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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30. 2023

달리기와 글쓰기의 세 가지 공통점


오늘까지 일산 호수공원을 38번째 달렸다. 이제 겨우 5개월 정도 달린 것 같다. 달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달리기를 어딘가에 빗대어 표현하고 싶은 욕구다. 어쭙잖은 글재주여서 쓰기가 망설여졌다. 무엇에 빗대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작가를 업으로 삼은 터라 이번 기회에 한 번 써보자 마음먹었다. 달리기와 글쓰기의 공통점 세 가지를 적어봤다.


첫째, 달릴수록 체력(폐활량)이 좋아진다.

호수 공원 달리기를 막 시작했을 때 호흡법을 몰랐다. 달리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초반부터 호흡이 거칠어지지는 않았다. 코로 호흡하라고 어디서 본 것 같았다. 입으로 호흡하면 체력이 금방 떨어지기 때문이다. 3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처음 1킬로미터는 코로 호흡했다. 달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코로 호흡하는 거리도 늘었다. 요즘은 시작하고 4킬로미터까지는 코로 호흡한다. 덕분에 목표한 거리까지 지치지 않고 달리게 되었다. 달릴수록 체력과 폐활량이 늘어나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 쓸 때 호흡법이 필요한 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글은 꾸준히 쓸수록 문장력은 물론 글을 쓰는 실력이 나아진다는 의미이다. 달리기도 그렇지만, 무슨 일이든 반복하면 실력이 느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글쓰기도 똑같다. 처음은 당연히 잘 안 써지는 게 맞다. 대개는 초반에 포기한다. 생각대로 써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달리기도 힘든 고비를 넘기면서 차츰 나아지는 것처럼, 글 쓰는 실력도 몇 번의 힘든 고비를 넘겼을 때 조금씩 나아진다. 꾸준히 쓰다 보면 자기 나름의 요령이 생긴다. 또 공부했던 내용들이 글에 하나 둘 나타난다. 그렇게 조금씩 처음보다 나은 글을 쓰게 된다.


둘째, 도착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호수 공원을 처음 달릴 때는 완주를 목표하지 않았다. 그만한 체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 몸에 무리 가지 않는 수준에서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3킬로미터 정도 쉼 없이 달렸다.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중간에 멈추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다리도 아프고 숨도 찼다. 몇 번을 더 달리고서야 한 바퀴 4.8킬로미터를 완주할 수 있었다. 30분 걸렸다. 달리는 속도가 처음보다 빨라졌다. 장거리 달리기는 평균 속도에 따라 도착 시간이 정해진다고 생각했다. 나의 체력 수준에 따라 달리는 속도도 달라진다. 또 도착지점에 다다를수록 숨이 차기 마련이다. 체력과 호흡 조절에 따라 기록이 달라질 수 있는 게 달리기였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글을 끝내는 시간도 스스로 정하기 나름이다. 마감 시간이 정해진 원고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내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글은 마감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쓰는 게 대부분이다. 달리기도 목표를 정해놓고 연습해야 실력이 나아진다.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편을 완성하는 시간을 스스로 정해놓는 것이다. 시간을 정해놓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럴 때 우리 뇌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마감 시간의 효과는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시 때부터 맹수에게 쫓길 때 살아남기 위해 뇌는 생존 모드를 작동시킨다. 마찬가지로 시간에 쫓긴다고 생각한 뇌는 그 순간을 위기로 인식하고 극복하려고 생존 모드를 작동시킨다. 그때와 지금 생존의 의미는 달라졌지만 무언가 제시간에 끝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시작은 어렵지만,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

달리기를 시작하기까지 꽤 오래 결심만 했었다. 작년 한 해 동안 헬스장을 다녔다. 식단 관리를 하면서 근육도 키우고 싶었다. 근육 운동을 하려면 유산소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근육 운동이 끝나면 20분 정도 트래드 밀을 달렸다. 달릴수록 숨은 찼지만 성취감이 들었다. 야외에서 달리면 어떤 느낌일지 늘 궁금했다. 헬스장에서 호수 공원을 바라보며 늘 마음으로만 그곳을 달렸던 것 같다.


올해는 헬스장을 등록하지 않았다. 벌려놓은 일이 많아 회원권을 끊을 여유가 없었다. 이때다 싶어 달리기를 시작했다. 찬 기운이 남아 있는 3월, 처음 호수 공원을 달렸다. 달릴 수 있는 만큼 달렸다. 당연히 완주는 못했다. 주말 동안 두 번은 달리려고 노력했다. 날이 더해질수록 달릴 수 있는 거리도 늘었다. 거리가 늘어날수록 성취감도 커졌다. 그때 알았다. 그저 달리기만 해도 성취감이 큰 운동이라는 것을. 요즘은 평일 저녁에도 달린다. 일주일 평균 3~4회 달리는 중이다. 시작이 망설여졌지만, 시작하고 나니 계속 달리게 되었다.


글 한 편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백지를 마주하며 무엇을 쓸지 막막하다. 주저할수록 쓰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때는 아무 말이나 적기 시작한다. 그 순간 스치는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 그러다 어떤 단어나 문장에서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게 시작이다. 한 번 시작된 글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계속 이어진다. 쓰다 보면 계속 생각이 꼬리를 문다.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글 한 편 완성된다. 어쩌면 신비로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손을 움직이지 않을 때는 쓸 말이 없을 것 같다가도,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하고 싶은 말이 술술 나오니 말이다. 글도 달리기도 시작은 어렵지만,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계속 달리고 쓰게 된다.



목표한 거리를 조금씩 늘리는 중이다. 속도는 여전히 초보 수준이다. 주말 아침이면 옷을 갖춰 입고 대형까지 맞춰 달리는 동호회가 여럿 있다. 내 옆을 지날 때면 그들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지나가 버린다. 속으로 생각한다. 저 정도 빠르기가 됐을 때 대회에 나갈 정도 체력이 될 거라고. 그들이 부럽거나 나를 초라하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초보이니까. 그저 내 호흡에 따라 내 속도로 정해놓은 코스를 달리면 된다. 달리는 모든 순간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면서 말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남이 쓴 글과 내 글을 비교할 필요 없다. 누구의 글이 더 잘 쓴 글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글을 잘 쓴다고 인정받는 사람은 그만큼 노력하고 실력을 쌓아온 것이다. 그들의 재주가 부럽다면 그들의 노력과 시간을 똑같이 따라 하면 된다. 그런 노력 없이 그저 비교만 한다면 제 살 깎아먹는 꼴밖에 안 된다. 나도 비교할 때가 있었다. 비교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감정만 소비될 뿐이었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한 편이라도 더 쓰는 게 나에게 도움 됐다.


달리는 중에는 달리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글을 쓰는 중에도 글에만 집중해야 한다. 달리기는 순위 경쟁 이전에 기록 싸움이다. 자신이 새운 기록을 조금씩 깨면서 실력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글쓰기도 똑같다. 매일 쓰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누구를 위해 달리는 게 아니듯, 글도 오롯이 나를 위해 쓰는 것이다. 단지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 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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