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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31. 2023

후유증 없는 휴가를 보내려면


7말 8초, 직장인의 휴가 시즌이다. 여행이 떠나기 전 가장 설레듯, 직장인의 휴가도 출발하기 전 가장 흥분된다. 저마다 정해진 기간을 어떻게 보낼지 잔뜩 계획을 세운다. 숙소 예약, 렌터카, 입장권 구매, 맛집 검색 등 놀 거리 먹거리로 일정을 채운다. 여행지에 가서도 오늘이 전부일 것처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여름휴가를 위해 일 년을 버티는 직장인도 있을 테다. 내일이 없는 듯 오늘 즐기지만 내일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휴가 복귀 전날, 또다시 우울해진다. 한때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가 끝날 때 느껴지는 상실감이라고 할까. 며칠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기분이다. 붙잡고 싶은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어김없이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떠나기 전보다 더 무기력한 체 다시 맞물려 돌아가는 일상으로 이어진다.


18년째 직장 생활 중이다. 그동안 매년 여름휴가를 보냈다. 결혼 후 이듬해 첫째가 태어났다. 활동적이지 못한 우리 부부는 갓난아기를 데리고 여행 가는 게 내키지 않았다. 바리바리 싸 들고 갈 만큼 열정적이지 못했다. 4년 뒤 둘째가 태어날 때까지 이렇다 할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다. 둘째가 태어나니 더 갈 수가 없었다. 결혼 후 15년 동안 손에 꼽을 만큼 휴가를 다녀왔던 것 같다.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휴가는 아니었다. 직장인에게 휴가는 재충전의 의미가 크다. 생각해 보면 어디로 떠나든 떠나지 않았든 휴가가 끝날 때면 늘 아쉬움과 상실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자기 계발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은퇴 이후를 준비해 오고 있다. 미리부터 은퇴를 준비하는 이유는 퇴직 후 내 일을 갖고 싶어서다. 지금 직업이 아닌 평생 나를 책임져줄 직업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책에서 힌트를 얻었고 업으로 삼은 지 6년째이다. 작가라는 직업이 하나 더 늘면서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작가는 글을 써서 먹고사는 직업이다. 글을 쓴다고 당장 돈이 벌리는 건 아니다. 일종의 투자 기간이다. 직장을 다니며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것이다. 그러니 돈을 벌기보다 작가로서 소양을 쌓아가는 중이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 위해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과 작가가가 되기 위해 읽고 쓰는 시간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해 오는 중이다.


돈을 버는 일과 돈이 되지 않는 일을 병행해 오고 있다. 휴일이라고 돈이 안 되는 일을 멈추지 못한다. 휴일은 직장만 안 갈 뿐 작가가 되기 위한 활동은 계속된다. 일어나는 시간, 글 쓰는 시간, 책 보는 시간, 강의 준비하는 시간 등 꼭 필요한 역량을 꾸준히 쌓아가는 중이다. 주말에도 같은 일상을 반복했을 때 좋은 점은 월요일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에만 목매어 다녔을 때는 월요일이 꼴도 보기 싫었다. 지금은 월요일은 월요일일 뿐이다. 일요일에 이어 월요일에도 작가를 위한 공부는 계속된다. 매일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는 건 매일이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다.


6년째 직장인과 작가로 살아왔다. 그동안 매년 여름휴가를 가졌다. 두 딸도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더 자주 더 많은 곳을 다니면 좋겠지만 월급쟁이 수준에서 만족하는 중이다. 언제 어디로 며칠을 가더라도 꼭 지키는 게 있다. 일어나는 시간을 지켰다. 일어나서는 글을 썼다. 일기장에 한 페이지, 블로그에 글 한 편,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매일 남겼다. 주어진 시간이 적은 만큼 적은 분량이라도 꾸준히 적었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루틴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휴가가 끝나고 출근한 아침에도 전날처럼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키면서 성취감에 하루를 시작한다. 휴가 떠나기 전이나 복귀하는 날에도 일상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런 노력이 휴가 후유증은 물론 월요병에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직장인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휴가는 필요하다. 휴가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일종의 영양제이다. 내 몸에 맞는 영양제를 먹으면 훨씬 활력 있는 삶을 살게 된다. 반대로 몸에 맞지 않는 영양제는 오히려 독이 된다. 휴가에 마음껏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 가보지 못한 곳, 해보지 못한 걸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탈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는 건 의미 있다. 휴가가 의미 있는 건 짧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야 할 일상이 있기에 휴가가 더 가치 있다. 바꿔 생각하면 일상을 더 잘 살기 위해 휴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휴가 중에도 자신의 루틴을 지키는 노력이 어쩌면 일상을 더 잘 사는 또 다른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오늘만 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음껏 즐기며 원하는 삶을 살면 그만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내일도 살아야 한다. 오늘을 잘 살아야 더 나은 내일도 기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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