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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04. 2023

퇴직이 고민이라면


송도에서 잠실로 출근하는 두 살 적은 동생 K가 있다. 이전 직장에서 만났다. 그때도 직장은 상암동이었다. 상암동으로 출근할 때도 왕복 4시간, 잠실로 다니는 지금은 5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 K는 자기 일을 좋아하기 하지만,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기 위해 진심을 다해왔다. 옮긴 직장에서도 야근이 많다고 했다. 원래부터 업무량이 많은 직무란다. 입찰, 제안서 작성, 현장 관리까지 한다. 능력이 뛰어나거나 일손이 부족한 것일 수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자기 일에 만족하며 매일 왕복 5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다.


K의 인스타그램에 가끔 사진이 올라온다. 어제는 회사에서 아끼는 후배의 퇴사를 축하하는 술자리가 있었다며 단체 사진을 올렸다. 축하는 더 좋은 일이 있을 때 받는다. 짐작건대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거나, 자기 일을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진을 보는 데 문득 퇴사하는 후배를 보며 K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러다 K의 직장 생활 수명이 얼마나 남았을지 궁금해졌다. 그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나이가 비슷해서 길어야 10년이라고 짐작했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나보다 10살 많은 임원이 현역에 있으니 말이다. 임원이 아니고는 더 오래 근무하도록 회사가 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직장인에게 피해 갈 수 없는 한 가지, 퇴직이다. 나이가 차서 그만두거나 중간에 자기 일을 시작하면서 은퇴한다. 법으로 보장된 나이까지 근무하는 월급쟁이는 드물다. 정년을 보장해 주는 회사도 드물고. 중간에 안 잘리면 그나마 다행이다. 누구는 법으로 보장된 나이까지 버티겠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다음을 준비하겠단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충성을 다해야 한다면서. 누구의 선택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일찍 퇴직하는 것도 맞고, 회사가 바라는 능력을 키워 정년을 채우는 것도 맞다. 다만, 퇴직을 피해 갈 수 없다면 그에 대한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고 싶을 선택할 때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따져보라고 한다.

1) 기분을 좋게 해 주어라

2) 문제를 해결해 주어라.

3) 교육해 주어라.

4) 외모를 발전시켜라. (건강, 영양, 옷, 화장)

5) 안전을 제공하라(주거지, 안전예방책, 건강)

6)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라. (사랑, 행복, 웃음, 자신감)

7) 기본적인 욕구(음식)부터 외설적인 욕구(성욕)까지 충족시켜라.

8) 삶을 편하게 해 주어라.

9) 꿈과 희망을 고취하라.


이 중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적어도 100만 달러의 자산을 갖게 될 거라 한다. 두 번째 삶을 위한 직업은 지금 직업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은퇴 후에도 같은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다. 대부분 직장인은 그러지 못한 게 현실이다. 30년 가까이해 온 일을 저마다의 이유로 그만둔다. 그리고 다시 새 일을 찾는다.


저마다 새로운 직업에 대해 고민은 할 것이다. 다양한 선택지를 앞에 두고 여러 시도도 해 볼 것이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며 다른 일을 시도한다는 게 만만치 않다. 한두 번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직장만 다닌다. 그러다 어느 순간 퇴직은 현실이 되고 그제야 당장 할 수 있는 자영업을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자영업도 자신의 적성에 맞고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명확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 뒤늦게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더 멋진 삶을 사는 이들을 수도 없이 봤다.


늦으면 늦었고 빠르면 빠르다고 할 수 있다. 마흔여덟, 여전히 직장을 다니면서 두 번째 직업을 병행해 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한다. 6년째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단련해 왔다. 직업으로써 작가이자 강연가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아직까지는 수입으로 월급이 더 많다. 그러니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서 수익이 더 많이 발생하면 언제든 그만 둘 각오로 산다. 6년 전 내 일을 갖고 싶어 탐색했고 다행히 직업을 찾을 수 있었다. 평생 직업으로 손색이 없다. 나이 들고 체력이 약해져도 얼마든 내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직업이다. 긴 시간 고민하고 수많은 질문 끝에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찾게 되었다. 나는 작가와 강연가로서 사람들에게,


1) 기분을 좋게 해 주어라

2) 문제를 해결해 주어라.

3) 교육해 주어라.

4)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라. (사랑, 행복, 웃음, 자신감)

5) 기본적인 욕구(음식)부터 외설적인 욕구(성욕)까지 충족시켜라.

6) 삶을 편하게 해 주어라.

7) 꿈과 희망을 고취하라.


나는 사람들에게 7가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를 통해 영향을 받는 사람마다 가져가는 건 다를 수 있다. 7가지 중 몇 가지를 얻어 갈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이 중 한 가지 가치만 줄 수 있어도 이 일을 선택할 이유로 충분하다. 남이 시키는 일만 했던 내가 누군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충분히 멋지고 가치 있다.


K도 이제부터라도 내가 했던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그는 기타를 수준급으로 다룬다. 정기 공연을 가질 만큼 실력을 갖고 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봤으면 한다. 취미나 특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해 보는 것도 내 일을 갖는 한 방법이다. 적어도 내 일을 찾는 게 막연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일단 한 번 시도해 보면서 점점 더 시야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말이다. 


나는 K가 동료가 모두 떠난 직장에 혼자 덩그러니 남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이라도 일찍 자기 일을 찾아서 당당하게 걸어 나왔으면 좋겠다. 충분히 그럴 능력과 가치를 가졌다고 믿는다. 남들보다 앞서려면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면 된다. 당장 직업을 찾겠다고 욕심내기보다 준비하는 과정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단계를 밟아 하나씩 하다 보면 분명하고 싶은 일도 찾게 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길 바라본다. 물론 나도 곧 그날이 올 것이다. 안주머니 사표야 나대지 마라. 때는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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