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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an 24. 2024

불안을 줄여 준 일기의 힘

내일이 불안해서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해낸다고 불안이 사라지는 거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 정한 걸 해냈다는 성취감은 들었습니다. 아주 작은 성취감이었지만 아무것도 안 하며 불안해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말 그대로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출근 전 10분 동안 일기 한 편 쓰는 겁니다. A4용지 절반 크기의 노트에 그 순간 떠오르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낙서처럼 적어 내려간 글이었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질문을 시작했다


그렇게 쓰기를 984일째입니다. 오늘도 노트를 펴고 펜을 들었습니다. 빈 노트를 보는 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984일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나? 그동안 매일 쓴 일기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일기를 쓰면서 나는 무엇을 얻었나? 단 하루도 빼놓지 않을 만큼 가치 있었나? 어떤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쓴 글을 통해 나는 얼마나 성장했나? 노트의 절반을 질문으로 채웠습니다. 이제까지 던진 수많은 질문 덕분에 984일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안을 이기기 위해 질문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하기 전에도 매일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게 6년 전입니다. 그전에는 글쓰기는 물론 책도 읽지 않았습니다. 그저 하루살이처럼 어떻게든 하루만 때우는 삶이었습니다. 목표도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데 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등 뒤에 불안이라는 곰 한 마리를 지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무거워도 내려놓지 않고 괴롭혀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갇혀 살았습니다.


밖으로 눈을 돌리다


그때는 질문할 줄 몰랐습니다. 어깨 위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하려고 안 했습니다. 답을 찾는 시작이 질문이라는 걸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살아도 불편할 게 없었습니다. 기대나 희망, 꿈과 목표가 없었으니 불평도 없었을 수밖에요. 바꾸려는 노력은 남들이나 하는 걸로 여겼습니다. 개구리가 물이 끓기 전 냄비 안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랄까요. 밖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살던 대로 살면 언젠가 또 다른 길이 짠하고 나타날 줄 알았습니다. 어느 순간 물이 끓으면 그게 끝인데 말이죠.



다행히 6년 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냄비에서는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단지 책을 통해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돌아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글을 쓰게 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기회도 가졌습니다. 읽고 쓰기를 반복하면서 이전에 없던 목표도 갖게 되었고 잊었던 꿈도 꺼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그려봤습니다. 다행인 건 6년 전 나보다는 좀 더 선명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매일 성취감이 불안을 줄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해 왔습니다. 하루아침에 이뤄질 꿈이 아니라 매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루하고 지쳐도 멈추지 않습니다. 현실이 될지 알 수 없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바꿔 생각하면 포기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꿈을 좇는 건 불안합니다. 꿈을 포기하면 불안도 사라질 것입니다. 꿈을 포기할 마음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불안과 타협할 방법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10분 손으로 쓴 글 한 편은 아주 작은 성취감을 안겨줬습니다.



매일 나에게 성취감을 선물했습니다. 시작한 이상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출장 가면 모텔 방에서 일기를 썼습니다. 장모님 댁에서는 새벽에 차 안에서 일기를 썼습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 하루 시작할 때도 어김없이 어떻게든 일기를 썼습니다. 어쩌면 술을 끊은 것도 새벽에 일기를 쓰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26개월째 술을 안 마신 덕분에 일기도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언제 어떻게든 나에게 매일 성취감을 줬습니다. 이제까지 쌓인 성취감 덕분인지 불안의 크기는 줄었습니다.


누구나 상황을 바꿀 힘을 갖고 있다


마이클 투히그와 클라리사 옹이 쓴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사회가 결과 중심으로 성공을 정의하도록 몰아가더라도 무엇을 추구하며 살지는 여전히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 당신에겐 성공의 개념을 과정 중심으로 정의할 능력이 있고, 결과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주의력을 발휘해 과정을 향해 방향을 전환할 힘이 있다'라고 합니다. 매일 일기를 쓴 과정이 결국 내 안의 불안의 크기를 줄여줬습니다. 스스로 선택해 여기까지 해왔습니다. 불안을 줄인 건 반복의 힘이었습니다. 과정이 먼저였습니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지만 크기는 줄일 수 있습니다. 방법은 불안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매일 10분 동안 일기를 썼습니다. 984일이 쌓여 처음보다 불안의 크기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앞으로 계속 쓸수록 불안도 줄어들 것입니다. 사라지지 않겠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정, 반복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그만한 가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불안을 줄여 줄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그 일을 계속하고, 없다면 저처럼 10분 동안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을 믿어보세요


매일 일기를 쓴다고 수입이 늘거나 부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목표를 이루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매일 쓰는 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괜한 짓 한다고 의심도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습니다. 매일 일기를 쓴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다는 것을요. 그 느낌을 스스로 느껴봤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시작할 용기도 지속한 의지도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제까지 이만큼 살아낸 것만으로도 입증했습니다. 자신을 믿어보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vp7NafBv7Gdxi3xN7uf0tr1GV-aPT5lbsIZMryYnOlY/edit?usp=drives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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