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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an 01. 2024

새해 스타벅스 선착순 이벤트, 공짜는 없는 법

1월 1일 6시 57분, 스타벅스는 문을 열었지만 주문은 받지 않는다. 주문은 7시부터다. 매장 안에 한두 사람 서성이는 게 보였다. 들어가지 않고 밖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내 뒤를 따르던 이는 매장으로 직진했다. 멀리서 보니 직원이 그 손님에게 무언가 건네는 게 보였다. 그제야 생각났다. 새해 첫날 이벤트, 선착순 24명에게 공짜 음료를 제공한다고 했다. 아마도 내 앞에서 순서가 끝난 모양이다. 그제야 매장 안으로 들어갔지만 내 손에 쥐여주는 건 없었다. 스티커를 받은 사람들 뒤로 줄을 섰고, 내 돈 내고 민트 티를 주문했다.

내 앞에 24명은 새해부터 운이 트였다. 물론 일찍 나오기 위해 서두른 수고를 했고 그 보상으로 공짜 음료를 손에 넣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다. 미리 알고 남들보다 일찍 나섰기에 공짜 음료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선착순 24명에게 무료 음료를 주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얻게 된다. 공짜 같지만 공짜가 아닌 마케팅이다. 24명은 충성 고객이 된다. 커피가 생각나면 제일 먼저 스타벅스를 떠올릴 것이고, 오늘 받은 공짜 음료에 대한 보답으로 반드시 그보다 더 많이 구매하게 될 테니 말이다. 


내 앞에서 순서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찰나의 선택으로 공짜 음료를 놓친 게 마치 2024년 한 해 동안 운이 없지는 않을까 걱정으로 이어졌다. 나라는 사람 참 단순하다. 세상 일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먹지 못하는 포도에서 신맛이 날 거라고 합리화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양보한 덕분에 다음 사람이 기분 좋게 한 해를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이왕이면 후자의 마음가짐을 갖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단박에 마음을 고쳐먹지 못하는 것 같다.

마흔일곱 해를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도 제법 있다. 세상일 욕심낸다고 다 내 것이 되는 게 아니었다. 반대로 욕심내지 않을 때 뜻하지 않은 행운도 찾아왔었다. 바라는 게 정말 내 것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내 손에 들어올 것이며,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내 것이 아닌 것이다. 욕심은 나겠지만, 욕심을 붙잡고 있어 봐야 에너지만 낭비할 뿐이다. 차라리 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들에 에너지를 쏟는 게 더 현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는 게 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공짜 음료가 욕심이 났다면 더 일찍 집을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벤트는 기억도 못 했고 사람들이 보이자 그제야 생각났었다. 그러니 공짜 음료는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다. 만약 24명 안에 들었다면 감사해하면 그만이다. 운이 좋다고 오지랖 떨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보다는 새해 첫날 일찍 서두른 탓에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을 가졌다. 일찍 깬 주변 사람들과 소통도 했다. 어쩌다 얻게 되는 공짜 음료보다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나에게 줬다. 이제까지 반복해 온 일상을 새해 첫날에도 어김없이 이어갔다.  

출근할 때보다 한 시간 늦게 일어났다. 그래도 일기를 쓰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기온이 오른 탓에 호수 공원을 달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달리기 전 스타벅스에서 지금 이렇게 글도 한 편 쓰고 있다. 별다른 일정이 없을 때 늘 반복해 온 휴일 아침 일과다. 2023년에도 그래왔듯 2024년에도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해가 바뀌는 건 물이 가득 찼던 항아리를 비우고 다시 채워가는 것과 같다. 항아리를 채우려면 물을 부어야 한다. 가만히 있는다고 채워질 리 만무하다. 물을 붓는 행동을 반복할 때 항아리가 차는 법이다.


이 글을 마치면 항아리에는 표가 안 날 만큼 물이 찰 것이다. 표가 안 날지 몰라도 적어도 빈 항아리는 아니다. 그리고 남들은 몰라도 항아리는 안다, 물이 얼마나 찼는지를. 어쩌다 누군가 공짜로 물을 부어줄 수도 있다. 또 언젠가 노력보다 많은 양을 붓게 될 수도 있다. 그런 행운으로 빈 항아리를 남들보다 빨리 채울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공짜로 들어온 물은 결국 어떤 대가를 바랄 것이다. 스타벅스가 우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새해 첫날부터 공짜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나 아는 진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

 2024년, 우리 모두에게 8,760시간이 공짜로 주어졌다. 이미 9시간이 흘렀다. 누군가는 해돋이를 보기 위한 시간을 보냈고, 누군가는 공짜 음료를 먹기 위해 보냈고, 또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그 시간들은 나름의 가치를 갖는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일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들에 후회가 남는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할지는 후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2024년 12월 31일에는 후회가 덜 남는, 꾸준함으로 가득 채워진 항아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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