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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11. 2024

글쓰기,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배운다

확증 편향

사람은 믿는 대로 행동한다.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고 믿었을 땐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다. 세 끼를 먹지 않으면 건강에 이상을 올 거로 믿었다. 마흔네 살까지 신념처럼 따랐었다. 3년 전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면서 하루 두 끼만 먹는 습관을 들였다. 적게 먹는 습관은 몸무게를 줄였고 여러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다. 개인의 편차가 있지만 세 끼를 먹을 때보다 정신도 몸도 마음도 이전보다 나아졌다. 44년을 지켜온 믿음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보는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검증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정보는 오히려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진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정보는 입증되지 못한 내용이 떠도는 게 현실이다. 그 안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선택 취합하는 건 보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한쪽의 정보만 믿고 판단하면 나처럼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확증이 신념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세 끼 먹는 게 잘못된 믿음이라는 건 아니다. 생활습관과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건 당연한 권리이자 자유이다. 다만 그로 인한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스물세 살 여름에 제대했다. 그때 몸무게는 60킬로그램 중반이었다. 위아래로 쫙 붙는 옷을 입고 다녔다. 그만큼 몸매에 자신 있었다.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았다. 매일 운동해서 만든 몸이라 자부심이 있었다. 그 자부심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복학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야금야금 살이 붙기 시작했다. 학업과 직장을 병행하다 보니 식습관이 불규칙해졌다. 서른이 되기 전에 몸무게는 이미 80킬로그램에 육박했다. 그 몸이 마흔네 살까지 이어졌다. 하루 세 끼는 기본, 퇴근 후 술자리는 정기적으로 가졌고, 약속이 없을 땐 야식이 옵션이었다. 해장이 필요한 날은 아침으로 라면을, 점심에는 시간에 쫓겨 햄버거로 때우고, 저녁은 하루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기름진 음식으로 채웠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 안주는 굽고 뛰기고 볶는 식의 음식들이었다. 술자리가 끝나도 허전한 배를 채우기 위해 라면이나 아이스크림을 먹기 일쑤였다. 술과 안주, 기름진 음식과 패스트푸드가 몸에 안 좋은 건 잘 안다. 하지만 세 끼를 먹어야 하고 기름진 음식이 숙취에 도움이 되고 바빠도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 햄버거라도 먹는 게 나를 위한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믿는 대로 행동한 결과 몸무게 80킬로그램에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위염, 과민성대장 증후군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가 믿는 대로 행동하고 그 믿음을 더 견고히 해줄 정보만 받아들이는 걸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신념은 생각과 가치관 주변 환경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내가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믿느냐에 따라 신념 또한 달라진다. 또, 한 번 만들어진 신념을 지키려고 이를 견고하게 해주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려는 경향도 있다. 타인의 의견을 듣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신념을 갖는 건 필요하다. 타인과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신념이라면 상관없다. 문제는 자신조차도 잘못된 길이라는 걸 모를 때이다. 반드시 하루에 세 끼를 먹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랬던 내가 그러한 신념을 내려놓은 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내 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책에서 찾았다. 그렇다고 한 권만 읽고 실천한 건 아니었다. 여러 의견이 담긴 다양한 책을 읽으며 내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어쩌면 내가 세운 기준을 누군가는 이해 못 할 수도 있다.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 각자가 믿는 것들에 대해 의심해 볼 필요있다. 의심을 통해 보다 명확한 정보에 다가갈 수 있다. 기업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보다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역할을 '레드팀'이라고 부른다.    


사내 '레드팀'을 둔 기업이 늘고 있다. 레드팀의 역할은 섣부르고 잘못된 판단을 막기 위함이다. 조직에는 서열이 존재하고 서열은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뿐만 아니라 다수의 의견이 마치 정답인 듯 섣불리 판단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레드팀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보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유도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확증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도 어떤 선택에 앞서 주변 사람의 조언과 다양한 정보를 찾아본다. 그렇다고 100퍼센트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후회가 적은 선택을 하는 게 목적일 것이다. 내가 식단 관리를 시작하기 앞서 음식, 간헐적 단식, 건강 관리, 식사법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은 이유이다. 이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정보의 일관성이다. 여러 주제의 책을 읽다 보면 공통된 정보가 눈에 들어온다. 공통된 정보는 이미 입증된 객관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저자의 경험과 의견을 구분해 냄으로써 나에게 필요한 정보만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정보의 정확성은 높아지고 확증 편향도 줄인다.     


하지만, 확증 편향을 없앨 수는 없다. 대신 앞서 말한 '레드팀'을 활용해 줄일 수 있다. 나에게 레드팀은 '글쓰기'이다. 책에서 얻은 정보를 글로 쓰면서 구체화했다. 구체화는 정보를 나열하고 나열한 정보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만 선택하는 것이다. 글로 적으면서 반대되거나 또 다른 정보는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글로 쓰려면 반드시 생각하고 멈추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게 멈추는 과정이다. 멈추면 생각하게 된다. 이때 드는 생각은 처음과는 다르다. 글로 적는 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까지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멈춰 이전과 다른 관점이나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스스로 레드팀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처음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반복하면 분명 자신만의 관점과 신념을 새롭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도 갖게 된다. 물론 유연함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상대방의 의견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그러한 노력이 우리를 '확증 편향'이라는 함정에서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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