하나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독서일 것이다.


글 안에 녹아 있는 글자 하나하나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때려서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읽는 이가 공감할 수 없는 글은 아무리 읽어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간신히 어떤 소리가 난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잡음'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암 박지원-

《오십에 시작하는 마음공부》 김종원


책만 읽었다면 지금의 변화를 갖지 못했을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변화는 더 크게 일어났다. 글은 먼저 나를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살아온 내 모습이 어땠는지 다시 들여다봤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를 통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 글을 써 본 적 없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 책을 읽고 든 생각을 적었고, 일상에 보이는 것들을 썼다. 쓰면서 써야 하는 이유를 이해했다. 쓰다 보니 더 잘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책으로 공부하고 강의를 찾아들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우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정리가 되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정리된 글을 쓰면서 욕심이 생겼다. 나도 누군가의 글을 읽고 다른 삶을 살게 되었듯,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랐다. 글만 쓴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사는 태도를 달리했을 때 쓸 수 있는 글이었다. 생각이 미치자 태도도 달라졌다. 달라진 태도에서 달라진 글도 쓸 수 있었다.

여전히 매일 쓰면서 매일 내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선명해서 잘 들리는가 하면, 아직은 힘이 없어 속으로만 삼키는 목소리도 있다. 어떤 목소리든 내 안에서 나오는 소리다. 오롯이 나의 경험과 성장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성장해 갈수록 내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스스로 존재감이 드러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러니 삶을 더 잘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나는 물론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성은 다 같이 쓰지만 이름은 홀로 쓰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문자는 다 같이 쓰는 것이지만 글은 홀로 쓰는 것입니다. -연암 박지원-

《오십에 시작하는 마음공부》 김종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읽고 쓰는 시간이다. 남들 틈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해야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다. 그 시간이 많아질수록 내면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이전까지는 홀로 있는 걸 견디지 못했었다. 그래서 늘 사람을 찾아갔다. 때로 혼자 있어보지만 나를 위한 시간은 아니었다. 시간 때우기 시간이었다.

사람 속에 존재하기 위해 홀로 지내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사람 틈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함이 필요했다. 읽고 쓰는 시간만큼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건 없었다. 뒤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하다. 오히려 그 시간을 늘려가는 중이다. 다행인 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수록 사람이 더 모인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쓴 글에 사람이 반응한다. 혼자 있으며 고민한 주제에 사람이 귀를 연다. 혼자 있는 시간 덕분에 나는 더 성장하는 중이다. 나만 성장하는 건 아니다. 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성장하길 바라는 거다. 아직은 그 영향이 미미하지만 시간이 축적될수록 분명 더 영향은 커질 거로 믿는다.




열일곱 살에 만난 친구들과 30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오십을 바라보며 저마다 고민이 있을 터다. 나처럼 답을 찾은 친구도 있고 여전히 고민만 하는 친구도, 아직은 답을 찾지 않는 친구도 있을 것 같다. 그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십 이후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들은 분명 어떤 형태로든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외형적인 변화는 차치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남은 삶에 어떤 풍파가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보다 더 풍요로울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어떤 삶이든 중심을 잡고 서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중심을 잡지 못 했 때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십, 늦은 나이가 아닐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이 당연한 나이이다. 남들의 정의 이전에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십은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고. 그에 앞서 마음공부로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면 시작이 조금 더 수월하지 싶다. 이 책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5년 동안 이 책을 썼다고 김종원 작가는 말한다. 집필에는 5년이 걸렸지만 그 안에는 작가가 지금까지 체득한 모든 게 녹아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삶의 전환점에 한 권의 책을 만나야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직이 고민이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