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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07. 2023

노력이 만능은 아니지만, 노력 없이 공평해질 수도 없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공평해서는 안 되는 게 세상이다. 매일 10킬로미터를 달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똑같이 건강해서는 안 된다. 매일 1만 원씩 저축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똑같은 돈을 가져서는 안 된다. 매일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똑같은 보너스를 받아서는 안 된다. 불공평한 게 당연하고 불공평하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공평하기를 바라는 게 어쩌면 더 불공평한 것일 수 있다. 예전의 내가 그랬었다.


서른 살에 첫 직장을 얻었다. 그 뒤로 13년 동안 8번 직장을 옮겼다. 직장은 옮겼어도 같은 일을 계속해 왔다. 한 직장에 계속 다녔다면 적어도 차 부장급이었다. 불행히도 직장을 옮겨 다닌 탓에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새로 입사하면 늘 이전과 같은 직급이었고 연봉도 고만고만했다. 더 높은 직급, 더 많은 연봉을 요구할 수 없었다. 나이가 벼슬은 아니니 말이다. 겉으로는 그런 처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내 딴에는 연차가 쌓이는 걸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이 정도 연차면 이만큼만 일하면 되겠지. 아마도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회사에 불만을 가졌다. 그러고는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세상은 공평하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도 당연한 진리를 마흔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시간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다.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내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내야 했다. 정해진 24시간 안에서 보다 가치 있는 선택을 함으로써 글 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읽고 쓰는 것뿐 아니라 무엇을 원하든 노력에 따라 결괏값은 달라지는 게 진리이다. 오히려 노력하지 않고 원하는 걸 얻고 싶어 하는 게 불공평한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꽃을 피우고 싶다면 정성을 다하라는 의미이다. 꽃은 저절로 피지 않는다. 길가의 개나리도 겨울을 견디고 비바람을 이겨내고 한여름의 땡볕을 버텨냈기에 이듬에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다.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보이는 것도 그들에겐 노력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 세상 만물 중 저마다의 노력과 인고의 시간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사라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하물며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다.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경력을 인정받길 바라는 심보는 거창하게 표현하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동이었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공평하게 돌아간다. 그 안에 사는 우리가 욕심을 부리며 좀 더 빠른 길 쉬운 방법을 찾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글 쓰는 게 업이다 보니 글쓰기를 예로 들면 이렇다. 우리가 쓰는 글에는 잘 쓴 글 못 쓴 글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쓴 글은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글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으로만 나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더 잘 쓰고 싶어 한다. 안 쓰는 사람은 안 쓸 이유와 핑계만 찾는다. 잘 쓰고 싶은 사람도 두 부류로 나뉜다. 매일 쓰면서 매일 공부하는 사람이 있고, 가끔 쓰면서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둘 중 글 솜씨가 나아지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반대로 어쩌다 한 번 쓰고 공부하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글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 세월이 쌓인다고 누구나 글을 잘 쓴다면 그것만큼 불공평한 것도 없다. 글은 쓰는 만큼 늘고 공부한 만큼 써진다고 나는 믿는다. 욕심부리고 쉬운 방법을 찾는다고 글이 잘 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은 앞으로도 불공평할 것이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결과를 손에 쥐여 줄 것이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빈손만 남을 뿐이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 던진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불공평한 세상이라고 원망만 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불공평을 인정하고 원하는 결과를 갖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것인가? 몇 권의 책을 쓰면서 깨달았다. 책 한 권을 써내는 과정 또한 불공평하다는 것을. 책을 쓰기 위해서는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책이 나왔을 때 평가는 달라진다. 그렇다고 책 쓰기를 두려워하거나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아직 덜 여물었었어도 책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이 갖게 될 경험치는 분명 다르다. 그 경험치가 쌓일수록 내 책의 평가도 점점 나아질 것이다. 물론 그 과정 자체가 투자이고 노력이 쌓이는 것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이 믿음 또한 세상이 공평하다고 믿게 된 이유이다. 6년 동안 매일 쓴 글이 모여 10여 종의 책을 출간한 게 그렇다. 3년 동안 매일 식단 관리해 늘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그렇다. 물론 내 주변에도 노력에 따른 보상으로 더 많은 돈과 안락한 삶과 더 여유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 많다. 그들을 봐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세상은 늘 공평하다고 믿게 된다.


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세상은 공평하다고 믿으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원하는 게 있으면 스스로 찾은 답을 따라가면 된다. 그 끝에는 분명 '노력'한 만큼의 달달한 열매와 꽃이 피어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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