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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22. 2023

미끼를 물까?


약속시간까지 1시간 남았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주차를 하고 카페에 자리 잡았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대략 50분 정도다. 떠오르는 대로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원래 작정하고 쓰려면 글감이 안 떠오른다. 마음을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을 때 별똥별이 떨어지듯 글감도 떠오른다. 이런저런 낙서를 하다가 '관심'이라는 단어가 스친다. 글감을 찾는 시작은 관심이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될 수 있다. 관심을 가졌을 때만 말이다. 


나에게 관심 갖지 않았을 땐 쓸 말이 없었다. 그때는 글을 쓰지 않았을 때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것, 성격, 성질머리, 태도, 습관, 말투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롭게 보였다. 40여 년을 함께 살아왔지만 너무 몰랐다. 늦게나마 내가 누구인지 관심 갖기 시작했다. 관심을 갖고 글로 쓰다 보니 낯선 나를 만나기도 했었다. 어쩌면 그동안 마주하고 싶지 않은 모습일 수 있다. 알면서 모른 척하고 싶은 그런 모습. 마주하면 불편할 것 같은 모습들이다. 글로 쓰지 않으면 평생 마주하지 않았을 모습이다. 쓰는 동안 불편할 수 있지만, 쓰고 나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시간이라도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 말이다. 


가족을 한 명씩 소환했다. 그동안은 겉모습만 보고 안다고 말했던 것 같다. 내가 나도 모르면서 어찌 가족들을 안다고 착각했을까.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행동하는 대로 옮겨 적었다. 책도 같이 읽으면서 말이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들의 모습이 조금씩 보였다. 성격, 좋아하는 것, 장단점, 말투, 습관, 버릇 등.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알게 되면서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덕분에 그들의 행동을 두고 보는 인내심도 생겼다. 잔소리, 타박, 꾸중하는 횟수가 줄었다. 말을 아끼니 거리가 좁혀졌다. 먼저 말을 걸어오고 흔쾌히 따라나선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말이다.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길 바란다.


직장 생활에 대해 틈틈이 적었다. 화가 나는 상황, 잔소리를 들었던 일, 스트레스받았던 사건, 상대방의 태도 등. 직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에 관심을 갖고 적었다. 글로 적으며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이해가 쉽게 되는 건 아니다. 이런 노력자체로 의미 있었다. 적어도 애먼 오해는 안 할 테니 말이다.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나고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관심 갖고 적었다. 적다 보니 원인과 대책이 보였다. 예전 같으면 술로 풀거나 속으로 삼키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은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한 번 더 참으려고 노력한다. 성인군자가 되겠다는 건 아니다. 화내고 스트레스받아봐야 내 몸만 상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다.


눈에 보인다고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볼 때 관심도 생긴다. 쓰다 보면 더 자세히 보고 생각하게 된다. 그때 몰랐던 것, 안 보이던 것도 보인다. 글로 적으며 보다 구체화되고 쓰면서 나를 더 이해하는 계기도 된다. 관심은 구체적일수록 이해가 깊어지는 것 같다. 수박 겉핣기가 아닌, 오감을 동원했을 때 온전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글로 쓰다 보면 자연히 관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혼자서 글을 쓰면 없던 집중력도 생긴다. 그래서 글을 쓰라고 하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에 온전히 대상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많을수록 삶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끊어졌던 관계도 회복되고, 멀어졌던 사이도 가까워지고, 몰랐던 것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결론은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글을 쓰라는 것이다. 속는 셈 치고 낚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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