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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06. 2023

성공을 바라기에 고통을 즐긴다


가요 한 곡당 재생 시간은 평균 3~4분이다. 한 곡을 완성하기까지 몇 곱절의 시간이 들어간다. 책 한 권의 분량은 대략 200페이지 내외다. 완성하기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간혹 6개월도 안 걸리는 경우도 있긴 하다. 사람들은 완성된 곡과 출간된 책을 만난다. 그들이 얼마나 긴 시간 노력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들의 노력은 그나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인기를 끌었을 때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보다 더 많은 노래와 책이 세상에 나오지만 그들의 노력은 빛을 발할 새도 없이 사그라들고 만다. 대중에게 인기를 얻지 못한다고 해도 노력의 가치가 퇴색되는 건 아니다. 저마다의 경험으로 차곡차곡 쌓이게 될 것이다.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노력이 부족한 건 절대 아니다. 관심받지 못했다고 실패한 건 더더욱 아니다. 인기나 관심을 떠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누구나 존경받아 마땅하다. 어쩌면 우리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건 그들이 겪은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고뇌하고 수많은 거절을 이겨내고 남들과 끝없이 비교했을 것이며 자신의 재능을 의심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겪은 고뇌, 거절, 비교, 의심이라 단어를 통해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하고 빠른 길을 찾을 수 있다. 성공한 이들의 화려한 모습이 아닌 처절하리만치 노력했던 과정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두 권의 개인 저서를 썼다. 첫 책은 집필부터 출간까지 꼬박 1년 걸렸다. 두 번째 책은 그보다 더 긴 2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아직 세상에는 안 나왔지만 이제까지 써놓은 원고도 세 권이나 된다. 책이 나와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여전히 관심을 바라고 있다. 다섯 권의 원고를 쓰는 내내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고민한 시간은 길었지만 결과물은 평범한 수준이다. 또 출판사를 만나기까지 수개월 동안 거절을 감내해야 했다. 응답이 없어도, 거절 메일을 받아도 포기할 수 없었다. 거절당했다고 포기할 거였으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을 터다. 생각대로 써지지 않을 땐 재능을 의심했다. 과연 작가를 선택한 게 맞는지부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글을 쓸 능력이 있는 지도 의심했다. 재능을 의심하는 건 타인과 비교로 이어졌다. 짧은 시간에 집필을 끝낸 사람, 단번에 출판사와 계약한 사람,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람. 눈을 감고 살지 않는 이상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글을 써왔다. 매일 쓴 덕분에 개인 저서 2권과 전자책 4권, 공저 4권을 쓸 수 있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누구 못지않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정의하는 '성공'은 나를 괴롭혔던 단어들을 이겨내고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성공한 모습만 볼뿐 그 이면을 잘 보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처럼 똑같은 성공을 바란다면 그들이 노력했던 과정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그들에게서 배우면 그나마 시간과 노력은 단축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편법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그들이 했던 방법보다 조금 더 효율적이고 덜 수고하는 방법을 배울 뿐이다. 어쩌면 그들이 경험했던 고뇌, 거절, 비교, 의심의 단어는 누구나 똑같이 치러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다. 성장이 없는 성공은 빈수레나 다름없다. 사람들에게 공감받는 글, 사랑받는 음악은 결국 그들의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더 좋은 글 쓰고, 더 인기 있는 노래를 만드는 비결도 끊임없이 성장하며 더 나은 태도를 만들기에 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살 만한 성공은 아직이다. 대신 성공한 이들이 겪었던 고난의 길을 따라가는 중이다. 앞으로 더 큰 시련과 마주할 수도 있다. 아니면 어느 날 바라는 성공을 손에 쥘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이건 그게 끝은 아니다. 시련이든 성공이든 과정일 뿐이다. 더 큰 시련에 무너지지 않고, 더 큰 성공에 덤덤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성공의 이면을 경험하며 나만의 항체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는 앞으로 이루게 될 성공이 저절로 주어진 게 아님을 증명해 줄 것이다. 6년째 같은 일상을 이어오며 견뎌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포기하는 일은 없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이미 몇 차례 좌절과 마음고생을 경험했다. 그래도 꿋꿋이 버텼다. 죽을 만큼, 포기할 만큼의 고통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고 될 때까지 버틸 힘도 가졌다. 내가 바라는 성공은 고난의 과정을 이겨내며 어제보다 나은 태도로 오늘을 사는 것이다. 태도가 달라지면 더 좋은 글을 쓰게 된다는 믿음이 있다. 그 근거로 6년 전 쓴 글과 지금 쓰는 글이 분명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 사이 이룬 성과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반드시 된다는 믿음으로 오늘 써야 할 글을 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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