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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06. 2023

최고의 자기 계발 도구, 이게 시작이자 끝이다

책을 쓰고 싶었다. 몸담은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해온 게 전부였다. 남들이 궁금해할 업무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3D업종 중 하나였다. 저마다 투철한 사명감 하나로만 긴 세월을 버텼다고 말하는 업종이다. 건설업은 그런 곳이다. 30년 경력을 쌓았어도 남들에게 드러내고 인기 끌 업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20년도 안 된 내가 책을 내겠다고 덤비는 건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동기는 단순했다. 책을 읽으니 책을 쓰고 싶었던 거다. 자기 계발서를 6개월 동안 100권 읽었다. 100권을 읽은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만큼 읽었으니 이 정도 내용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호기가 생긴 건 더 놀랄 일이었다. 호기는 객기였다. 현실과 마주하는 데 두 달이면 충분했다. 쓰고 싶다고 다 써지는 게 아니었다.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은 생각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당장은 부족하겠지만 바닥부터 공부하면 충분히 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배우고 매일 쓰기 시작했다.


엉성한 글이지만 매일 썼다. 시간이 없어서 못 썼다는 핑계는 대고 싶지 않았다. 글쓰기는 스스로 선택했다. 선택한 이상 후회 없이 해보고 싶었다. 글 쓰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잠을 줄였다. 늘어난 시간 동안 매일 일정량의 글을 썼다. 글이 쌓일수록 책이 될 거란 믿음도 커졌다. 믿음은 확신으로 자랐다. 단단하게 자란 확신 덕분에 3년 반 만에 개인 저서를 출간할 수 있었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과거의 나였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담았다. 성공보다 실패의 경험이 많았다. 나의 실패가 누군가의 실수를 줄여주길 바랐다.


나처럼 삶의 중간에 책을 내는 사람도 있다. 또 누군가는 삶의 정점을 찍은 뒤 책을 쓴다. 아마도 후자가 책을 쓰기에는 유리할 수 있다. 그만큼 풍부한 경험과 지혜, 농밀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써지지 않는 게 글이다. 그렇다 보니 시작은 의욕이 넘쳤지만 얼마 못 가 포기하는 이들이 더 많다. 끝까지 써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포기하지 않고 이제까지 글을 써올 수 있었던 건 배웠기 때문이다. 글 쓰는 방법을 배운 것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실수와 실패를 되새겼고 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왔다. 그러고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글로 쓰면서 마음에 새겼다. 이를 바꿔 말하면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쓰는 글이라면 다른 사람을 돕기에도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고 책을 쓴다면 끝까지 못 써낼 이유가 없다고 나는 믿는다.


"글쓰기는 열심히 살았던 과거 이야기를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다시 처음처럼 열심히 살아가며 글쓰기를 배워나가는 내일의 이야기를 '경험하며' 쓰는 것이다." 김종원 작가의 말이다. 내 글에 이와 같은 의미를 담을 수 있다면 잘 쓰고 못 쓰고는 문제가 안 된다. 쓰고 안 쓰고의 문제만 남는다. 달리 생각해 보면 글을 썼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더 클 것이다. 장사도 퍼주면 퍼줄수록 이윤이 남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글로 내 경험을 풀어낼수록 나는 더 성장하고 더 가치를 더해가는 법이다. 그러니 쓰지 못할 핑계 대신 써야 할 이유만 생각한다면 매일 쓰는 게 그렇게 고역은 아닐 것이다.


무모하게 시작해 글을 써온 지 6년째다.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가장 큰 혜택은 본 건 나다. 잘 쓰고 못 쓰고 보다 쓰고 안 쓰고만 생각했다. 남의 눈치 안 보고 내가 얻을 이익만 생각했다. 그 이익이 나를 성장시킬 거로 믿으면서.  믿음 덕분에 꾸준히 글도 쓸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데 자격은 필요 없다. 경험과 경력이 풍부한 사람만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내 이야기에 가치를 입히는 과정이다. 가치는 법칙처럼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 수만큼 다양할 뿐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썼으면 좋겠다. 과정이 어렵고 시간이 없고 가치를 의심할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하나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가 쓰는 글은 나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가치가 계속 쓰게 할 힘도 갖게 할 거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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