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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08. 2024

글쓰기로 이 지능을 키우면 인생이 즐거워진다

절대적 지능과 유동적 지능

돌이켜보면 재미없는 인생을 끈질기게 이어왔다. 없는 게 많아서 재미없는 인생이었던 것 같다. 꿈이 없었고, 용기가 없었고, 도전 정신도 끈기도 없었다. 반대로 쓸모없는 건 많았다. 걱정이 많았고 버리는 시간이 많았고 의미 없는 술자리도 많았다. 쓸모없는 걸 버리지 못한 건 재미있어서였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재미와는 다른 의미였다. 삶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다.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았다. 변화를 바라면서도 행동하지 않았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믿었던 것 같다. 타고난 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내가 나를 기억하는 건 여섯 살부터다. 태어난 부산을 떠나 성남으로 이사 온 뒤부터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장사를 했다. 기억이 나는 그때는 번듯한 매장을 갖게 된 뒤였다. 전면에는 분식집이었고 안으로 들어가면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방에서 다섯 식구가 잤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부지런히 뛰어놀았고 열심히를 TV를 봤다. 그런 환경 때문에 공부와 멀어졌는지, 아니면 공부 머리 없이 태어난 걸 환경 탓으로 돌린 건지도 모르겠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나조차도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았다. 이미 한계를 정해놓은 듯할 수 있는 만큼만 했었다. 점수에 욕심내지 않았다. 욕심은 났지만 스스로 만족해할 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게 맞는 표현이다. 그러니 성적은 늘 중간 어디쯤을 오갔다. 그마저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원하는 곳에 입학했다. 순전히 운이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처럼 때마다 시험은 안 봤지만 항상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야 했다. 일자리를 원하면 자격증을 따야 했다. 더 좋은 직장을 바라면 자기 계발을 해야 했다. 서류를 능숙하게 작성하고, 컴퓨터를 다룰 줄 알고, 공인된 영어 점수와 때에 맞는 화법을 구사할 줄 알아야 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저절로 뒤처진다. 알기만 했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직장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 중 어느 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어쩌다 생각나면 찔끔 건드려보고 얼마 못 가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였지만 달리 나아지지 않았다. 이 또한 타고난 천성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오랜 시간 반복해 왔다면 분명 바뀔 수 없는 기질일 거라 여겼다. 한 마디로 가능성이 없었다.   

  

인간의 지능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시간이 지나도 생리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절대적 지능이다. 어휘력, 이해력, 추리력, 산술 능력 등 타고난 성질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시간이 지날수록 지수가 낮아지는 유동적 지능이다. 언어능력, 기억력, 암기력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퇴화하는 걸 의미한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절대적 지능을 타고난 사람은 유동적 지능 또한 오래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처럼 절대적 지능을 타고나지 못했다면 나이 들수록 언어능력 저하 기억력 감소 암기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해 보인다.     


나는 타고나기를 절대적 지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러니 자라면서 갖게 되는 유동적 지능 또한 시원찮았던 것이다. 너무 비약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직장 생활할 때도 똑 부러지는 직원이 아니었다. 대인 관계에서도 똑똑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 의사 표현이 서툴렀고 업무 이해도도 떨어졌다. 하다못해 배우려는 의지라도 있었으면 남들만큼은 했겠지만 이마저도 흐리멍덩했었다. 직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니 퇴직 이후가 더 걱정됐다. 나이 들수록 불안은 커졌다. 대안으로 찾은 게 자영업이었다. 성격과 재능을 따져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20대 때 잠깐 경험했었다는 것 말고는 믿는 게 없었다. 시간은 흘렀고 불안은 더 커졌다.  

   

가망 없어 보이던 내게도 희망이 꿈틀댔다.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빈 수레에 구슬 몇 개 올리면 더 요란하다. 흔들려도 소리가 덜 날 만큼 채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손에 닿는 대로 읽었고 4년 만에 1천 권을 읽었다.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책을 읽은 덕분에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쓴 덕분에 두 가지 지능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안 그랬다면 내가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강연과 강의를 할 수 있었을까? 지식이 많고 자신감이 충만해서가 아니다. 단지 이전에 없던 용기를 냈을 뿐이다.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나를 바꾸고 싶은 도전 정신 같은 거다.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창피 당하지 않으려면 언어 능력, 기억력, 이해력, 산술 능력 등을 키워야 했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고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해야 할 말을 다듬었다. 강연과 강의를 하기 전 꼭 준비하는 게 있다. 무대에 섰을 때 해야 할 말을 글로 옮겨 적는 것이다. 대본을 써 보는 거다. 쓰면서 불필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부족한 이야기도 추가한다. 글을 쓰고 무대에 서는 것과 쓰지 않고 서는 건 분명 달랐다. 자신감, 여유, 전달력 등이 확연히 좋아졌다. 물론 실력이 나아지려면 경험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걸 잘 안다. 어느 무대든 쓰고 연습하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우리가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정적 지능보다 유동적 지능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제임스 굿윈 박사가 자신의 저서 《건강한 뇌과학》에서 말한다. 굿윗 박사는 또 유동적 지능을 발달시키면 우리를 혁신적이고 창조적이며 탁월하게 만들어준다고 적었다. 그러기 위해 안락 지대를 벗어나 도전하고 꺼리는 활동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매일 새 글을 쓰기 위해 공부하고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나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과정은 폭넓은 사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논리력, 전달력, 창의력, 어휘력, 문해력 등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하다. 그러니 매일 새로운 주제를 정해 글을 쓰는 것만큼 지능을 발달시키는 훈련도 드물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난 6년 동안 매일 글을 쓴 덕분에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게 스스로 놀랍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유동적 지능이 나아졌다는 걸 객관적으로 입증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 심증으로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러분이 만약 이전과 다른 인생을 바란다면 글쓰기부터 시작해 보는 걸 조심스레 권한다. 글이 쌓이면 분명 뇌에도 변화가 생기고 더불어 안락 지대를 벗어날 도전정신과 그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을 거로 믿는다.





https://docs.google.com/forms/d/1vp7NafBv7Gdxi3xN7uf0tr1GV-aPT5lbsIZMryYnOlY/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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