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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19. 2023

내가 책을 쓰는 이유

책 쓰는 건 어렵다.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책을 쓰려고 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 때문이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일이다. 특히 책을 쓰는 건 더더욱 그렇다. 아마도 경험해 보지 않는 일이라 그럴 수 있다. 또 글을 쓰는 과정이 녹녹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도전한다. 저마다 책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책 쓸 이유를 찾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써내려고 노력한다.


책을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책 쓰는 사람이 백만 명이면 백만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누구나 다 자기만의 삶을 살아왔고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다. 세상에 나오는 책 중 주제는 비슷하지만,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은 제각각인 걸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배운다. 배움의 가짓수가 많을수록 내 경험도 풍부해진다. 경험이 풍부해지면 지혜도 늘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책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다.


책을 쓰는 사람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이 또한 쓰는 이유만큼이나 다양하다. 지나온 삶을 정리한다. 아는 것과 모르는 걸 구분할 수 있다. 자신을 브랜딩 할 수 있다.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는 시간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다. 책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도전하는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하면 어떤 성과도 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시간을 들이는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시간의 가치를 깨닫고 보다 계획적으로 살게 된다.


 다작으로 유명한 한근태 작가는 새벽 3시부터 글을 쓴다. 무라카미 하루끼는 매일 8시간씩 글을 쓴다. 나탈리 골드버그도 매일 정해놓은 시간 동안 글을 쓴다고 했다. 전업 작가는 직장인처럼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글을 쓴다. 겸업 작가도 스스로 정해놓은 시간을 지켜 꾸준히 책을 써낸다. 전업이든 겸업이든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하면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 시간은 그만큼 정직하다.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쓰는 게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시간이 문제였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달려들었다가 둘 다 놓칠 수도 있다. 본업에 방해를 주면서까지 책을 쓰는 건 의미가 퇴색된다. 책을 쓰는 건 일종의 도전이다. 본업에 영향을 주지 않을 때 도전도 가치가 생긴다. 그러니 한정된 시간 안에서 글 쓰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냐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속도와 질이 정해진다. 그러니 자연히 시간을 쪼개고 아껴 쓰게 된다. 시키는 사람이 없는데도 말이다.


직장을 다니며 매일 두 시간 이상 일정 분량의 글을 쓴다. 그 글들이 모여 개인 저서와 공저로 세상에 나왔다. 이 과정에서 글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시간 활용이 중요했다. 늘 아쉬움이 남는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에도 글을 쓴다면 더 빨리 더 많은 성과가 날 텐데 말이다.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쓰기 때문에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려는 것과,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면 과연 이만큼 시간 활용을 잘할 수 있을지 말이다. 조건이 바뀌었을 때도 시간을 올바로 활용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분명한 한 가지는 적어도 지금 조건에서 시간의 가치를 깨달았다는 점이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계속 글을 쓸 것이고, 글을 쓰는 동안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그때 가서 고민할 일이다. 지금은 24시간 동안 주어진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시간을 칼질하듯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뼈에 붙은 살을 얼마나 잘 발라내느냐가 조리사의 역량이듯, 내 시간을 얼마나 낭비하지 않고 사용하느냐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내가 책(글)을 쓰는 이유는

첫째, 내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둘째, 아는 것과 모른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셋째, 매일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다.

넷째,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시간의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저마다의 선택이다. 선택에 따른 결과도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어떤 결과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삶을 대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결괏값이 갖는 가치는 따져볼 문제다. 나에게만 이로운 시간을 보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한 시간이었는지를 말이다. 비단 책을 써야지만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어떤 활동이든 타인을 이롭게 하는데 내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시간이 쌓인다면 자신은 물론 타인도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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