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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20. 2023

실용글쓰기(1) 글은 무조건 쉽게 쓴다


어렵게 생각했던 클래식을 음악을 매일 듣는다. 2년 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처음 들었다. 음악을 배워서 듣게 된 건 아니다. 글 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권유로 무작정 듣기 시작했다. 음악의 역사, 형식, 의미를 공부하지 않았다. 매일 노트북을 켤 때 음악도 같이 틀었다. 한 편을 다 쓰고 나면 음악도 멈췄다. 아마도 이것저것 공부해야 했다면 듣기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같은 앨범을 듣고 또 들었다. 반복해서 들을수록 귀에 익었다. 귀에 익을수록 거부감이 줄었다. 이제는 들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진다. 음악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지 않아도 클래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매일 반복해서 듣는 앨범은 그런 수준이 되었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려면 반복하는 게 방법이다. 반복할수록 익숙해지고 쉬워지기 마련이다. 기술을 배울 때도 과정은 똑같다. 군대에서 벽돌 쌓는 기술을 배웠다. 난생처음 해보는 거라 겁부터 났었다. 선임의 조언과 갈굼을 받으며 한 단씩 쌓는 연습을 했다. 연습하는 양이 늘수록 손에 익숙해졌다. 선임이 되었을 때는 현업의 기능공 못지않은 실력을 갖게 되었다. 비록 써먹을 곳 없는 기술이 되었지만.


글쓰기는 어떨까?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글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좋은 글에는 어느 정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건 사실이다. 이 말은 여러 기술을 익히면 글도 잘 쓰게 된다는 의미이다. 실용글쓰기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은 쉽게 쓰는 것이다. 어떤 주제의 글이든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어휘가 쉽게 쓰는 글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글 쓰는 이의 지식수준이 아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쓰라는 의미이다.


쉽게 쓰는 원칙 첫 번째는 어려운 단어(어휘)를 사용하지 않는다.

독서 수준을 높이고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철학서를 탐독하고 깊이 사색하는 태도를 지향해야 한다.

→ 독서를 잘하려면 좋은 책을 꼼꼼하게 읽고 생각을 많이 하면 도움이 된다.


지식의 저주라는 표현이 있다. 내가 아는 걸 남들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대학교수가 쓰는 어휘와 중학생이 사용하는 단어 수준이 같을 수 없다.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중학생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의미이다. 내가 쓰는 글을 여러 독자가 읽기 바란다면 우선 어휘 선택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전문적인 주제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단어 사용은 거부감만 들뿐이다. 오히려 대학교수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쓴다면 보다 더 친근해진다.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의 글을 쓰더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어휘를 선택하는 게 좋은 글이 된다.


두 번째는 추상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씻어지지 않는 참혹할 만큼의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 그는 남모를 아픔을 갖고 산다.


'씻어지지 않는', '참혹한', '끌어안고' 같은 표현은 구체적이지 않다. 읽는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크기와 깊이 인지 가늠이 안 되는 표현이다. 두루뭉술한 표현은 독자가 상상하게 만든다. 손에 잡히지 않는 표현 탓에 주제도 선명하지 않다. 읽는 내내 고구마를 먹는 기분이 든다. 다 읽고 나도 어떤 내용을 읽었는지 남지 않는다. 독자의 시간만 빼앗을 꼴이다. 표현은 무조건 손에 잡혀야 한다. 독자가 읽으면서 눈앞에 그릴 수 있게 선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세 번째는 한 문장에 하나의 의미만 담아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여러 어려움을 만나고 자칫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인 양 쓰는 경우도 있다.

→ 글을 쓰다 보면 여러 어려움이 있다. 가끔은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착각하기도 한다.


쉽게 쓰기 위해서는 짧게 쓰는 연습도 필요하다. 짧게 쓰는 의미는 한 문장에 하나의 의미만 담는 것이다. 위의 예처럼 한 문장에 두 개의 의미가 담기면 독자에게 혼란을 주고 의미 전달도 불명확해진다. 생각이 앞서면 이런 문장을 종종 쓰게 된다. 할 말은 많고 이것저것 다 담아내려다 보니 실수하게 된다. 글을 쓸 때 짧게 쓴다고 의식하면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You! Never give up!!”

처칠은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이 문장을 세 번 말하고 연설을 끝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그는 문장 중간 뜸을 들이며 자신의 감정까지 표현했다. 처칠도 졸업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그는 철저히 연습된 연설가로 유명하다.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기보다 청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선택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긴 문장 어려운 단어 추상적인 표현은 지식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보다 명확하고 쉽고 간결하게 표현한 글이 독자에게 공감받는다. 이쯤에서 쉽게 쓸 수 있는 한 가지 팁을 알려주면, 말하듯이 쓰는 것이다. 평소 가까운 사람과 대화할 때 사용하는 어휘로 쓰는 글이다. 대화할 때 전문 용어 잘 안 쓴다. 친구에게 고사 성어 높임말 같은 표현 안 쓴다. 가끔은 욕도 써가면서 대화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 대화를 그대로 글로 옮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쓸 때도 수월하고 물론 읽을 때도 쉽게 읽힐 것이다. 실용글쓰기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을 글로 옮겨 적는 것뿐이다. 그러니 글쓰기가 어려울 이유가 없다. 말하듯이 쓰는 글이 곧 실용글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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