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그분이 오셨나 보다.
두 시간째 딴짓이다.
기껏 쓴 글은 생각이 안 나 지웠다.
다시 쓰자니 집중을 못하겠다.
시간이 갈수록 조바심만 난다.
주말에 출근한 것도 한몫 하나보다.
책임을 맡았으니 출근하는 게 당연하다.
억지로 출근 한건 아니다.
내 몫의 시간을 빼앗긴 게 안따까울 뿐이다.
마음의 차이인 것 같다.
현장에 나오면 마음 한 곳이 늘 일에 가 있다.
자리를 지켜도 비워도 걱정은 따라다닌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니 헛발질만 하는가 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주변 상황에 영향받지 않고 꿋꿋이 쓰고 싶다.
핑계 대고 싶지 않다.
핑계 댄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잘 써져도 알아주는 사람 없는 건 마찬가지다.
자기만족일 뿐이다.
글을 쓰는 제1목적은 나를 위해서다.
내가 좋아야 내가 쓰는 글도 나아진다.
써내기 위해 쓰는 글은 공감받지 못한다.
그런 글이라면 나보다 읽는 사람이 먼저 알 테다.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려면 땅을 반듯하게 파야한다.
반듯하지 못하면 기초도 제 역할을 못한다.
기초가 역할을 못하면 당연히 건물도 부실해진다.
글을 쓰기 전에도 생각과 감정부터 챙겨야 할 것 같다.
감정이 흐트러지고 생각이 많으면 글도 뼈대가 없어진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결국 무슨 글인지 모를 내용을 쓴다.
기껏 분량을 채워도 안 채우니만 못한 글이 된다.
글도 중요하지만 일도 챙겨야 한다.
일을 챙기려면 글에 집중 못할 수 있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일하러 나왔으니 일부터 챙기자.
안 써지는 글 붙자고 있으면 시간만 간다.
할 일 해놓으면 생각도 감정도 다시 돌아올 테다.
그때 다시 쓰고 싶은 글을 쓰자.
지금은 일이 먼저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고 일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