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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15. 2023

일산에서 강남역까지
요금은 2,800원

5시 50분, 집에서 나왔다.

비가 온다.

'버스 타지 말까? 차 키를 두고 왔지'

우산을 펼치고 정류장으로 향해 걸었다.

빗줄기가 제법 거칠다.

바지가 젖을 정도는 아니다.


9700번은 도착 정보에 안 뜬다.

057번을 타고 동부경찰서까지 가자.

정류장 앞 사거리 신호에 버스가 멈췄다.

앞 신호를 받은 M7412번이 눈앞으로 지나간다.

'젠장'

희망을 갖고 내리자마자 뛰었다.

출발했다.


다음 버스가 3분 뒤 도착이다.

다행이다.

M7412 버스가 다가온다.

버스 앞 유리에 낯선 문구가 보였다.

무시했다.

문이 열리고 비를 피해 잽싸게 탔다.

"예약하셨어요?"

뭔 소리지.

"아니요."

"예약 안 하셨으면 못 탑니다."

얼른 내렸다.

뒤따른 아저씨도 영문을 모른 체 따라 내렸다.

문이 닫히고 출발했다.


당황스러웠다.

이런 식으로도 운행 중이구나.

생각해 보니 융통성의 문제가 있었다.

토요일 아침 6시, 강남역까지 가는 사람 몇이나 될까?

45명 자리다 채우고 갈까?

기사분이 융통성을 발휘해 태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빈자리로 가는 것보다 나았을 텐데.


3분 뒤 M7412 버스가 또 왔다.

이번에는 그냥 태워준다.

일산을 벗어나기까지 아무도 안 탔다.

나 혼자 버스 전세 냈다.

택시처럼 버스 타고 왔다.

눈앞에서 버스 두 대를 보냈다.

잠시 짜증도 났다.

몇 분 까먹은 걸 융통성 없는 버스기사 탓으로 돌렸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다음 버스를 혼자 타고 간다고 이렇게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다.

더 좋은 순간으로 이어질 수 있고,

더 최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남 탓하며 얼굴 붉히지 말아야겠다.

남 탓하고 나니 스스로에게 쪽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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