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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18. 2023

제육볶음을 먹기 위해 용기가 필요했다

점심으로 고추장 제육볶음을 먹었다. 회사에서 정해놓은 밥값보다 1천 원 더 비쌌다. 먹을까 말까 망설였다. 1천 더 썼다고 죽이기야 할까. 그 순간에는 고추장 제육볶음만 눈에 들어왔다. 매일 먹는 샐러드는 오늘은 거르고 싶었다. 음식 고르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나 싶었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먹고 싶은 걸 먹었다.


참는데 익숙해졌다. 점심으로 먹고 싶은 게 생각나도 참는다. 먹고 싶은 대로 먹었다가는 예전의 몸무게 돌아가는 건 순식간이다. 참는다고 하지만 억지로는 아니다. 그만한 이유와 목적이 있기에 버틸 수 있다. 의미를 찾지 못했다면 아마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그런 용기이다.


먹고사는 데 용기가 왜 필요하며 신념은 또 뭐냐고 말할 수 있다.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신념에 따른 행동이다. 살면서 맛있는 걸 먹는 것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다. 누구는 먹기 위해 산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이들에겐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건 그들만의 신념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몸에 더 좋은 음식을 먹겠다는 의지가 그들의 신념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본능이 신념을 자극하는 때가 있다. 비가 오는 날 기름진 음식이 당기고, 화창한 날 고소하고 담백한 음식이 당기고, 기분이 안 좋은 날 매운 음식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런 날조차도 본능 대신 신념을 따랐었다. 적어도 선택의 순간에는 신념이 항상 한 발 앞섰다. 그런 덕분에 이제까지 같은 몸무게를 유지해 올 수 있었다. 본능에 이끌려 먹고 싶은 걸 먹어도 몸에는 큰 변화가 안 생긴다. 본능에 따라 음식 먹기를 일정기간 지속하지 않는 이상 몸은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 애쓴다. 한두 번 먹어서는 몸무게가 늘어나는 일은 없다. 본능과 신념을 조절할 능력만 있다면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다.


3년째 신념에 따른 식습관을 지켜오고 있다. 먹는 낙은 예전만 못하지만 건강한 몸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하나를 내어주고 하나를 얻은 셈이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음식을 아예 끊은 건 아니다. 오늘처럼 본능이 먼저인 날은 기분 좋게 먹어준다. 그러고 나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지금 몸을 만들기까지 쉽지 않았듯 다시 예전으로 몸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녹녹지 않을 테다. 의미와 목적을 포기한다면 쉽게 돌아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마음이 없다. 오히려 더 나은 방법, 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게 삶의 낙이다.  


먹는 것만큼은 절대적으로 옳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좋은 식습관이 타인에게까지 좋다는 법은 없다. 나에게 잘 맞는 음식이 남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다. 사람 생김새가 제각각이듯 식성 또한 천차만별이다. 수학 공식처럼 통일된 기준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식습관도 자신의 가치관 취향에 따르면 그만이다. 타인의 식성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할 필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게 당연하듯, 타인 또한 무엇을 먹든 신경 쓸 필요 없다.  


조금은 유별나고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건 맞다. 그렇다고 틀린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이 방법이 최선이다. 현재로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과 가치관은 달라진다. 그때마다 음식에 대한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그건 그때에 맞게 신념을 선택하면 된다. 어쩌다 한 번씩 갈증을 달래주듯 먹는 음식 덕분에 꿋꿋이 이어갈 수 있다.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면 쉽게 포기했을 테다. 융통성을 갖는 것 또한 신념의 일종이다. 원칙을 지키되 예외를 허용하는 자세, 끈기 있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힘이라 생각한다. 이런 태도는 어디에든 활용할 수 있다. 습관을 만들거나, 술이나 담배를 끊을 때, 공부를 해야 할 때 등. 꾸준함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 꼭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신념과 용기면 못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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