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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21. 2023

책방 코치 실용글쓰기(2) 죽은 글도 살리는 퇴고의 힘


고기를 많이 먹어본 사람이 고기 맛을 안다. 운전을 오래 한 사람이 사고 날 확률이 적다. 요리도 많이 해본 사람이 음식 맛을 잘 살리는 법이다.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어본 사람이 맛 표현도 다채롭다. 이 말은 어떤 일이든 경험만 한 게 없다는 의미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그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글은 어떨까? 글도 많이 써보는 것만큼 실력이 나아지는 방법도 없다. 많이 써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내 글을 얼마나 많이 고치냐도 한몫한다. 생각은 끊임없이 변한다. 지금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아이디어로 떠오르기도 한다. 급하게 먹은 떡이 체하는 것처럼 설익은 생각은 일을 망치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숙고하는 것이다. 차분하게 생각할수록 현명하게 판단할 확률이 높아질 테니 말이다. 퇴고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덜 여문 초고를 시간을 두고 숙성시키며 제맛을 찾아가는 것이다. 숙성될수록 제맛을 내는 장처럼 글도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맛깔난 글이 된다. 장인마다 장맛을 내는 비법이 있듯, 퇴고할 때도 꼭 필요한 세 가지 태도가 있다.


첫째, 내가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하자.

우물 안 개구리는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더 넓은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할 때 비로소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초고를 쓰다 보면 내 글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태도도 물론 필요하다. 내 글은 나만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고는 다르다. 내가 쓴 글이라고 해도 전부 맞는 건 아니다. 우물 밖에 더 넓은 세상이 존재하듯, 내가 쓴 초고도 분명 더 나은 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시선을 우물 밖으로 돌리듯 초고를 3자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때 꼭 필요한 태도가 지금보다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내 글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초고보다 더 알맞은 사례가 있을 것이고, 보다 명쾌한 메시지를 찾을 것이고, 보다 쉬운 단어와 표현이 있을 것이다. 분명 초고보다는 더 나은 내용과 문장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내가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둘째, 독자가 원하는 것에 집중한다.

초고는 분량을 채우는 과정이다. 쓰고 싶은 말을 남김없이 글로 풀어놓는다. 이말 저말 쓰다 보면 불필요한 말도 있기 마련이다. 메시지가 없는 글도 분명 있다. 아무 말 대잔치 같은 글에 메시지도 없다면 독자가 가져갈 내용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퇴고를 한다. 퇴고는 독자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만 생각한다. 쓸데없는 말은 빼고 없던 메시지를 새로 쓰고 부족한 내용을 보완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독자에게 줄 메시지를 다듬어 가는 것이다. 퇴고가 없다면 독자는 공갈빵을 먹는 거나 다름없다. 저자도 퇴고를 통해 전하고 싶은 주제를 보다 선명하게 다듬을 수 있다.


셋째, 고치는 걸 두려워 말자.

살을 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옷만 바꿔 입어도 이미지가 달라 보인다. 습관을 고치면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도 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고치면 고칠수록 더 나아지는 건 불변의 진리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초고에 집착해 봐야 엉성한 글밖에 되지 않는다. 퇴고는 더 나은 단어와 어휘를 선택하고 고치고 다듬는 과정이다. 신발을 오래 신을수록 발이 편해지는 것처럼 문장도 다듬을수록 더 자연스럽고 유려해지기 마련이다. 고치기를 겁내하면 더 나은 문장을 만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용기를 낸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 결심을 세우고 실천한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퇴고도 한 번 더 고치고 한 번 더 손을 댄 사람만이 더 나은 글이라는 결실을 얻게 된다. 그러니 글 고치는 걸 두려워하면 오히려 손해다. 언제나 더 나은 문장은 아직 오직 않았다는 마음으로 퇴고에 임했으면 좋겠다.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귀를 막은 사람은 뒤처지기 마련이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면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당장은 쓴소리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귀를 닫는다면 결국 자신만 손해다. 글을 쓰면 더 잘 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더 잘 쓰려면 더 많이 배우고 익히고 반복해야 한다. 반복만이 더 좋은 글을 쓰는 유일한 길이다. 물론 퇴고도 반복하면서 말이다. 남이 내 글을 봐주고 고쳐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기술에는 표준이 존재해 자신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지만, 글에는 표준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타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결국 자신의 글을 보다 냉정한 기준으로 스스로 고치는 수밖에 없다. 내 글에 얼마나 더 냉철해질 수 있느냐에 따라 글 솜씨도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https://docs.google.com/forms/d/1SoD-_ZaM9Al1vV9lrJnNVbJbkbqY7ST4miCwpfMKYk4/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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