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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13. 2024

이 말이 듣고 싶어 꾸준히 쓴다

어느 분야에서나 실력이 뛰어난 사람 있기 마련이다. 축구는 손흥민, 야구는 이정후, 게임은 페이커, 요리는 백종원, 수영은 김우민 등이 정상급 실력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드물다. 이들은 누군가에겐 롤 모델이다. 그들의 실력을 뛰어넘는 게  노력의 기준이 된다. 당연히 선두에 선 그들도 그보다 앞서 정상에 오른 이들을 보며 실력을 키웠을 테니 말이다. 대중이 인정할 만큼의 실력을 갖추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 기준은 없다. 다만 실력을 인정받기까지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질 뿐이다.


똑같이 시작해도 남들보다 먼저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 꼭 있다. 그들에겐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재능을 타고났다는 말이다. 이 말도 일리는 있다. 무작정 오랜 시간 열심히 한다고 탁월한 능력을 갖는 건 아니다. 노력하는 시간도 물론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타고난 재능이 있을 때 더 빨리 최고 수준에 닿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능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재능도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고가 된 이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분야에 노출이 됐다. 그로 인해 더 빨리 재능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 말은 어느 분야나 탁월함을 갖추려면 일찍부터 꾸준히 그 환경에 노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당사자의 적성은 고려치 않고 무작정 기회만 만들어주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많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남다르다고 착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켰을 때의 결말은 굳이 사례를 들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재능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재능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고, 발견해도 충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마흔셋이 될 때까지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꿈은 있었지만 꿈에 매달리지는 않았다.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니 어느 때부터 살던 대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런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보다 나이 들수록 선택할 수 있는 게 줄었다. 그 선택지 또한 몇 안 됐고, 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분명 변화가 필요했다. 이대로 살았다가는 이전보다 못한 삶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늦게나마 하고 싶은 걸 찾았다. 마흔셋부터 시작한 글쓰기가 내가 찾은 하고 싶은 일이었다. 재능은 없었지만 노력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고 미리부터 설정했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 셀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을 따라잡겠다는 욕심은 내려놓았다. 따라잡겠다 한들 따라 잡힐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음먹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글쓰기도 시간과 경험이 쌓일수록 실력이 는다. 이 말은 경쟁으로 실력을 '검증'받는 게 아닌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실력을 '인정' 받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는 말이다. 물이 차면 넘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재능과 함께 내려놓은 게 또 하나 있다. 이왕 시작한 거 남들보다 잘 쓰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친 욕심이다. 괜한 욕심으로 가랑이가 찢어지기보다 내 속도 내 보폭대로 걷는 게 오래 걸을 수 있는 지혜이다. 그렇다고 못 쓴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꾸준히 쓰다 보면 언젠가 인정받는 때가 올 거라고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한 눈 팔지 않았다. 스스로 정한 기준이 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내 글이 인정받는 그때는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담긴 책은 30년이 지나서야 인정받았다. 이문열 작가는 우리에게 알려지기까지 50편이 넘는 소설을 썼다. 이기주 작가 또한 《언어의 온도》이전에 8권의 책을 썼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들도 일찍 알려지길 바랐을 것이다. 사람 마음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그들의 재능을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뒤늦게라는 기준이 정해진 건 아닐 테지만. 무엇보다 재능을 뛰어넘는 건 꾸준한 노력이라는 점이다. 꾸준한 노력 끝에 재능도 더불어 향상된다고 생각한다.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누구나 듣고 싶어 한다. 그 말을 듣고 싶어 잘 쓰려고 노력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글이 점점 좋아진다'라는 말이다. 점점 좋아진다는 의미는 꾸준히 쓴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의 글이 좋아지는 유일한 길은 꾸준히 쓰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들이 내 글을 평가할 때도 점점 나아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마도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이 점점 좋아진다고 말해주는 게 글을 잘 쓴다는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잘 못 쓰는 글이지만 오늘도 이렇게 한 편 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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