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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28. 2023

이왕이면 좋은 게 좋다

목요일, 8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오늘만 버티면 기다리던 금요일이 옵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기는 이릅니다. 변수가 가장 많은 날이기도 합니다. 약속되지 않은 회식이나 술자리가 잡히기도 합니다.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마냥 좋아할 수도 그렇다고 시기 상 침울해 있기에도 애매한 날입니다. 이럴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입니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적절히 대응할 만반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면만 보는 게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좋은 게 좋다'라는 말처럼 말이죠. 

("박완서 소설어 사전"에서는 '좋은 게 좋다'는 말을 '다소 미흡하거나 석연치 않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것이 서로가 좋은 일이라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출처 나무위키)


직장 생활하다 보면 못마땅한 게 한두 가지 아닐 겁니다. 잡다한 일은 내가 다 하는 것 같고, 힘든 일은 꼭 나에게 돌아오고, 야근을 해도 표가 안 나고, 열심히 해도 상사의 눈에는 안 차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시시때때로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습니다. 조직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나의 희생으로 매출이 오르고 회사가 성장하면 월급과 보너스로 보상받을 테니까요. 일종의 버티기 기술입니다.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좋은 게 좋다'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중에는 자식도 포함됩니다. 자식을 낳고 키우다 보니 옛날 부모님 말씀이 공감됩니다. 그렇다고 마냥 풀어놓고 키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당근과 채찍으로 조련해 보지만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성질 죽여가며 맞춰주기도 하고, 눈치 보며 잔소리도 하고, 칭찬도 적당히 헤 줍니다. 남의 자식과 비교할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전부입니다. 이런 부모 마음 몰라주는 게 때로는 속상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컸는 것을요. 그러니 '좋은 게 좋다'라며 마음을 비웁니다.


지금은 부업으로 글을 쓰지만, 조만간 작가와 강사가 본업이 될 예정입니다. 퇴직을 준비 중이라는 말입니다. 세상일 마음먹은 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달 월급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면 당장에 사표 냈을 겁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정 관리 앱에는 빈 곳이 더 많습니다. 책을 몇 권 냈지만 인세는 인색합니다. 통장의 잔고는 늘 비어있습니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할 마음 없습니다. 지금은 모든 게 과정이라고 여깁니다. 지금은 힘이 들지만 될 때까지 버팁니다. '좋은 게 좋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말이죠. 


결혼 16년 차, 눈치가 제법 생겼습니다. 아내 마음에 들 정도는 아니지만, 미운 털은 안 박혔습니다. 아직까지는 세끼 밥 잘 얻어먹습니다. 부부생활, 불만이 없을 수 없습니다. 살면서 하나씩 맞춰가는 게 부부라고 했습니다. 못마땅해도 참고, 하기 싫어도 먼저 하고, 단점보다 장점을 보는 게 더 현명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불만을 만들지 않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리 없이 쌓인 불만이 이혼을 부를 테니까요. 함께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좋은 게 좋다'라며 마음 다 잡아봅니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뭘 해도 밉상인 사람도 있습니다. 내 의지보다 타인에 뜻에 따라 하는 일도 더러 생깁니다. 그때마다 불만을 드러내고 싫은 감정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처세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술에 술탄 듯 물에 물 탄 듯 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때로는 화도 내고, 잔소리도 하고, 거절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올바로 서야 주변 사람 돌볼 여유가 생길 테니까요.


그러니 중요한 건 내 감정을 먼저 챙겨야 할 것입니다. 내 감정을 잘 챙기면 내 가족이 평안해집니다. 가족이 평안해지면 주변 사람 대할 때도 여유가 생깁니다.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리면 여러모로 상부상조가 됩니다. 상부상조가 잘 되면 하는 일도 잘 풀릴 겁니다. 하는 일이 잘 풀리면 매사가 즐거울 겁니다. 매사가 즐거우면 사는 맛이 납니다. 결국 내 감정을 잘 다스리면 지금 보다 더 나은 삶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게 좋다',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 마법 주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XBJT64yfXEydT44Zj5IRw0HJb_xaycOukmivofQk5yE/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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